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산업별노조인 A노조는 2006년 8월21일 B회사에게 A노조지회가 설립됐음을 통지했고, 2007년 1월30일과 2008년 7월1일 단체교섭을 해 A노조의 명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위 지회에서 탈퇴한 채권자 등은 2009년 7월1일 기업별노조의 규약을 제정하고, 같은날 울주군수에게 노조설립신고를 했으나, 같은해 7월3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부칙 제5조 제1항의 복수노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신고를 반려했다. 이에 B회사는 채권자 등이 설립한 노동조합이 복수노조에 해당한다며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자, 채권자 등은 울산지방법원에 단체교섭응낙 가처분신청을 했다.

2. 대상판례의 검토

가. 노조법 부칙 제5조 제1항이 금지하는 복수노조의 범위
노조법 제5조에서는 복수노조의 설립을 전면 허용하면서, 동법 부칙 제5조 제1항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2009년 12월31일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나의 사업(장)에 조직형태가 동일한 노조의 설립을 금지하는 복수노조 금지조항이다. 이 부칙 규정에 있어서 복수노조에 해당하는 ‘노조’의 의미에 대한 해석을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위 규정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는 경우’란 노조 설립 자유의 원칙에 대한 한시적인 예외규정으로 마련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가급적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라는 점 등으로 여기서의 노조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단위로 조직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1)
즉, 기업별노조에만 복수노조의 설립이 금지되는 것이므로, 따라서 기존노조가 기업단위를 벗어나 산업별ㆍ직종별ㆍ지역별 단위노조나 산업별 연합단체와 총연합단체의 경우에는 이에 관한 아무런 제한 없이 어떠한 ‘조직형태’의 노조라도 새로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것이다. 2)
이에 대해 노동부는 하나의 사업(장)에 노조가 조직돼 있는 경우에는 그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조직대상에 포함되는 근로자는 당해 사업(장)에 새로운 기업별 노조를 설립하거나 초기업 단위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며 복수노조에 해당된다3)고 해석하고 있으나, 이는 명백히 노조법 명문에 반하는 해석으로 타당하지 않다.

한편 이전의 하급심 판결을 보면, 기존의 노조와 새로운 노조가 모두 기업별 단위노조인 경우에만 복수노조 금지 규정이 적용되므로 기존 노조나 새로운 노조 중 어느 하나가 초기업적인 단위의 노조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4) 그러나, 이후 대법원 판결들은 ‘기업별노조’ 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경우’도 포함한다5)고 보고 있다.
 
즉, ‘부칙 제5조 제1항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는 기업별 단위노조가 설립돼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고, 다만 위와 같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독립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한, 초기업적인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조의 지부 또는 분회로서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을 하면서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해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단위노조에 준해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했다.

여기서 판례가 취하고 있는 이른바 절충설은 타당하지 않은 바, 부칙 제5조 제1항의 규정에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새로운 기업별노조의 설립을 금지한다는 것이지, 사실상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경우에도 금지된다고 하고 있지 않다. 이는 명문에 반하는 것이며, 산하조직의 교섭체결권한 여부 등은 노조 내부의 자율적인 권한분배의 문제이고 언제든지 내부적인 의사결정, 규약변경 등을 통해 변화될 수 있는 것임에도 이로 인해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기업별노조의 설립이 좌우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6)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대상판례 - 산별노조 지회 설립이후 기업별노조 설립가능 여부
대상판례는 B회사의 근로자들이 가입한 A산별노조 지회가 존재하고 단협까지 체결한 상태에서, A산별노조 지회를 탈퇴한 B회사 소속의 일부 근로자들이 새로운 기업별노조를 설립한 경우로서, 특정기업의 근로자 일부가 가입하고 있는 기존 산업별노조 지회가 존재하는 경우 그 기업에 신규 기업별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앞서 살펴본 판례에 따르면 해당 지회가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는 것과 더불어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권한을 가진다면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경우’로서 신규 기업별노조는 복수노조에 해당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례는 “지회의 규칙에 의하면, 지회의 총회 및 대의원회의는 조합 및 지부의 의결사항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없고(제13조, 제18조) … 지회의 단체교섭은 조합 및 지부의 방침에 따르되 위원장의 위임에 의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지회 총회를 거쳐 위원장의 승인을 얻은 후 교섭위원 연명으로 서명하여 체결(제33조·제34조)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는 바, 위 규칙에 의할 때 위 지회가 조합의 위임이 없이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A산별노조 지회는 노조법 부칙 제5조 제1항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는 경우’에서 말하는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준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채무자인 회사는 채권자 등에 대해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B회사는 산별노조의 교섭요구에도 복수노조를 구실로 교섭을 거부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3. 결론

현행법상 복수노조 금지 규정은 헌법상 기본권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것임에도 오히려 노조법 부칙을 통해 친기업성향 노조의 설립과 생존의 기반으로 악용됐던 것이 악법과 현실의 조응이었다. 한편 최근까지는 복수노조와 관련해 주로 기업별 단위 노조 설립 이후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가 산별노조 등 초기업적 단위로 조직된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가 문제됐다. 대상판례는 산별노조의 지회 설립 후 기업별노조의 설립이라는 사실관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기존 판례와 기본적인 입장은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판례는 부칙 제5조 제1항에 있어서 ‘기업별노조’에 한정해 해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경우’까지 확대 해석하고 있다. 이는 노조법이 자유로이 노조의 조직의 자유를 보장한 조건에서 예외적으로 그 설립을 제한하고 있고, 위 조항은 기본권 제한규범이므로 기본권의 최대보장ㆍ최소제한의 원칙 및 엄격한 해석의 원칙이 적용돼야 마땅할 것이다. 앞으로 노조법 부칙에 가로막혔던 복수노조의 시대가 열릴 것인지 현재까지는 지켜볼 일이나, 함께 논의되는 ‘교섭창구’ 문제에 있어서도 노조법 부칙 규정의 위헌적 요소 즉 노동자의 자주적인 단결권을 보장하는 취지로 볼 때 삭제하고 노사 간의 협약자치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각주]

1)김기덕, ‘산업별노조의 조직과 조합활동에 따른 법적검토’ 「산별노조와 노동법」(노동과법 제2호), 금속산업연맹 법률원 2002. 194면
2)사법연수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2006, 74면
3)노동부, ‘복수노조의 설립ㆍ단체교섭 관련지도 및 사건처리 방향’(2005.7.29, 노동조합과-2108)
4)부산지법 1998.10.21 98카합5827
5)대법원 2002.7.26선고 2001두5361판결 ; 대법원 2004.7.2선고 2004다24854판결 서울고법 2007.8.24 선고 2006두1092결정도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에선 판결로서 대법원 2008.1.11선고 2007마1170 결정에 의해 확정됐다.
6)김기덕, ‘산업별노조의 조직과 조합활동에 따른 법적검토’, 199면; ‘산별노조에 관한 법 해석 및 개선방안의 문제점에 대하여’「산별노조의 단체교섭」(노동과법 제5호) 금속산업연맹 법률원 2004. 2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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