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바로 올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전체 180개국 가운데 39위에 머물러 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대형 부패사건들을 제쳐두고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부패에 어느 정도 길들여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처음 이 사건 근로자(권아무개 팀장)를 만나서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도 이와 같았다. 복지관에 근무하면서 비리를 폭로해 해고된 권 팀장이 전해주는 ‘비리’들은 오랫동안 공공기관에 근무해 본 필자가 느끼기에 충분히 개연성 있는 것이었다. 인건비 부풀려 타내기, 불법적인 수의계약 남용, 지인과 거래 후 납품업체로부터 뒷돈 받기 등은 누구나 알고 있는 전형적인 비리수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을 달랐다. 처음 비리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작정하고 감독관청인 시청에 제보했으나, 시청에서는 권 팀장의 제보사건을 감사팀이 아니라 비리와 연관돼 있을 수도 있는 사회복지과에서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예상대로 사회복지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권 팀장은 결국 구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를 찾는다.

1차 징계와 노동위원회의 기각결정

국가청렴위원회는 권 팀장의 제보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사건을 경기경찰청에 이첩한다. 그러나 경기경찰청은 국가청렴위원회가 이첩한 5개 분야 중 3개만 수사하고 이것마저도 계좌추적 등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관련자들에게 구두로 사실여부만을 확인한 후 사건을 종결한다. 경찰청이 사건을 종결처리하자 복지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직 3월의 중징계를 한다. 징계사유는 권 팀장이 복지관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

권 팀장은 즉각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하고, 자신에 대한 징계가 구 부패방지법 제32조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한 신고나 이와 관련한 진술 그 밖에 자료 제출 등을 한 이유로 소속기관·단체·기업 등으로부터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에 정면으로 위반하므로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이 부패방지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아니한 채(판단유탈) 단지 경찰청의 ‘혐의 없음’ 결정이 내려진 이상 권 팀장의 국가청렴위원회에 제보는 허위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단정했다. 따라서 사업주의 명예를 실추시켜 정당한 징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경기지노위 2008부해246 사건).

이렇게 노동위원회가 실정법상 신분보호조항마저 무시한 채,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사이에 복지관측은 2차 징계(해고)를 단행한다. 권 팀장이 국가청렴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것이 주된 해고사유였다. 이에 권 팀장은 다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했다.

2차 징계(해고)와 노동위원회의 엇갈린 판정

근로자가 최초 국가청렴위원회에 비리를 신고한 후 그 결정에 대해 이의가 있어서 법률에 정해진 바에 따라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이 독립된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을까?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08부해630사건에서도 이전 2008부해246사건의 논리를 이어간다. 즉 부패방지법은 허위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까지 내부고발자의 신분을 보호하지 않으며, 이 사건에서 권 팀장은 국가청렴위원회가 경찰청의 조사로 '혐의 없음' 결정을 한 이상 사용자의 혐의 없음을 인지하게 됐으므로, 그 후 제기한 이의신청은 허위사실에 대한 신고행위로서 징계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전 1차 징계가 내려진 후 곧바로 징계해고에 이른 것은 징계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해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결론적으로는 승리했지만 논리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복지관의 재심신청으로 사건은 다시 중앙노동위원회로 넘어갔는데, 여기서는 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사업주의 재심신청이 받아들여져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은 취소됐다. 즉 중앙노동위원회(2008부해778사건)는 권 팀장이 이 사건 사용자에 대한 제보 및 신고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권 팀장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논리대로면 앞으로 모든 내부고발자들은 비리사실에 대해 객관적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 경찰청이든 노동위원회에서든 스스로 자신의 비리고발을 변호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법 제32조의 신분보호 조항은 적용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결국 내부고발자 보호라는 당초의 취지 및 공공기관내 내부고발을 활성화 해 조직적 부패를 근절하려는 부패방지법의 입법취지를 형해화하게 될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과 의미

부패방지법 제32조가 공공기관의 비리고발자의 신분을 보호한다고 규정한 것은 공공기관의 비리가 특성상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져 내부고발자가 아니면 이를 색출하기 어렵다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법률이 제정됐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내부고발자 조차도 범죄가 행해진 점을 인지하기는 쉬워도 조직내 기밀자료에 속하는 각종 장부와 공문들을 확보하기란 매우 어렵고, 설령 이러한 자료들을 확보해서 외부에 제출해도 기밀누설 등의 또 다른 징계사유가 추가될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쟁점이 됐다. 이 사건 징계해고가 이전 정직3월의 징계 후 내려진 ‘이중징계’가 아닌지, 그리고 권 팀장의 이의신청이 허위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하는지 등이다.

1) 이중징계 해당여부
대상판결에서는 최초 징계가 비리사실을 언론사, 시민연대 등에 알려 사업주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을 주된 징계사유로 한 반면, 2차 징계해고는 국가청렴위원회에 혐의 없음을 알고도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종전 징계와는 형식적으로는 물론 실질적으로도 그 사유를 달리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1차 징계가 단순히 사업주 비리를 외부에 공개한 사실 외에 국가청렴위원회에 신고한 것이 주된 징계사유였음을 법원이 간과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경기지노위 2008부해246 판정서에서도 인정). 결국 권 팀장이 최초 국가청렴위원회에 제보해 정직 3월을 징계하고, 그 후 동일한 비리신고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을 문제삼아 징계해고한 것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징계사유를 이유로 한 것으로 이중징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99두10902 판결 참조).

2) 진실성의 입증정도
앞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에서는 국가청렴위원회에 제보한 근로자가 제보사실에 대해 거의 완전한 객관적 입증을 요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법원은 입장을 달리했다. 대상판결은 구 부패방지법 제32조의 취지가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고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신고자 및 협조자에 대해 신변을 보호하고 불이익처분을 금지하는데 있고, 이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신고의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신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라고 전제한 뒤, 비록 권 팀장이 시청, 경기지방경철청, 국가청렴위원회 등으로부터 부패행위가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해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가 국가청렴위원회에 대한 신고 및 이의신청의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구 부패방지법에 정한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고 판결했다.

근로자의 양심에 비추어 공공기관의 행태가 비리에 해당한다면 설령 경찰이나 부패방지위원회의 조사결과와 다르다고 해도 그런 사실만으로 근로자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구 부패방지법에 대한 올바른 해석으로 평가를 받을 만하다. 내부종사자들의 고발이 허위사실에 대해 고의적·악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면 이러한 악의성에 대한 입증을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하며, 거꾸로 내부고발자에게 신고내용의 진실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구 부패방지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즉 사용자가 내부고발자의 악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내부고발자에 대해 부패방지법의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것이 부패방지법의 입법목적을 살리는 방안이 될 것이다.

결론

구 부패방지법에서 내부고발자로 하여금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고(법제30조 제4항), 국민권익위원회 내부처리지침 및 신고자에 대한 통지공문에서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신고자의 이의신청을 징계사유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이번 대상판결과 아래 대법원 판례를 참고로 해 노동위원회가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사건에 대해 보다 열린 시각으로 국민의 편에서 전향적 판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고도의 공공성을 갖는 공법인에 있어서는 그 업무가 무엇보다도 먼저 관련 법령 및 제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수행돼야 하고, 그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위법행위는 널리 공법인의 내외부로부터 감시, 견제돼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소속직원에 의한 업무관련 시설의 공표행위는 일반 사기업의 경우와 동일하게 평가돼서는 아니된다”(대법원 1999.12.21. 선고 98두7787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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