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3개 공무원노조의 통합·민주노총 가입 조합원 찬반투표와 관련해 근무시간에 투표를 홍보하고 독려했다며 29명을 징계조치하도록 소속기관 장에 지시했다. 또 노동자대회에서 민중의례를 주도했다며 간부 1명을 중징계하도록 지시했다.

행안부가 공무원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잇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조합원 징계를 지시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징계 ‘요청’했지만 사실상 ‘강요’= 행안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징계조치할 것을 소속기관의 장에게 요청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징계 대상부터 징계 수위까지 구체적으로 통보하고 있어 사실상 행·재정적 압박으로 행정기관·지자체들이 조합원을 징계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안부 스스로도 해당기관이 공무원노조의 '불법관행'을 묵인하면 행·재정적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한마디로 징계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9월 조합원 총투표를 앞두고 근무시간 중 투표홍보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공무원 복무관리 지침’을 행정기관·지자체에 내려보냈다. 당시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달곤 행안부 장관이 직권을 남용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현행 지방자치법(105조)에 따르면 지자체 직원에 대한 임면과 복무·징계 등에 관한 사항은 지자체장이 처리하도 돼 있다. 노조 관계자는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자체장이 지방교부세 권한을 가진 장관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기 힘들다”며 “행안부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징계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하게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부당노동행위 논란도= 근무시간에 투표 관련 홍보활동을 하는 것을 무조건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문제도 논란이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는 경우와 △관행 또는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그 적정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을 인정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경우 그동안 임원선거와 ‘공무원연금법 개악 저지’를 위한 근무시간 중 조합원 홍보활동이 관행적으로 인정돼 왔다.

정부의 이중적인 잣대도 문제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지부가 노조 탈퇴 찬반투표를 벌일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투표를 독려하는 안내방송을 근무시간에 내보냈다. 노조는 “조합원 총투표는 노조의 진로를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을 행사하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노조활동”이라는 입장이다.

민중의례를 이유로 징계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국가기관이 아닌 사회단체이고 노조의 집회 역시 국가행사가 아니다”며 “노조활동은 공무원의 지위를 갖고 하는 공무와는 구별되야 하며, 공무원신분이라는 이유로 노조활동을 검열하는 것은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일 논평을 내고 “노조의 가입과 조직을 방해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며 “징계를 받을 대상은 노동자가 아닌 행안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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