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을 허용하면 국민의료비 지출규모가 수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는 공청회를 여는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도입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15일 보건복지가족부와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공동발주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진흥원은 영리병원 유형에 따라 연간 국민의료비가 적게는 7천억원에서 최대 4조3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영리병원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KDI는 “영리법인 도입으로 자본투자와 서비스 공급이 증가할 경우 시장기능의 원활한 작동을 전제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필수의료부문에서는 진료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 보고서 안에서도 연구주체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도입방안과 부작용 보완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리병원을 도입하더라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유지하고, 기존 비영리법인의 영리법인 전환은 금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부작용을 보완하면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연구결과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발표와는 달리,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을 이미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 국책 연구기관끼리도 합의하지 못한 영리병원에 대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는 영리병원마저도 4대강·세종시처럼 불도저식으로 강행할 생각인 것 같다”며 “병원비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공공의료 확충계획을 내놓아야 할 시점에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중도실용 서민정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나순자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임원은 16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복수노조·전임자임금 지급금지·영리병원 도입 저지’를 내걸고 전원 삭발할 방침이다. 17일에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획재정부 규탄집회를 연다. 의료민영화 저지·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영리병원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갖는다.


[Tip]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국내에 의료기관이 설립되면 국민건강보험제도상 요양기관으로 지정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 국민건강보험제도’라고도 불린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영리병원을 도입하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민간보험 활성화로 이어져 공보험의 근간이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