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돼서 기쁩니다. "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최근 아디스닷컴이라는 인터넷업체에서 해고통지를 받은 앨리 아렌버그의 실제 반응이다. 해고 얘기만 나오면 붉은 머리띠부터 생각나는 한국에선 한가롭기 짝이없는 반응이지만 정신없던 생활에서 벗어나 이제야 사생활을 추스릴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 해고를 반기는 이유다.

최근 미국에선 닷컴기업들의 감원열풍으로 젊은 첨단인력들이 대규모 거리로 내몰렸지만 대상자들이 반발은 커녕 오히려 이처럼 해고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닷컴기업을 상징하는 과중한 업무시간과 급박한 시장환경에서 해방돼 마침내 삶의 중심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같은 부류가 늘고 있다며 비록 닷컴을 통한 출세의 꿈은 접게됐지만 그렇다고 동정심을 베풀 필요도 없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 대다수 해고대상자들은 짬이 없어 미뤘던 결혼식을 올리거나 퇴직금을 이용해 여행을 즐기고 또 자기개발 차원에서 진학을 준비하는 등 그동안 내팽겨치다시피한 개인생활을 본궤도에 올리는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앨리 아렌버그의 경우 약혼자와 올 가을 결혼계획을 세웠다며 "해고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해고되니 스트레스도 없고 개인생활에 충실할 수 있어 "해고가 가장 큰 축복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문닫은 빅월드닷컴의 전직원 마이클 파인스틴도 비슷한 심정이다. 최근 고대하던 동남아 여행을 떠나게 된 그는 "직장을 잃은 대신 사생활은 훨씬 개선됐다"며 "자기계발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노동시장 관계자들은 닷컴업체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중년의 위기'가 일찍 찾아오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워낙 치열한 경쟁과 업무환경에 시달리다 보니 통상 중년이 돼서야 찾아오는 공허감이 20대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렌버그는 "다음 직장은 좀더 여유로운 곳을 찾을 것"이라며 닷컴생활을 통해 "일보다는 인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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