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출근길이 유난히 복잡했다. 마음은 급한 데 지하철역 전광판에는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열차운행이 늦어지고 있다’는 붉은 글씨만 깜박였다.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지하철 운행이 평소보다 5분 넘게 지체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좀 다르다. 시민들의 표정이 의외로 담담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역무원을 붙잡고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같은 여론은 인터텟 포털사이트에 달린 누리꾼의 댓글에서도 확인됐다.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서는 철도파업을 놓고 팽팽한 토론이 펼쳐졌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못하면 내 권리마저도 빼앗긴다는 것이 진리다. 그러므로 철도 파업을 지지한다.”(ID 김경숙), "경찰청장! 당신이 바로 잘못된 관행이야!"(게토레이).

물론 반대하는 글도 많았다. “철도노조가 불합리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가기간 시설인 철도를 볼모로 파업하는 것은 최근 경제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행동이자 국민의 생활과 경제활동에도 피해를 주는 행동이다”(정다운 이웃) 등등.

허준영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25일 “잘못된 관행과 억지주장만 고집하는 철도노조를 국민 여러분이 호되게 나무라고 말려 달라”고 주장했다. 김기태 노조 위원장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며 “국민들이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노사 모두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여론이다. 그래서 파업에 대한 심판관의 역할을 해달라고 국민들에게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성숙해지고 있는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과거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언론이다. 다시 살아난 파업 복병,겨우 살아난 경기 ‘찬물’(파이낸셜뉴스), ‘국민의 발 볼모… 되풀이 되는 철도 파업’(연합뉴스), ‘신물 나는 철도파업’(매일경제).

경제발목 잡는 파업, 국민의 발 볼모로 하는 파업. 십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는 철도파업 언론보도 기사들의 제목이다. 파업은 노동자에게 보장된 권리다. 노사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절차를 밟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허 사장의 말처럼 법은 무시한 채 덮어놓고 억지를 쓰는 ‘잘못된 관행’은 이제 근절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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