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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영계의 참패
  • 박종규 KSS해운 회장
  • 승인 2001.02.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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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뒤로 미루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다. 지난 9일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및 복수노조 시행 5년 유보' 합의도 다를 바 없다.


*** 이해 안가는 勞使政 합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금지는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돼 있는 것을 노동계의반발로 또다시 5년을 늦춘 것이다.

이것은 시행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시행의지가 있으면 지금 보다 더 짧은 유보기간을 두었을 것이고 적용범위도 축소해야 하는데 신설노조도 임금을 받도록 확대한 것 등을 미뤄볼 때 시행의지가 없다고 봐야한다.

이제 이 나라에는 싸우는(? ) 교섭상대로부터 생활비를 받고 매를 맞으면서도 때리는 상대에게 돈을 주는 인정 많은 이상한 나라가 됐다.

투쟁상대로부터 임금을 받는 것은 대치하는 상대국가로부터 군사원조를 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뻔한 이치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자립노력은 하지 않고 이 조항을 무효화하는 데만 총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전임자 임금총액은 연간 무려 3천억원에 달한다. 5년이면 현재가치로 따져도 1조5천억원의 노조 조직 강화자금을 경영계가 기부하는 꼴이 된다. 우리나라 사업자는 바보가 아니면 성인군자다.

그런데 이번 노사정 합의는 저간의 사정으로 볼 때 경영계가 노정의 압력에 못견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1998년 2월 16일 민주당이 한국노총에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의 철폐를 약속했고, 이러한 약속은 98년 2월 6일 정리해고제에 대한 노사정 합의의 대가성 뒷거래가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받았던 일도 있다.

이번 합의는 경영계를 압박해 민주당의 2년 전 약속을 지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번 노사정 합의로 경영계가 얻은 것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경영계가 얻어낸 대가는 기업별 복수노조 시행유보라고한다. 복수노조의 논리적 근거는 결사의 자유에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있는 한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시행 유보는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복수노조 운영의 관건은 단일 교섭창구 구성에 있다. 한 기업 안에 복수의 노조가 있을 때 단체교섭을 노조별로 각각 하는 방법과 복수의노조가 교섭창구를 미국처럼 단일화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노동계는 전자를 주장하고 경영계는 후자를 주장하므로 98년 3월 노동관계법 개정 때 정부가 뒤로 미룬 것이 문제였다.

미국은 반수가 넘는 노조가 단체교섭을 전담한다. 그러므로 기업별 복수노조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노동계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노조마다 각각 단체교섭을 한다면 사용자는 일년 내내 단체교섭만 하게 되고 노조마다 단체교섭 내용이 다르면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경영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교섭창구 구성방법 여하에 따라서는 복수노조가 법에 보장이 돼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단일노조화 할 수 있는 길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전임자 임금지급이 폐지돼 조합비로 노조간부 임금이 충당된다면, 일본의 경우처럼 규모가 작은 노조의 소멸로 자연적으로 단일화된다.


*** 국제기준 맞춰 法 개정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내년부터 실시된다면 초기혼란은 불가피하나복수노조가 기업에 현실적으로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노동계 입장에서도 명분상 복수노조를 주장하나 내심 기업별 복수노조를 달가워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이나 한 기업에 기존노조에 대항하는 다른 계열노조의 탄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경영계보다 노동계가 복수노조의 시행을 더 싫어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 합의가 노사간 주고받기 식으로 공평하게 이뤄졌다는 것은허구다.

경영계의 완패로 끝난 것이다. 결국 현 정권이 의도한 대로 경영계가끌려간 것이다. 결과적으로 굴복한 원인은 우리 경영계가 너무 많은 약점을 갖고 있는 체질 때문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에 끌려간 경영계 대표들은 정상적 노사관계를 후퇴시키는 우를 범했다. 우리나라 노동사에 큰 흠집을 남긴 책임의 일단을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계는 노사정 합의에만 책임을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향후 입법과정에서 노사관계의 국제기준에 입각한 옳은 방향으로 법을개정하는 것은 의원들의 몫일 것이다.

박종규 KSS해운 회장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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