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행안부)장관이 공무원노동조합의 교섭에 응해야 하는 교섭수준은 2가지다. 전체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대정부 교섭과 중앙행정기관 단위 교섭이다. 중앙행정기관 단위 교섭은 세부적으로 전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교섭과 행안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진행되는 기관별 교섭으로 나눌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 교섭은 왜 이렇게 복잡할까? 공무원노조법에 행안부장관이 정부 교섭대표로서 행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것에 반해, 중앙행정기관장들은 정부 교섭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부․처․청, 국․공립대학 소속 공무원과 관련한 요구도 일단 행안부가 일괄해 받는다. 각 기관별 교섭은 행안부장관이 ‘효율적인 교섭을 위해서 또는 다른 기관의 장이 관리하거나 결정할 권한을 가진 사항에 대해서’ 위임을 해야 가능하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선 ‘근로계약관계의 권리·의무가 귀속되는 주체’인 사용자와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가 같은 의미인데 반해, 공무원노조법은 교섭에 응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를 지닌 자로서 ‘정부 교섭대표’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근로자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와 교섭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를 분리하고선, 이 모순을 교섭권 위임 절차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억울한 일이 생겼다. 행안부가 A와 교섭을 시작한다는 말도 없이 진행하면서 나중에 설립신고한 노조(B)가 교섭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하자, 그 교섭 참여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만 3년째 행안부와 A는 중앙행정기관 교섭을 하고 있으며, A에 새로운 산하조직이 생기면 계속 하고 있는 교섭에 터 잡아 소속 기관과 기관별교섭을 하고 협약도 체결하고 있다. 설립신고가 늦은 다른 노조의 산하 조직 중에는 소속된 기관과 대화조차 단절된 곳도 있는데 말이다.

B는 단체교섭응낙가처분의 소를 제기했고, 피신청인은 대한민국이 됐다. 정부 교섭대표인 행안부장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행안부장관은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정부 교섭대표 노릇을 하는 것이다. 법원이 단체교섭의 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관계의 권리·의무가 귀속되는 주체’인 국가라고 판시한 바 있기에(대법원 2009.9.11 선고 2006다40935), 중앙행정기관 소속 국가공무원의 임용관계의 권리·의무가 귀속되는 주체로서 국가가 당사자가 된 것이다.

법원은 “A가 교섭 요구할 당시에는 적법하게 설립된 노조가 A밖에 없으니 교섭에 참여하라는 공고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니고, B는 나중에 설립신고를 했을 뿐만 아니라 상당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취지를 고려해 행안부와 A가 교섭 막바지에 있는 지금, B의 교섭 요구에 대한 행안부의 거부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첫째, 행안부가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살펴보자.

기초자치단체 중 복수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기관에서도 소속 공무원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하면, 다음날 즉시 해당 노조가 교섭요구한 사실을 알리면서 7일 동안 다른 노조가 교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기관이 관리․결정권을 가진 사항에 대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노조는 그 교섭에 참여하면 되는 것이다.

과거 행정자치부에서 2004년에 발간한 ‘공무원단체 업무매뉴얼’은 ‘정부 교섭대표가 교섭요청사실 공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경우에는 다른 관련된 노동조합은 공무원노조법 제9조 제4항에도 불구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며, 정부 교섭대표는 이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공고는 기관단위로 조직된 복수의 단위노조는 물론 교섭단위 내 조합원이 있는 전국규모의 단위노조(지부 등 설치 여부 불문)도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함’이라고 돼 있다. 결국 행안부가 자신이 발간한 매뉴얼도 어긴 것이다.

둘째, B노조의 설립신고 여부와 이의 제기가 없었다는 점을 보자.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법외노조라고 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노조 명칭 사용권을 제외하고는 노동자의 보호를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헌법재판소 2008.12.26 선고 2005헌마971 등 (병합)결정)에서 노동부가 제출한 의견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이 아니고 단지 공무원들의 결사체인 법외단체”라고 돼 있다. B가 법외노조라고 해 교섭권이 배제되는 것이라고 해석해선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설립신고 공고는 7일 간 하고 설립신고 수리 여부는 접수 후 3일이면 알 수 있다. 행안부가 공고를 제대로 했다면, B가 아니더라도 중앙행정기관 소속 조합원을 가진 다른 노조가 설립신고를 했을 수 있다. 절차의 하자는 추측으로 덮을 순 없다. 상당기간 이의 제기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라면, C노조는 설립신고 후 소속 중앙행정기관에 교섭을 요구했더니 기관이 자신에게 교섭권이 없다며 행안부에 요구하라고 하여, 수개월 뒤 행안부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마찬가지로 거부당한 사례에 해당하는데 C노조 정도의 이의 제기라면 적당한 것인가?

셋째, 행안부와 A 간 교섭이 막바지에 와 있다는 점과 관련하여 살펴보자.

B는 행안부와 A 간 교섭의 효력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참여케 해달라는 것이다. B가 2008년 대정부 교섭에도 중앙행정기관 교섭과 기관별 교섭요구안을 포함한 것은, 노조 입장에서 어떻게든 교섭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허나, 대정부교섭도 1년 동안 예비교섭도 시작하지 못했다. 공무원노조법과 그 해석 때문에, 신설노조 산하 중앙행정기관 소속 조합원들은 행안부와 A 간 협약 유효기간에 따라 협약의 보호를 못 받는 기간도 더 길어질 수 있다.

요약컨대 “교섭한다고 알리지 않았지만, 교섭하는 건 맞다”는 것이다. 정리도 안 되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여간 씁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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