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들의 경영행태가 최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외국계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외면하고 소매금융 확대 등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에 혈안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도 외환위기 이후 공적인 역할인 실물경제 지원의 기능을 축소하고, 주택담보대출 등 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국계은행은 국내은행의 정도를 훨씬 넘어섰다.

올해 실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8월 말 기준 전체 대출잔액 중 가계대출이 72.4%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 56.3%, 하나은행 53.1%, 신한은행 48.1%, 우리은행 4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도 사정은 비슷하다. HSBC 서울지점은 지난 한 해 사상 최대인 3천600여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HSBC 서울지점은 해외 본점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달러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 과정에서 챙긴 수수료 수익으로 금융위기를 무색케 할 만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은 지난 3월 230여명의 직원을 회망퇴직으로 감축했다. 국내 시중은행 일부가 진행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경영상의 이유라며 중단한 상태다.

노사는 10일 노조 위원장이 은행 로비에서 보름이 넘도록 철야농성을 진행한 끝에 어렵게 첫 교섭을 시작했다. 노조는 2007년 순이익 700억원의 5배를 기록하고 국내 시중은행과의 임금격차를 감안해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은행측은 최근 국내은행들의 임금반납·삭감 흐름에 편승해 노조 요구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한 임금인상률을 제시했다.

외국계은행이 국내 전체 은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계은행의 자산총계는 9월 기준 국내 시중은행 전체의 20%를 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21.67%에 달한다.

비중이 커졌으면 이에 따른 책임의 크기도 걸맞게 커져야 한다. 외국계은행이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인 사업을 하려면 외국인 주주의 이익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국내 직원의 임금·복지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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