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는 지난 1월1일부터 아르헨티나와 페루·칠레·브라질·베네수엘라·멕시코 등 남미 6개국 현지취재를 통해 21세기 새아침 각국이 처한 상황을 되짚어보면서 이들 나라의 현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를 점검했다. 남미 각국이 겪은 실패와성공의 지난 역사속에서 우리나라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반성해야 할지 전문가 좌담을 통해 평가한다.


참석자 안충영 교수·중앙대 경제학이영조 교수·경희대 아태대학원 교수·정치학이미숙 기자·문화일보 정치부


▲안충영〓문화일보의 ‘남미로부터의 교훈’시리즈의 메시지는정치논리에 경제개혁을 오염시키지 말고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으로 현재 우리의 상황을 잘 집어내고 있다. 특히 이 기획물은 우리경제가 지난해 하반기 하드랜딩 수준으로 간 상황을 남미와 비교해 우리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해 4월총선, 6월 남북정상회담때 정치논리에 경제논리가 함몰된 상황을 잘 보여줬다.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일관성있는 구조조정 정책의 필요성, 정치와 독립된 경제논리의 필요성을 보여줬다.

▲이미숙〓남미 각국의 정치불안정과 부패 뿌리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이영조〓남미는 대표적인 타협국가, 즉 포퓰리즘적 시스템이다. 이익집단·계급·지역·도농 사이의 타협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타협은 중요 집단과 계층에게 다 조금씩 나누어주는 전통을낳았고 이로 인해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가져오고 있다.

▲안충영〓라티푼디움(대토지소유제) 시스템이 문제다. 남미는식민시대부터 토지개혁이나 사회적 통합이 한번도 있어본 적이없다. 지배세력은 항상 지배세력이었고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권력을 장악하고 자기들의 경제적 위상을 향유하기위해 자체내에먹이사슬을 구성하고 있다.

▲이미숙〓남미 각국은 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따라 경제성장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는 점점 커지고 실업률은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책임을 돌리고 있고, 다른이들은 민주주의 결여와 정책 문제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안충영〓신자유주의정책을 채택한 멕시코와 칠레는 성공했다. 아르헨티나의 실패는 민영화의 방법론상의 문제 탓이다. 동아시아 모델 대표가 인간자원 부국인 한국이고. 라틴아메리카는 천연자원 부국이다. 하지만 남미의 딜레마는 문맹률이 높다는 것이다. 즉 교육 기회의 균등성이 보장되지 않아 엘리트 계층이 재생산되고 이것이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영조〓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얼마나 신자유주의인가의 문제이다. 아르헨티나를 보면 공영화하면서 도로까지 다 팔았다.문제는 외국자본이 사기도 했지만 80~90% 정도가 외국과 결탁한아르헨티나 대자본이 샀다. 더 큰문제는 안교수 지적대로 인적자원의 공급과 분배가 왜곡됐다는 점이다. 브라질의 경우 인구는우리의 4배인데 대학생수가 우리의 10분의 1이다. 남미의 교육 불평등이 부의 불평등을 낳고 이것이 엘리트 계층내의 부패를 만연시키고 있다.

▲이미숙〓남미병의 문제는 리더십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멕시코의 경우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이 선거용 경기부양책의 유혹을 이겨내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아르헨티나는 그러지 않았다. 지도자의 일관된 리더십이 경제위기를 극복해나가는데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안충영〓멕시코를 보면 정부 사이클과 경제 사이클이 맞물려돌아간다. 특히 한 정권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서 민중영합주의(포퓰리즘)로 흘러간다. 외채 위기 상황속에서도 구조조정과고통 분담이 실현 되지 않고 노조와 손쉬운 타결을 짓는 역사를반복해왔다. 이러한 전통적 포퓰리즘이 경제를 약화시켰다.

▲이미숙〓남미의 포퓰리즘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칠레 정치학자 알프레드 레렌교수는 정당시스템의 부재가 포퓰리즘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는데 한국의 인물중심 정치와 취약한정당시스템이 이같은 현상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듯하다.

▲안충영〓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개혁을 미래로 연기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쉽게 타협하는 것이 경제적 포퓰리즘인데 우리나라에도 일부 개혁 프로그램을 제때 시행못하고 지연되고 있다. 실제로 사실상 구조조정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과 ‘국제통화기금(IMF) 졸업선언’ 등도 정부의 포퓰리즘적인 정책 발상이었다.

▲이미숙〓남미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안충영〓인적자원 개발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국가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정책을 추구하되 노사갈등은 노사상호간의 대화에 맡겨야 한다. 이와 함께 국가가 노동자들의 직업훈련, 재취업, 기능훈련을 강화하고 제도화해야한다. 남미에는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이 부족해 부실한 공교육과 기능교육, 적은 노동자 전업 기회를 가져왔다. 단순 실업수당식 접근은 위험하다.또한 포퓰리즘을 뛰어넘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브라질의카르도수 대통령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리더십은 여야를통합할 수 있는 힘, 노조도 동참시키는 리더십, 구조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지도력이자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힘이다.

▲이영조〓남미의 실패에서 배울 점이 많다. 남미의 문제는 인기영합적인 경제정책 운영과 이로 인한 통화남발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반복적인 국가적인 모라토리엄(지불유예)선언이다. 문제는우리도 현재 인기영합적인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데 있다. 말은 신자유주의인데 결과는 딴 방향으로 나타난다.예산팽창은 현재 우려할만한 실정이다.

▲이미숙〓남미상황과 우리나라 조건을 그대로 동일시하는 것은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남미의 동아시아 모델 연구자들은 한국이 지닌 장점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구조조정의 위기와 포퓰리즘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안충영〓과거 박정희 전대통령때 한국성장모델은 초고속 공업화 전략이었다. 우리 스스로의 기술개발 속에서 한국경제를 성장시켜왔다. 한국경제의 구조조정도 박정희식 모델처럼 압축적으로 실시하면 이른 시일안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멕시코에서 볼 수 있듯이 설령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어도 포퓰리즘으로 경제개혁을 무산시키지 않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남미의 비극은 중산층에 해당하는 국민의 생산성이 동아시아보다 떨어진데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저축성·근면성·숙련도 등은 월등하다.21세기는 지식의 세기다. 자원이 없는 대신에 인적자원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이영조〓우리나라는 현재 경제개혁의 아주 좋은 기회를 놓쳤다. 위기때 외부압력을 빙자해서 개혁해야 했다. 지난해 선거를 의식해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는 정치논리에 입각한 경제를했다. 이제라도 경제논리에 의한 경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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