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전직 은행원들이 늘고 있다. 1.2차 금융구조조정을 거치면서수만명의 은행원들이 자리를 떠났지만 마땅히 재취업 기회를 잡지 못하고실직자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특히 임원들의 경우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자회사로 전직할 수 있는 활로가 열려있었지만 금융구조조정으로 자회사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이마저도어려워졌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1997년말 11만3,994명에 달하던 은행원 수가 지난해말 현재 7만474명으로 줄어들어 순수 감소인원만 4만3,520명(38.1%)에달하지만 이들 중 재취업을 한 인원은 10~15%에 불과하다.

은행연합회 전직금융인취업센터 관계자는 "99년2월 센터 개설 이후 지난해 말까지 4,815명이 구직 등록을 했지만 재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1,665명에 그쳤다"며 "그나마 적극적인 사람들만 구직등록을 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재취업비율은 10%대"라고 말했다.

재취업을 하는 경우도 채권추심회사, 신용정보회사 등의 임시계약직이대부분. 보험설계사로 나섰다가 몇 달도 안돼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은행 퇴직직원센터 관계자는 "퇴직 은행원들 대부분이 45세 이상이어서 정식직원으로 재취업하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계약직도 쉽게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퇴직 임원들 역시 재취업은 '바늘 구멍'이다. 전직 통로로 활용돼왔던자회사 수가 97년 말 60개(11개 시중은행)에서 2월 현재 35개로 절반 가량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5일 이사회에서 퇴임한 조흥은행 최동수 부행장 등 8명의 임원, 지난달임시주총에서 퇴임한 한미은행 신광철 부행장 등 올들어 물러난 은행 임원들 중 옮길 자리를 찾은 사람은 현재까지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외환카드, 국민창업투자 등 은행마다 추가로 매각을 준비중인 자회사들이 줄지어 있고, 지분도 점차 축소되는 추세여서 사정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고 은행원을 선택했던 많은 사람들이 왕성한 나이에 실직자로 전락해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하지만 임원들의 자회사 발령이 크게 줄어든 것은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없앤다는점에서는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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