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운영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없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2010년 예산안 관련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세운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장기적인 비전이라기보다 중기목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중장기 목표에 대해서도 “재정운용 형태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타당한지는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중장기적 목표에 따라 예산 배분 목표를 미사여구로 치장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문제점투성이라는 얘기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분류하고, 감세를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부분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국가채무가 2012년 국내총생산(GDP)의 40% 미만인 474조7천억원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재량적 지출과 예정돼 있는 사업을 감안할 때 세출 규모를 균형재정 수준으로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가 채무관리에 대해 보다 솔직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김 교수는 특히 “재정운용의 다양한 측면에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재정으로 할 일을 공기업에 넘겨 공기업 부채가 늘어나고, 민자사업으로 인한 재정부담이 불가피해 이를 바르게 추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담금에 대한 재정적 통제를 위해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으로 구성되는 ‘국민부담률’에 부담금을 포함시킬 것도 제안했다.

그는 연구개발 투자 수준을 2008년 대비 50% 증액한다는 정부의 목표에 대해서는 “상식에 입각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요가 생기면 이에 대응해 사업계획을 세우고 그 뒤에 소요경비를 추계해 예산을 배정하는 게 순서인데, 목표를 먼저 세우고 재원을 배정한 다음 그에 맞게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이 배정된 뒤 사후에 이를 소진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는 형편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감세와 국고보조사업 확대로 인한 지방재정 부담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감세로 2008~2012년 지방세 수입이 30조2천억원 줄고,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제·개정된 국고보조사업 증액 관련 지출법률에 따라 2009~2013년 부담이 4조8천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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