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비슷한 부위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쉽게 걸리는 질병은 근골격계질환이다. 요통이나 어깨결림이 주요 증상인 근골격계질환은 단순반복작업에 따라 허리·목·어깨·팔다리에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용접이나 조립·운송·컴퓨터·사무·설계직에 주로 생긴다.

노동부는 지난 2003년 단순반복작업과 장시간 운전을 하는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가 3년에 한 번은 면담이나 설문을 통해 유해요인을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같은해 8월부터 시행했다.

주아무개씨가 일하던 주물제조업체도 2007년 노동자들의 요구로 근골격계질환 예방 차원에서 회의실 한켠에 체력단련실을 마련했다. 체력단련실은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노동자들은 주로 점심시간에 이용했다. 주씨는 체력단련실을 많이 이용하던 노동자 중 한 명이었다.

체력단련실 역기에 눌려 숨져

2001년 10월 이 회사에 입사한 주씨는 주물을 용해하는 생산직사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도가니를 가열해 재료를 용해시킨 다음 한 손으로 도가니를 매달고 있는 ‘호이스트 크레인’을 조정하고, 다른 한 손으로 140~160킬로그램에 달하는 도가니를 앞쪽으로 기울여 주물을 금형틀에 부어 제품을 생산하는 일을 했다. 제품 무게도 20~30킬로그램에 달했다. 그는 고된 작업으로 생길 수 있는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근육의 힘을 강화시키는 운동이 필요했고, 평소 1시간 일찍 출근해 체력단련실에서 역기운동을 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1월 주씨가 체력단련실에서 역기에 목이 눌린 채 발견됐다. 즉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열흘 뒤 저산소성 뇌병증으로 사망했다. 부인 김아무개씨는 주씨가 사망하기 전이었던 2월 초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시작 전 체력단련행위는 작업에 수반되는 필요적 부수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시설물 관리소홀 등으로 인한 사고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했다. 이에 김씨는 법원에 처분취소소송을 냈다.

원심은 업무상재해 인정 안해

이 사건에서 원고는 숨진 주씨의 부인인 김씨,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원심(서울고법)은 지난 6월 주씨의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업주가 체력단련실 이용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체력단련실 열쇠를 주씨와 동료노동자가 소지한 채 관리한 점 △같은 생산부에 근무하는 직원 중에도 체력단련실을 이용하지 않는 직원이 다수였던 점 등을 감안했다. 법원은 “체력단련행위는 업무의 준비행위이거나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원만한 업무수행 위한 체력유지활동”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비록 사업주가 노동자들의 체력단련실 이용에 관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더라도 체력단련실은 회사가 노동자들의 요구로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근골격계질환 등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복리후생시설”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판결의 요지는 이렇다.
“주씨가 담당한 작업은 근골격계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작업이다. 주씨가 체력단련실에서 평소 역기운동을 한 것은 강한 근력과 지속적인 육체적 활동을 요구하는 업무의 특성상 업무의 원만한 수행을 위한 체력유지보강활동 가운데 하나로 필요해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업무의 준비행위이거나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로 봐야 한다. 따라서 주씨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

[관련판례]
대법원 2009년10월15일 선고 2009두10246 요양불승인처분취소청구
대법원 1999년4월9일 선고 99두189 유족보상일시금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대법원 2009년5월14일 선고 2009두157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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