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3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2라운드 사업이 지난 6월 공식 종료됐다. 이는 3라운드 사업의 시작을 의미한다. 사업장마다 격차가 있어 아직 진행 중인 곳, 시작도 못하고 입씨름만 하는 곳, 아예 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곳도 있다. 그래서 2라운드 종료라는 것이 큰 의미를 갖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2라운드가 종료되기도 전에 현장에서는 이 사업이 매우 무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이제는 개선이다! 다시 시작되는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10가지 확보과제’라는 소책자를 통해 1라운드의 한계를 딛고 발전된 2라운드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유감스럽게도 2라운드 사업은 아주 소수의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벌써 노조의 무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 좀 나은 곳의 경우 외부의 조사기관 선정에 매달릴 뿐, 조사결과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경제 위기 운운하며 간단한 개선도 안 해

문제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총자본의 공격'이다. 개별기업은 경제위기 운운하면서 아주 간단한 개선조차도 안 하려고 한다. 정부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통해 안 그래도 낮아지는 산재승인율을 더 빠른 속도로 끌어내리고 있다. 홍희덕 국회의원실의 국정감사 요청자료에 따르면 공식적인 업무상질병판정위의 지난해 근골격계질환 승인율은 58%였다. 그렇지만 일부승인 등을 고려하면 50%가 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산별노조의 개별 지회·지부의 노동안전보건부서장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투쟁과 희생을 치르면서 확보한 권리인데 이렇게 무력해지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밑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사업이 갖는 안전보건운동에서의 전략적 지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노조 전체 활동으로 끌어가야

우리는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적정한 노동강도’에 대해 강제하고 개입할 수 있다. 과거에는 공장의 라인속도가 너무 빠르다거나 업무량이 너무 많다고 느껴도, 해고나 구속을 각오하고 라인을 세우지 않으면 노동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단체협약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의도된 무노조파업(Wildcat strike)을 통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였다. 그런데 이 조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열린 것이다.

이 중요한 사업이 노조 전체의 활동이어야 함에도 노동안전보건부서의 사업으로 제한돼 끝까지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다. 마치 해마다 한 번 치르고 마는 작업환경측정이나 건강검진처럼 되어간다.(왜곡이 있을 수 있어 첨언하는데 작업환경측정이나 건강검진 또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파악한 사용자단체에서는 ‘유해요인조사 3년 주기 철회’ 등을 주장하고 있다. 법을 안 지켜도 시정조치밖에 당하지 않는 사업장들의 총수인 한국경총에서는 아직도 할 말이 많은 가 보다. 하물며 미국에서조차 법이 효력을 발휘하고도 10여년이 지난 뒤에야 질병이 관리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아직 포기하거나 뒤걸음질 할 단계가 아니다.

조합원 스스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두 가지만 제안하려 한다. 우선, 작업장 개선을 꼭 챙기자. 위험요인 평가결과에 따라 단기·중기·장기로 구분된 개선대책이 집행부가 바뀌면서 책임지지 않고 유야무야 된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조사하면 뭘 하겠는가. 두 번째는 조합원 참여를 최대한 독려하는 것이다. 조합원이 스스로 참여·개선할 수 있도록 해 책임과 권리가 별개가 아님을 인식케 하자. 노조 집행부의 과잉서비스(?)는 자판기 노조와 무관심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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