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노조 전임자에게도 업무상재해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노조 전임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는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근거로 노조 전임자의 업무상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두 기관의 서로 다른 해석에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것은 노동자다. 최근 대법원은 노조 전임자의 업무상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노조 전임자도 업무상재해 적용을 받는다는 판결은 이전에도 있었다.

결의대회 참석 중 오토바이 사고

지난 2007년 5월30일 저녁 7시. 울산 남구 옥동 소재 한 음식점에서 화섬노조 울산지부 주최로 각 지회별 교섭위원을 대상으로 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11시께 음식점의 영업시간이 끝나 참석자들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결의대회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김선겸 당시 화섬노조 울산지부장(보광지회장 겸임)은 평소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를 운전해 이동하던 중 빗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고 119 구급대에 후송됐다.

김 전 지부장은 이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다음달 20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은 그해 7월 “노조 전임자로서 ‘근로자’가 아니고 위 결의대회를 사업주를 위한 업무로 볼 수 없으므로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했다. 이에 김 전 지부장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노조 전임자의 산재보험 적용 여부

이 사건의 원고는 김 전 지부장이고,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울산지법은 “노조 전임자가 노조의 업무를 전임하게 된 것이 단체협약 혹은 사용자인 회사의 승낙에 의한 것이라면, 전임자가 담당하는 노조업무는 회사의 노무관리 업무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으로 사용자가 본래의 업무 대신 이를 담당하도록 한 것이어서 그 자체를 바로 회사의 업무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전임자가 노조업무를 수행하거나 이에 수반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업무의 성질상 △사용자의 사업과는 무관한 상부 또는 연합관계에 있는 노동단체와 관련한 활동과 △불법적인 노조활동 △사용자와 대립관계로 되는 쟁의단계에 들어간 이후 활동은 예외로 규정했다. 이런 예외적인 사항은 이 사건의 경우엔 적용되지 않았다.

“산업별노조는 기업별노조와 마찬가지로 동종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직접 가입하고 원칙적으로 소속 단위사업장인 개별 기업에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권과 조정신청·쟁의권 등을 갖는 단일조직의 노조라 할 것이므로, 산업별노조의 노조 업무를 사용자의 사업과 무관한 상부 또는 연합관계에 있는 노동단체와 관련한 활동으로 볼 수는 없다.”

노조 전임자도 ‘근로자’

노조 전임자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노동부의 행정해석과는 달리 법원은 “원고가 화섬노조 보광지회장 및 울산지부장으로서 노조의 업무를 전임하게 된 것은 회사와의 단체협약에 의한 것”이라며 “원고는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지부장이 결의대회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재해라고 인정했다.

이런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항소했다.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7월24일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10월29일 공단의 상고를 기각했다. 2년에 걸친 지리한 법정공방은 끝났지만 당사자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노조 울산지부는 “잘못된 행정해석을 근거로 산재 불승인을 남발하는 공단 울산지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공단은 2년여에 걸쳐 한 노동자가 감당해야 했을 정신적·육체적·금전적 고통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관련판례]
대법원 1994년 2월22일 선고 92누14502 최초요양불승인처분취소
대법원 2007년 3월29일 선고 2005두11418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울산지법 2008년 12월17일 선고 2008구합1256 요양불승인처분취소
부산고등법원 2009년 7월24일 선고 2009누379 요양불승인처분취소
대법원 2009년 10월29일 선고 2009두13870 요양불승인처분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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