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도노조는 12월4일 파업을 철회하고 일단 복귀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희락 경찰청장은 “불법파업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집행부는 원칙대로 의법처리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자간담회에서 강 청장은 “(철도노조 집행부가) 위법행위가 있어 체포영장이 발부된 만큼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23명의 철도노조 집행부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한다. 경찰은 전담반을 꾸려 체포에 주력하고 있다.2. 이번 철도파업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공사와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추진계획의 저지, 해고자 복직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불법파업이라 한다. 반면 노조는 임금 등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것이어서 합법파업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철도 노사는 지난해부터 169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체계 개편이나 근무형태, 해고자 복직 등 핵심쟁점에 대해 한 발도 접근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려왔다. 정부로부터 선진화추진계획을 통보받고 공사는 임금 삭감과 성과연봉제 및 정년연장 없는 임금피크제 등 8개에 달하는 임금 개악안과 비연고지 전출 허용, 정원 유지를 위한 협의권 삭제, 1인 근무 허용 등 120여개의 기존 단협 개정을 요구했다. 그리고 기존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했다. 해고자 복직 문제와 관련해 노조는 “지난해 12월 해고자 문제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올 상반기까지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노사 간 합의사항을 지키라”고 요구했다.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공사는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른 기존 단체협약을 저하하는 개정요구를 하고 교섭에서 진척이 없자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노조는 해고자복직 문제에 관해 지난해 합의된 대로 이행하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선진화추진계획 저지와 해고자복직 문제를 주된 목적으로 파업을 했다며 불법파업이라고 단정했다. 철도노조가 현재 추진 중인 선진화추진계획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공기관 근로자, 노조 전체를 대표해 파업투쟁을 했던가. 그래서 철도파업이 성공하면 공공기관 선진화추진계획이 폐지되는 것인가. 철도노조는 통보받은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라 공사가 기존의 단체협약을 개정하려는 것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해 파업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조차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교섭대상인 단체협약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파업임이 명백하다. 합의된 바에 따라 해고자를 복직하라고 노조가 공사에 요구했다고 해도 노조가 해고자 복직 문제를 두고 교섭했던 것도 아니고 이를 관철하겠다고 이번 파업을 한 것도 아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단협을 깼기 때문에 불법파업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해고자 복직은 임단협 사항이 아닌 데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방안에 반대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투쟁이어서 불법파업으로 보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단협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철도노조는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지 않았다. 공공기관 선진화추진계획의 폐지를 내세우면서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방안 추진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 철도노조가 이번 파업을 한 것도 아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해 통보된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라 공사가 기존 단체협약을 저하시키는 개정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임금 등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다가 단체협약 해지까지 통보받고 노조의 임금 등 단체협약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파업이 무슨 일종의 정치투쟁이고 불법파업이라는 것인가. 정부는 철도노조가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라 공사가 추진하는 기존 단체협약을 개정하려는 것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고 따라서 정치투쟁이며 불법파업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파업일 수 없는 것을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자신이 무지하다는 드러내고 말았다. 차라리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추진계획을 국회 입법을 통해 법률로 정하고, 공공기관에서 별도의 노사 간 단체협약 체결 없이 그대로 적용되도록 했다면, 이를 반대해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이라면 정부 관계자는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3. 검찰은 도무지 불법파업일 수 없는 것을 불법파업이라고 단정해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법원은 청구된 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지난 1일 노조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철도노조 위원장 등 간부들에 대한 검거에 나섰다. 정말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해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인지 혹시 체포영장없이 검찰이 긴급체포에 나섰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어 뉴스검색을 했다. 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한 검사의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2에서 규정한 체포영장 발부요건, 즉 지방법원 판사가 과연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봤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판사가 어째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4.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나서도 철도노조는 파업을 진행했지만 지난 4일 파업을 철회하고 일단 복귀했다. 철도노조는 공사를 상대로 교섭과 파업에서 1년이 넘게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 등 국가권력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1주일 만에 흔들어 버렸다.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행사가 국가권력에 의해 저지된 것이다. 철도는 필수공익사업장이어서 오랜 기간 동안 직권중재에 가로막혀 파업을 할 수 없었다.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겨우 파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국가권력에게는 여전히 불법파업이었다. 철도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파업을 한 것이 됐다. 철도노조 파업에서 이 나라 법집행기관은 법에 따라 집행하지 않았다. 국가는 법치주의를 가장 중요한 원리로 운영되고 있지만 철도노조 파업에서 국가기관은 법치주의를 버렸다. 그러면서도 경찰과 검찰 등 국가 권력자들은 원칙과 법을 내세우며 파업을 철회한 노조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한다. 인류는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해 수백 년을 투쟁해 왔다. 우리도 수십 년을 투쟁해 왔다. 법치주의는 군주, 대통령 등 사람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를 말한다. 대통령 등 최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자의적으로 합법과 불법을 판단해 법 집행을 한다면 이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지금 국가 권력자들은 원칙과 법을 내세운다. 그러나 역사는 진정한 법치주의를 짓밟았던 권력자들이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인민을 억압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법치주의는 국가 권력자가 인민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인민이 국가권력자를 통제하기 위한 원리이자, 근대국가에서 확립된 국가 운영원리다. 역사는 국가기관을 통제하기 위한 법치주의가 국가권력에 의해 버려지는 경우 인민은 결국 그 국가 권력자를 버린다는 것을 보여 줬다. 아무리 근대국가가 시민계급에 의해 세워졌고, 그 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하기 위해 법치주의를 내세웠다고 해도 법치주의는 오늘날 모든 인민의 것이다. 국가권력은 근로자, 노조의 기본권을 위해서도 올바른 법집행을 해야 한다. 헌법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무엇보다도 국가에 의해 보장돼야 한다. 국민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해 달리 봐야 할 것은 아니다.5.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서 논란은 불법파업이냐 합법파업이냐에 관한 것이었다. 불법파업이면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은 폭력이나 파괴행위 없이 평화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그야말로 파업으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검찰 등 국가기관은 불법파업이라고 해 처벌하겠다고 체포영장을 청구해 집행했다. 집단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면서 일하지 않는 것이 처벌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 처벌돼야 하는가.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불법파업에 대한 형사처벌은 당연한 게 아니다. 불법이라도 단순히 평화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파업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 물론 근대시민혁명에 의해 근대국가체제가 확립된 직후 법률은 파업에 대해 국가가 형사처벌하는 제도를 두고 있었다. 이른바 단결금지법체제를 말하는데 이것은 19세기 노동운동 등에 의해 1870년대 전후해 철폐돼 파업이 불법이라고 해도 국가가 처벌하지 않게 됐다. 이것이 파업권 등 노동기본권 보장의 출발이다. 그런데 약 150년이 지났는데도 이 나라에서는 불법파업은 처벌되고 있고 따라서 노동기본권은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어제 경찰청장은 용감하게 법에 따라 철도노조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들을 체포해 처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 폐지 등 노동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악법 철폐를 위해 노동자들은 투쟁해 왔다. 투쟁의 결과로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는 철폐됐지만 필수공익사업장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은 불법파업으로 낙인찍히며 여전히 처벌대상이 되고 국가권력이 파업을 무력화시킨다. 이러한 상태를 두고 노동기본권이 예외적으로 제한·금지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노동기본권은 원칙적으로 보장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노동기본권 보장의 역사는 국가로부터 자유, 즉 파업이 더 이상 국가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불법이라고 해 파업을 처벌하는 나라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법률사무소 새날 대표(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