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차별시정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차별적 처우를 법률이 정한 절차를 통해 시정 받으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차별시정제도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대선하는데 제 몫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입증의 어려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비정규직이 다른 근로자에 비해 차별받는 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선 단순히 지급되는 급여의 차이를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수행하는 업무와 비교대상자가 수행하여야 하는 업무, 내가 불이익을 받은 금액의 규모, 이러한 차별이 합리적 사유가 없다는 점 등을 사실상 근로자 스스로가 입증 ․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아래의 사안은 비정규직 차별사건의 몇몇 쟁점들을 포함하고 있다. 판결문 자체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치면서 ‘어떤 자가 비교대상자가 되는가’, ‘차별시정신청 기간 중 차별부분을 추가할 수 있는가’, ‘비교대상자가 여럿이고, 비교되는 급여 사이에도 차이가 있는 경우 차별적 임금은 어느 대상자를 기준으로 산정되는가’,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차별적 처우는 합리적인 것인가’의 쟁점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변을 준다.

근로자들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소속으로 대구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총장과 체결한 단체협약 및 시간강사위촉계약을 통해 채용 절차, 자격,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규정을 정한 바 있다. 그 밖에 이 대학의 전임강사는 학교법인의 정관, 교직원 복무규정, 학칙, 교직원 보수 규정 등에서 임금 및 근로조건을 정하는 등 각자 다른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이 사건 사용자는 매학기 단위로 시간강사 위촉계약을 체결해 왔다.
근로자들이 비교대상자로 선정한 전임강사는 근무기간을 2년으로 하여 계약이 갱신되면서 근무기간 만료 시 교육업적, 연구업적, 봉사업적에 대한 평가점수에 따라 재임용 또는 승진 되는데 개교 이래 전임강사의 갱신과정에서 누락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비교대상자들의 급여는 호봉제에 의해 결정되고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은 단체협약에 따른 시간당 강의료에 의해 결정돼 왔다. 한편 시간강사들에 대해서 학기 중에는 급여가 지급되지만 방학기간에는 지급되지 않았다.

사용자는 전임강사들에 대해서는 봉급․장기근속수당․가족수당․상여수당․체력단련비․정근수당․명절휴가비․장기근속수당․학사지도비․급량비․업무추진교통비 등 각종 수당을 지급했으나 시간강사들에게는 위와 같은 금품을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 그 외에 사용자는 전임강사에 대해서는 개인별로 독립된 연구실을 제공하고 있으나 시간강사들에게는 공동 연구공간 2곳을 제공할 뿐 적절한 연구공간을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제기하면서 전임강사를 상대로 하는 불합리한 차별처우 내용으로 임금의 결정, 성과급의 지급, 각종수당의 지급, 일반편의시설의 이용 등을 명시했고,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비교대상근로자로 초빙교수와 강의전담교수를 추가로 선정했다. 한편, 사용자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2008년 1월11일 단체협약을 체결해 다음과 같이 시간당 강사료를 시급 당 1천원 내지 3천원을 인상한 바 있었다.

근로자들은 자신들과 전임강사 1년차는 이 사건 사용자의 지시에 의거 강의를 수행하는 과정, 업무 내용 및 업무 성격 등이 이 사건 사용자 소속 전임강사 1년차들과 동일 또는 유사해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주장했다. 전임강사의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은 관련 규정에 의거 소속 대학 또는 학과별로 구분되지 않고 일률적으로 결정되므로 비교대상근로자는 전임강사 1년차라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들의 업무와 전임강사들의 업무 간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제근로자 또는 단시간근로자라는 이유로 봉급 및 각종 수당의 지급, 방학 중 임금지급, 연구실 배정 등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는 게 이 사건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예비적으로 비교대상자를 추가해 강의전담교수(초빙교수)들의 업무 간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및 연구실 배정에 있어 강의전담교수(초빙교수)들에 비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위원회는 근로자들의 신청을 전부 비교대상자의 선정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해 답했다.
“어떤 자가 비교대상자가 되는가”에 대해 법원은 업무를 부수적인 것과 주된 것으로 구분해 주된 업무를 중심으로 상호 비교해 이에 동질성이 있는 경우 비교대상자가 된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한편, 초빙교수도 비교대상자로 봐야 한다는 근로자들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이들이 “채용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배척했는데, 이러한 판단은 결국 실제 비교대상자가 근무하고 있을 때만 비교대상이 될 뿐 제도적으로는 갖추어져 있지만 공석인 경우에는 비교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 “차별시정신청 기간 중 차별부분을 추가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에 대해 이를 일정정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들은 최초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건 심판청구를 제기할 때 비교대상자를 전임강사로만 하다가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단계에 가서 비교대상자에 초빙교수와 강의전담교수를 추가했다. 이유는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제출한 관련 자료를 통해 전임강사 이외에도 비교가 가능한 대상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들이 회사의 전반적인 사항을 알 수가 없고 고용유형이 다양화 돼가는 일반적 추세로 볼 때 적절한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 “비교대상자가 여럿이고, 비교되는 급여 사이에도 차이가 있는 경우 차별적 임금은 어느 대상자를 기준으로 산정되는가”가 문제돼 왔다. 확산돼가는 연봉제 하에서는 같은 수준의 근로자들 사이에도 급여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경력이나 학력 등을 고려해 비교대상자를 선정해도 비교대상자가 복수일 경우 비교대상 임금이 동일하지 않은 상황은 흔히 발생된다. 이 사안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여기에 관해 법원은 “최대”, “최소”로만 지적했을 뿐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론하고 있지 않다.

넷째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차별적 처우는 합리적인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이 사건이 근로자 패소로 이어진 결정적 원인이 된다. 법원은 단체교섭의 결과가 차별적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제공한다고 보았다. 법원의 판단은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노조가 임금협약을 체결한 것은 노조 스스로가 비정규직에게 주어질 적정한 급여수준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에 따른 결과적 차별은 합리성을 갖는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그러나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된 임금수준은 노조의 더 많은 인상요구와 사용자의 더 낮은 인상요구가 상호 경합하는 과정에 많은 외부적 요인들이 결합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군다나 노조는 단체교섭을 통해 개별근로자들에 관한 부분 이외에도 노조 활동을 위한 채무적 사항에 대해서도 패키지로 교섭하면서 전체적인 합의결과의 균형을 추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이 임금 및 근로조건에 국한된 차별배제를 추구하는 기간제법 상의 차별금지원칙이 말하는 합리성의 범위에 단체교섭의 결과물이 포함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아쉽게도 이 사건은 항소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만일 이 부분에 대해 더 다투어 보았다면 비정규직 차별과 단체협약 사이의 상관관계를 법리적으로 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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