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달 25일 공공기관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른 정리해고의 법적 문제에 관한 토론회가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필자는 해당 공공기관의 경영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선진화추진계획에 의해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정리해고는 정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제를 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공사에서 12월31일자로 정리해고를 통보받았다는 근로자가 다가와 물었다. “변호사님, 소송하면 이길까요?” “몇 퍼센트나 가능하겠습니까?” ○○공사는 선진화추진계획에서 정해진 바에 따라 인원감축하겠다며 정리해고를 통보한 상태였다.

2.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치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의결한 선진화추진계획을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 공공기관에서는 그에 따라 기존 업무 및 기능의 통합·폐지 등 업무와 기능 조정, 사업장별 정원감축 등 인원 조정, 복리후생비 삭감 등 인건비 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선진화추진계획은 사업장별로 구체적으로 일정 업무를 정해 그 업무를 폐지하거나 민간위탁하도록 하고 사업장별 정원감축 규모와 비율까지 정하고 있다. 선진화추진계획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되면 기획재정부장관과 주무부서의 장은 해당 공공기관에 이를 통보하게 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해당 공공기관에 대해 경영을 평가하고 경영지침의 이행을 점검하고 기관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는 등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공공기관은 선진화추진계획을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 현실이 발생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자율경영·책임경영 보장을 주요한 목적과 원칙으로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공공기관의 사정을 고려한 자율적인 경영판단을 통해 선진화추진계획의 적정성을 따져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도 한국공항공사에서는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라 정리해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고, 한국철도공사에서는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른 기존 협약의 개악요구로 인해 교섭이 원만히 진행되지 못하다가 단체협약 해지까지 통보하는 등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노사관계 부분에서 해당 공공기관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이 실종됐다. 공공기관은 근로자, 노동조합에 말해 왔다. “선진화추진계획에서 인원감축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하지 않으면 정리해고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라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위 ○○공사 근로자는 이날 토론회 발표와 토론을 듣고 ○○공사에 묻고 싶을 것이다. “정리해고를 하기에 앞서 법률이 보장한 공기업의 자율경영이 무엇인지 살펴보셨습니까?”

3. 정부는 지나나 28일과 29일 이틀간 이명박 대통령과 77개 공공기관장, 주요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하반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노사관계 선진화 및 자율경영 확보를 내년도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의 주요 과제로 꼽고 적극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는 앞으로 각 공공기관에서 부당한 노사관계가 확인될 경우 해당 기관의 예산 삭감을 추진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무리한 파업에 엄정히 대처하고 실질적인 성과연봉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워크숍 뒤 발표된 바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추진계획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공항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선진화추진계획에서 결정된 사항은 그대로 이행하는지를 점검·관리할 것이라 한다. 결국 정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정리해고 등 인원감축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보면 공공기관의 운영자로서 사용자의 입장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공공기관 근로자의 파업은 자신을 압박하는 행위이고, 중단돼야 할 행위로 보일 뿐이다.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책무는 보이지 않는다.

4.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선진화추진계획에서 200여개 공공기관에 대해 정원을 조정해 감축될 인원수까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해당 공공기관의 경영사정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판단해 그 인원규모까지 선진화추진계획은 정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에 위탁할 수 있는 업무가 존재하는 경우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그에 종사하는 인원을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공기업이 수년간 수백억원씩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위탁 대상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정리해고 하는 것이 정부가 선진화추진계획에서 정해 이행하도록 하는 상황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해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리해고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할 것인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존재 여부는 당연히 해당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경영사정을 가지고 판단한다. 이때 정부가 선진화추진계획을 통보하고 이행을 감독·관리하는 지점도 법원은 고려하게 될 것이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파악함에 있어, 정리해고가 정당한 것이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법원은 정부가 선진화추진계획을 통해 구체적으로 인원감축을 통보하고 그 이행을 관리·감독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인정해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선진화추진계획만을 이유로 한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정당하지 않다고 할 것인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정리해고되는 근로자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결국 ○○공사에서 정리해고 통보된 근로자는 필자가 아닌 법원에 묻고 있는 것이다.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른 정리해고는 정당한 것입니까?” 공공기관 특히 책임경영, 자율경영이 보다 더 보장될 수밖에 없는 공기업에서 자체 경영사정이 아닌 단지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라 실시하는 정리해고는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는 것임이 명백하다. 법원은 이를 이 근로자에게 확인해 줘야 한다.

5.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노사관계사항에 관한 선진화추진계획의 의결과 기획재정부장관 등의 통보,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른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실시 등의 과정을 보면 근로자, 노동조합의 참여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 단지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른 대상일 뿐이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선진화추진계획을 추진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근로관계의 내용은 공공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으로 조합원인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해 정하게 된다. 단체협약에 정하고 있는 사항을 선진화추진계획에서 정하고 있다고 해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또한 단체협약을 정해야 하는 사항을 선진화추진계획에서 이미 정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해서 노동조합이 요구하는데도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는 없다. 만약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라 해당 공공기관에서 일방적으로 정리해고가 실시된다면 이것은 해당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상 정리해고조항이 조합원의 정리해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위 ○○공사에서 정리해고 통보된 근로자는 필자가 아닌 노동조합에 물어야 한다.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른 정리해고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입니까?” 다행히도 ○○공사 단체협약은 정리해고 실시에서 노조와의 합의 등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을 두고 있었다. 단체협약을 위반해 실시되는 정리해고가 정당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6. 현재 선진화추진계획을 추진하겠다면서 공공기관의 노사관계를 보면 단체협약의 해지까지도 통보하는 등 노사관계에서 형성된 기존 질서가 송두리째 부정되고 있다. 단체협약이 해지돼 노사관계 질서가 부정되는 상황은 노동조합에게는 새롭지 않다. 이미 노동조합이 설립된 당시에 경험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설립 직후 노동조합이 투쟁력을 통해 사용자와의 교섭으로 단체협약 등으로 노사관계질서를 형성한 것처럼 단체협약의 해지 상황도 그와 같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체협약 해지통보에 위축될 필요가 없다. 해지통보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파업 등 투쟁을 각오하고 던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투쟁을 각오하고 조직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정리해고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하는 경우는 노동조합이 정리해고 실시에 맞서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파업 등 투쟁력으로 맞설 수 있다고 파악되는 경우 사용자는 정리해고 실시와 그에 따른 손실을 계산할 수밖에 없다. 선진화추진계획이 통보된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에 묻고 싶다. “당신의 노동조합은 정리해고에 맞설 수 있습니까?” 이에 대한 답변이 어떠하냐에 따라 공공기관 근로자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이 답변을 위해 노동조합은 준비해야 하고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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