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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 피해 달아나다 다쳤다면
지난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었다. 세계 이주민의 날은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기여를 인정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한국은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있지만 노동현장에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였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반이 언제 출동할 지 몰라 하루하루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토끼몰이식 단속’이 늘고 있다.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큰 부상을 입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대법관 차한성)는 지난해 11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과정에서 입은 부상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그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산재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있었지만, 단속과정에서 입은 부상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단속반 피하다 2층에서 추락

중국인인 ㄱ(사고 당시 21세 ·남)씨는 2005년 3월 유학비자로 한국에 입국했다. 경주 서라벌대학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도중인 이듬해 2월 ㄱ씨는 대학을 무단이탈해 한 전기전자 부품조립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6년 5월2일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이 출동했다. 그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건물 2층 사무실 창문을 통해 외벽의 에어컨 배관을 타고 내려가다 8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ㄱ씨는 두개골이 골절되고 급성 뇌경막하 혈종·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중증 뇌좌상 등의 상병을 입었다. 같은 해 5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재해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기 위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요양을 불승인했다.

사업주가 도피하라고 지시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단속을 나온 당일, 외근중이던 이 회사의 사업주는 관리부장으로부터 단속반이 출동했다는 보고를 듣는다. 사업주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모두 피신시키라고 지시했고, 관리부장은 ㄱ씨에게 다른 동료 2명과 2층 사무실로 피신하도록 지시했다. 때마침 단속반도 2층 사무실로 들어가자 이들은 사무실 창문을 통해 외벽 에어컨 배관을 타고 건물 밖으로 나가다가 배관 고정핀이 이탈해 추락하는 변을 당하고 말았다.
이 업체의 사업주는 내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모집광고를 냈지만 여의치 못하자 4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상황이었다.

법원 “사업주 지배관리하에 있는 경우”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이주 노동자 ㄱ씨,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다. 부산고등법원은 2008년 5월 “ㄱ씨의 피신행위는 불법체류자로 단속될 경우 원고 개인이 입게 되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한 원고 개인을 위한 행위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차례 광고에도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했던 사업주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된 방편이기도 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의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업주는 관리부장을 통해 직접 원고를 비롯한 불법체류자들에게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의 단속을 피해 도주하도록 지시했다. 원고는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피신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재해를 입게된 점, 원고의 일련의 행위는 모두 원고가 사업장 내에서 작업하는 도중에 이뤄진 것이고, 만약 원고가 재해를 입지 않고 단속반에 단속되지도 않았다면 단속행위로 일시 중단됐던 피신 직전의 업무를 계속 수행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피신행위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같은 해 11월 대법원은 “상고인(근로복지공단)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해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관련판례]
부산고등법원 2008년 6월20일 선고 2008누792 요양불승인처분취소
대법원 2008년 11월13일 선고 2008두12344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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