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의 강경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변화는 없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28일 재보선에서도 패배했다. 그러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명박 정부를 이미 겪어 봤기 때문이다. 재보선 하루 뒤 노동계 최대 현안인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6자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렸다. 재보선 결과와 노사정대표자회의,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까.

“강경책, 조금은 자제되겠지만…”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

일단 지금 발등에 떨어진 노사관계 현안은 전임자임금과 복수노조 문제다. 재보선 결과가 이 문제에 대해 여당의 주도권을 조금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고 봐야 한다. 당장 재보선하고 노사관계의 연관관계는 없을 것 같다.
여당의 주도권에 문제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여당이 주도권을 상실했다. 내년에 지방선거도 있고 앞으로 총선·대선도 있는데, 강경책을 조금은 자제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지역에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 사이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일단 재보선 결과만 가지고 봤을 때는 노동계 현안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직접적인 영향은 총체적으로 여당의 정국 주도권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그것이 노동 문제를 푸는 데 간접적인 영향은 줄 것이다.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변수는 재벌의 이해관계”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당장 시작된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 논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의 변수는 재보선보다는 재벌들의 이해관계다. 혹자들은 한나라당이 노동현안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 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얘기하지만, 그건 홍보전략 차원의 지적이지 전략 자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아니다. 선거 몇 표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을 손볼 수 있는 지렛대로 변화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도 마음껏 휘둘렀는데 하물며 이명박 정부가 이 기회를 놓치겠나. 이 정권 성격으로 봤을 때 노동계에 나쁜 형태로 강행할 것이다. 노동계 투쟁도 변수가 안 될 것이다. 한국노총도 전임자임금 하나만 주면 모든 것을 내줄 것 같은데, 정부와 한나라당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도 언론발이나 받으려고 하는지 대화에 참여했던데, 글쎄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진보정당 통합운동 등 되지도 않을 얘기를 하지 말고,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지금 집행부는 조직혁신을 위한 틀을 닦는 데 매진해야 한다. 고민만 하지 말고 없는 역량을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책추진 재고할 만큼 영향 있는 사안 아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를 놓고 향후 노사관계에 대한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고, 이것이 정책의 추진력을 떨어뜨리지 않겠냐는 일반적인 관측은 가능하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노동계 최대 현안인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재보궐 선거 이전에 이슈화해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복수노조·전임자 문제가 개별 근로자한테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이슈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복수노조·전임자 문제와 관련한 방침은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약간 다른 의견도 나올 뿐더러 아직 당론도 결정되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 문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로 여당의 정국주도권이 약간 약화됐다는 차원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책 추진 여부를 다시 결정할 정도의 영향을 끼칠 만한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칼자루 쥔 노동계가 돌파구 만들어야”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재보궐 선거가 향후 노사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당분간은 선거에 졌기 때문에 겸손모드로 가야 할 것이다. 노동법 개정 문제에 있어서도 노사 특히, 노동계 의견을 좀 더 진지하게 듣지 않겠나. 하지만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계가 돌파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칼자루는 노동계가 쥐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에서 자율교섭제를 도입하되, 안 되면 창구 단일화를 하면 된다. 노조가 걱정하는 것은 노조탄압 아닌가. 사용자측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논의를 같이하면 될 것 같다. 경영계도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다. 노조 난립을 막는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전임자임금과 관련해서도 노동계가 먼저 안을 내는 게 맞다. 내부에서도 자정해야 한다. 노사 모두 걱정하는 것에는 공통분모가 많다. 속 시원하게 터놓고 대안을 얘기하면 해결되지 않겠나. 노동계가 강경투쟁을 경고하고 있는데, 이것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행위다. 투쟁은 대화와 병행하는 것이다. 대화가 안 되면 투쟁하는 것이다.
정부는 원칙을 밝힐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입법권을 가진 여야 모두 공식입장이 없다. 다음달쯤 되면 정리될 것이다. 정부가 요청하면 가능하겠지만, 정부는 강행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국회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일(시행 유예)은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밀어붙이기에 제동, 정책연합 파기 어려울 듯”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대)



한국노총이 중산층이나 서민층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한국노총을 껴안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로 한국노총을 밀어붙였다. 서민층을 공략하면서 지지도에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보선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밀어붙이기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정부가 약해졌기 때문에 정책연합을 깨는 것은 어려워졌고,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문제도 표와 관련이 되면서 밀어붙이기 어렵게 됐다. 이 문제뿐 아니라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해야 할 문제들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공무원노조도 함부로 밀어붙이기 어렵게 됐다. 보궐선거 이전부터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책은 무리수였다. 정치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노총 가입을 금지시키려 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도 노동탄압국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재보선 결과에 대해 정부·여당은 답답하겠지만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공무원노조를 계속 밀어붙였으면 노동운동을 합리적으로 만들기는커녕, 해고자들을 양산해 극렬 노동운동가만 양성했을 것이다.


“대화의 장에서 무조건 강경하진 못할 것”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

재보선 결과에 상관없이 지금대로 정책을 밀어붙일 것 같다. 약간 멈칫하겠지만, 그대로 갈 것이다.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화의 장이 마련됐으니까 어떻게든 결론이 나지 않겠나. 민주노총의 참여는 의외지만 잘한 것 같다. 대화의 장에서 정부도 무조건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합의되거나 결렬되거나 이제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복수노조 문제와 관련해서 기업 차원의 복수노조에는 반대한다. 우리 문화에서는 노동자에게 불리하다. 노조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온건한 노조하고만 대화하고 합의할 것이다. 산별단위 복수노조는 인정하지만, 기업단위는 노조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노동계가 협상용으로 자율교섭제를 주장하는데, 노사 양측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 논리의 설득력도 없다. 제 덫에 걸리는 것이다. 일관되게 기업단위 복수노조는 반대해야 한다.
전임자임금과 관련해 지급한다고 해서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다. 임금지급이 필요하다. 노조라는 것이 노동자뿐 아니라 기업의 이익도 생각하는 단체다. 월급을 준다는 것은 노사협력 차원에서 좋다. 어쨌든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노사 모두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공무원노조 단결권 문제다. 복수노조·전임자임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노동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 문제가 진짜 노동기본권에 해당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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