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등 공기업노조가 파업을 앞두고 있다. 임금 등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파업을 한다. 이처럼 교섭대상에 관해 노조가 법적인 절차를 거쳐 파업을 하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사용자가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아 노조가 작업을 중단시킨 경우는 어떤가.
물론 현실적으로는 노조가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에 작업 중단으로 대응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단체협약 위반에 항의해 시위를 진행하거나 간혹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근래 노조가 작업 중단으로 대응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주도한 노조간부는 업무방해죄로 기소됐다. 다음은 이 사건에 관한 변론요지서로 필자가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1. 오는 6일 피고인들에 대해 선고가 내려집니다. 피고인들은 기아자동차(주)의 화성공장에 근무하는 정규직 근로자들입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에 소속된 조합원들로, 피고인 소양수는 화성지회의 수석부지회장이고 손아무개는 ○○부장입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킨 것에 대해 피고인들은 업무방해죄로 기소됐습니다.

2. 올해 3월18일 피고인 소양수는 지회장이 지회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수출형 2.0포르테 생산라인에 외부에서 납품된 5단 자동변속기가 투입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곧바로 지원담당이사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가동을 중단시키겠다고 한 후 피고인 손 부장에게 지시했고 피고인 손 부장은 스위치를 작동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켰습니다. 지금까지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3. 기아자동차 단체협약은 “회사는 신차종·신기술·신기계(자동화) 도입의 계획단계에서부터 노조에 통보하고 조합의 의견을 신기술·신기계(자동화) 도입계획에 적극 반영한다. 단, 신차종·신기술·신기계 도입시 작업환경 개선과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노사 의견일치해 시행한다”고 규정하고(제45조 제1항), 위 단체협약상 ‘신차종’에는 “F/L, 엔진, 변속기, 엔진 및 변속기용 소재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효력을 갖는 별도회의록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이 단체협약에 따른다면 변속기의 교체는 당연히 ‘신차종’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기아자동차(주)는 북미수출형 2.0 포르테에 기존 4단 자동변속기를 5단 자동변속기로 교체, 투입하면서 노조에 통보하고 그 의견을 도입계획에 반영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이 5단 자동변속기의 교체, 투입에서 작업환경 개선과 근로조건에 관하여는 노사의견일치해 시행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노조와의 의견일치는커녕 노조에 통보하고 의견을 구한 사실조차도 없었습니다. 이상과 같이 이 사건에서 5단 자동변속기로의 교체, 투입은 명백히 위 단체협약의 위반에 해당합니다.

또한 기아자동차 단체협약은 “회사는 타 법인과 조직 통폐합 및 생산(KD포함)·연구·정비·판매부문의 전부 또는 일부(공정 포함)를 외주처리(모듈화 포함), 분사 및 하도급으로 전환할 경우 계획 확정 전 조합에 서면으로 통보하고 노사 의견일치해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46조 제1항). 이 규정은 외주화로부터 조합원 등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생산의 일부라도 외주·하도급으로 전환할 경우 계획 확정 전 조합에 서면으로 통보하고 노사 의견일치해 시행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하던 4단 자동변속기를 외부 회사에서 생산한 5단 자동변속기로 교체, 투입한 것이고 명백히 위 단체협약 위반입니다.

4. 이 사건에서 사용자는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고소했고, 검찰은 업무방해죄로 피고인들을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노조의 작업중단권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단체협약상 산재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행사가 가능한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교섭대상을 가지고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단권을 행사한 것도 아니어서 이 사건 작업 중단은 법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근로자는 근로계약으로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지만 노조를 조직해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을 정할 수도 있고 이것은 기본권으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습니다. 근로계약은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사용자의 임금지급을 주된 의무로 하고 있으나 이외에도 근로제공에 있어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사항을 정할 수 있고 단체협약에도 구체적으로 명시합니다. 계약상 의무를 계약 당사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른 당사자는 그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하는 외에 스스로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에서 정해진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임금을 공제하고 사유에 해당하면 징계 등 처분을 하게 됩니다. 이 사용자의 행위는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정상적인 의무의 이행이 아닌 방식으로 대응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용자의 행위가 허용된다는데 대해서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근로계약상 의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는 어떤가요. 역시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사용자가 근로계약상 의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근로자도 근로제공 등 정상적인 의무이행을 거부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단체협약은 노조가 체결합니다.
 
이 협약 체결 당사자로서 노조는 사용자에 대해 단체협약을 이행하도록 하고 이행하지 않는 경우 정상적인 근로제공 등을 하지 않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위 단체협약에서 회사는 노조와의 의견일치로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협약을 통해 조합원은 노조가 위 단체협약 사항을 회사가 시행함에 있어서 회사와의 의견일치를 통하도록 함으로써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보장받게 됩니다. 이 협약은 집단화된 근로계약으로서 개별 근로계약으로 정할 수 없는 사항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위반하는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정상적인 근로제공을 하지 않음으로써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노조가 주체로서 정상적인 근로제공을 하지 않도록 대응할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더구나 이 단체협약에서는 명시적으로 노조와의 의견일치를 통해 시행한다고 정함으로써 단순히 개별 근로자의 권리로서가 아닌 노조의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협약에서 회사는 노조와의 의견일치로 일정한 사항을 시행하겠다고 확약했고 이에 따라 노조는 이 단체협약에서 정한 사항의 시행에서 회사와 의견일치할 주체로서의 권리를 획득하게 된 것입니다. 이 단체협약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경우 노조가 단체협약상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그 시행을 저지한 것이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인가. 사용자 스스로 협약을 통해 노조와의 의견일치를 통해 시행하겠다고 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단체협약을 위반한 회사의 시행도 업무방해죄로 보호해야 할 업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적어도 업무방해죄에서 업무는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업무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사용자의 업무는 스스로 정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단체협약상 노조의 권리를 침해한 것입니다. 또한 노조의 작업 중단은 위법한 시행에 대해 단체협약상 권리자로서 했던 것이므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아자동차(주)에서는 그동안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시 노조가 작업 중단으로 대응해 온 관행이 있어 노동관행으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노동관행으로서 정당한 권리로 행사한 노조의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업무방해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결여됐거나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는 것입니다. 무죄 선고를 통해 우리가 근로계약 이행을 형벌로서 근로자에게 강제하던 1800년대 주종법하의 영국보다는 나은 상태에 있다고 선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이 사건은 피고인 손 부장이 라인 중단 스위치를 내린 것으로 과연 이러한 행위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의문입니다. 사용자에 대해 집단적인 노무제공 거부 등 ‘위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5. 이 사건은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으로 발생된 것입니다. 단체협약은 노사 간의 신의를 통해 유지됩니다. 단체협약이 사용자에 의해 이행되지 않는다면 노사 간의 신뢰는 유지될 수 없고 결국 단체협약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상태는 서로의 실력행사가 통용되는 그야말로 쟁의상태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노조는 이 상태로 바로 갈 수도 없습니다. 단체협약 위반에 대응해 곧바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우리의 법·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사건에서 노조가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을 저지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즉시적이며 효과적인 방식은 작업 중단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이제 노조 집행부에서 물러나 현장에 복귀하게 되는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해도 최대한 관대한 처벌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9.11.2 피고인들의 변호인 변호사 김기덕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