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은 하찮은 사건으로 희화화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해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킬만큼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다. 특히 모범을 요구받는 지도층 인사나 고위 공무원은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되는 순간부터 사회적 지탄을 받게 마련이다. 남녀차별금지법 시행 후 성희롱당한 여성이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지난해에는 '대형' 성희롱 사건이 줄줄이 표면화됐다.

시민운동의 '얼굴'인 장원 전 총선시민연대 대변인은 작년 5월 부산의 한 호텔객실에서 여대생을 취중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징역 10월에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한국산업연구원(KIET) 이선 원장은 5월 여직원들을 휴일이나 퇴근 후 밖으로불러내거나 근무중에 성적 수치심을 자극했다는 등의 성희롱 시비로 노조와 공방을벌이다 결국 퇴진했다.

7월에는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김시평 위원장(1급)이출입기자단 오찬에서 폭탄주를 마시고 "우리 아키코(김명자 환경장관의 일본식발음)상은 미인" "우리 부에는 전문성과 상관없이 여자 장관만 보낸다" "여자가 안경을쓰면 매력은 50% 이상 떨어진다" 등의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다음날로 물러났다.

11월 모 장관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방송사 토론회에 나가 방청석 여성들의치마 속을 보며 졸음을 쫓은 경험담을 얘기했다가 여성단체의 집단항의를 받으며구설수에 올랐다.

공직자의 취중 실언이 끊이지 않자 연말에는 여성특별위원회가 각 부처에"성희롱 방지를 위해 폭탄주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까지 보내는 웃지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성폭력은 계속돼 지난 1월에는 육군 전방부대 사단장인 김모 소장이 부하 여군장교를 자신의 집무실에서 껴안는 등 성추행, 보직해임되면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최근에는 국무총리실 모 간부가 임시 취업한 여직원에게 추근대거나 음란 사이트를 같이 열어 보자고 하는 등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글이 여성부 홈페이지 토론방에 실리면서 사표를 썼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과 생활해 온 '나눔의 집' 원장 혜진 스님은 최근두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양심고백 회견과 함께 원장직에서 사퇴하고승적을 포기했으나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성폭력 여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롯데호텔 여직원들은 지난해 상사에 의한 지속적인 성희롱을 노동부에 진정, 임직원 21명의 징계를 이끌어냈으며, 의류회사인 ㈜이천일 아울렛의 판매 여직원들도 군부대에서 실시된 사원교육에서 회사측의 성희롱이 있었다고 여성부에고발해 시정조치를 받아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