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나온 노동관련 뉴스를 검색했다.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에 관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시행 여부가 최고 순위를 달리고 있었다.

임태희 노동부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가 노조법을 그대로 시행해 내년 1월1일부터 전임자급여 지급을 금지하겠다고 발언했고,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는 이에 반발하며 맞서고 있다. 경총을 위시한 사용자단체는 복수노조 허용 문제와 달리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는 그대로 시행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를 규정한 노조법을 시행하려는 정부와 경총 등 사용자단체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선진국에서는 전임자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전임자급여를 지급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전임자급여 지급을 금지한 노조법을 시행해야 한다.”

전임자급여 지급에 관한 문제는 우리의 후진적인 노사관계를 대표하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사용자와 정부는 주장해 왔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 노사관계 선진화를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노동조합을 압박해 왔다. 과거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일명 노사관계로드맵)에서도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에 관한 문제가 논의됐다. 복수노조 허용 문제가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에 관한 문제와 결부돼 시행이 유예되기도 했다. 정부와 사용자단체는 전임자급여 지급 문제를 들며 노동귀족이니, 후진적인 노조운영이니 비난했다. 이정 등 노동법 학자들도 사용자가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며 입법론적 타당성 주장했다.

과연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이 잘못된 후진적인 관행일까. 특정 사업(장) 종업원이면서 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조대표자의 활동시간을 보장하고, 유급처리하는 것은 우리만의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독일처럼 아예 사업(장) 내에 노조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업(장) 내 조합원들의 대표인 노조신임자의 활동을 사용자가 유급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보전하지 않는 부분은 노조가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등 선진외국에서도 사업(장) 내 노조조직이 존재하는 경우 얼마든지 노조대표에게 유급으로 활동시간을 보장하는 사례가 있다. 오히려 보장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은 노조와는 별개로 사업(장)에서 사업장평의회가 존재하고, 노조가 평의회 구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를 통해 사업장 내 주요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평의회 위원들의 유급활동 보장과 각종 편의제공은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사용자를 상대로 한 소송비용까지도 승패를 떠나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독일의 평의회는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우리의 경우 노동조합이 독일 평의회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노조법·근로기준법 등에서 단순히 조합원의 대표가 아닌 당해 사업(장) 근로자의 대표로서 기능과 역할이 광범위하게 주어져 있다. 실질적으로도 그 기능을 수행해 왔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 때문에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은 유급으로 하고 전임자급여 지급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한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우리의 경우 노사협의회가 독일의 사용자평의회가 수행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법률이 정하고 있다. 독일에서 평의회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을 노동조합이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망각한 주장일 뿐이다. 어느 정도까지 유급 활동을 보장할 것이냐는 것은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노사관계에서 선진적인 외국의 입법례는 노조 전임자급여 금지규정을 찾기 어렵다. 어디까지나 노사합의로 정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국제노동기구(ILO)가 그동안 한국의 전임자급여 금지규정의 삭제를 권고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은 잘못된 후진적인 관행이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후진적인 관행’이라는 이유로 법을 통해 금지한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한편 전임자급여 지급 등 사용자의 노조활동에 대한 편의제공 지원은 노동조합의 자주성 차원에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우리의 경우 사용자·정부·노동법 학자, 심지어 노조간부들 사이에서도 ‘관행’적으로 존재한다.

노동조합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사회에서 사용자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근로자들의 단결체다. 이 단결체는 사용자와의 근로조건 등에 대한 교섭을 통해 조합원인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 같은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존재한다. 노동조합의 존립이 일정 사용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편의제공 속에서 수행되는 것이다.

오늘날 어떠한 노동조합, 그야말로 외국의 거대한 산별노조라 할지라도 사용자의 편의제공 없이 사업(장) 내 노조활동은 존립하기 어렵다. 나아가 사업(장) 외 노조활동까지 사용자의 편의제공이 그 존립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의 근로조건 이외에 조합활동에 관한 사항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 외국의 산별노조의 단체협약 중 많은 사항이 이와 관련해 규정하고 있다.

물론 사용자의 편의제공 없이 근로자의 단결체가 존립할 수 있다면 굳이 사용자로부터 편의제공을 받을 필요가 없다. 더욱 자주적인 단결체로 존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정당과는 달리 노동조합은 그러한 단결체가 아니다. 문제는 교섭을 통해 노조가 확보하는 전임자급여 지급 등 사용자의 편의제공이 아니라 노조가 확보한 전임자급여 지급이 부당하다는 인식과 관행이다. 이것이 전임자급여의 지급을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도록 입법한 것이다.

현재의 노동조합 현실과 협약은 지금까지의 노동조합운동의 결과다. 노동조합운동이 비자주적이었다면 그 결과도 비자주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전임자급여 지급은 노동조합이 자주적으로 교섭하고 투쟁해 얻어 낸 결과물이다. 사용자에 굴복해 받아 낸 떡고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만약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기 위해 던져 준 떡고물에 지나지 않았다면 왜 사용자들이 다투어 그 떡고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만약 이를 어길 경우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로 자신들이 처벌까지 받겠다고 하겠는가.

모든 사물은 현실에서 존재하고, 인식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오늘 한국에서 전임자급여 지급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주성을 통해 확보한 것이고 자주성을 공고하게 하는 것일 뿐이다.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시행을 앞두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양대노총을 비롯한 한국의 노동단체들은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총을 비롯한 사용자단체는 법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전임자급여 지급 문제가 갖는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결코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 주는 것이다.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지 않는 전임자급여 지급을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파악해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면서 금지하는 노조법의 존재야말로 국가가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을 침해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급여지급이 문제되는 전임자는 일정 사업(장)의 종업원인 전임자, 즉 재적전임자에 관한 것이다. 재적전임자에 관한 법적 지위에 관한 판례는 휴직상태에 있는 근로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3.9.2. 선고 2003다4815‧4822‧4839 판결 등). 휴직 중인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사항은 당연히 단체협약에서 정할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다. 휴직기간에 유급으로 할 것인지, 무급으로 할 것인지는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다.

마찬가지로 재적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할 것인지 여부도 단체협약으로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인 것이다. 재적전임자의 대우에 관한 사항을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것을 노사관계의 어느 선진외국에서 이를 법률로 금지하고 있는가.

정부와 경총 등 사용자단체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바로잡아야 한다.
“노사관계 선진국에서는 재적전임자의 급여지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전임자급여 지급에 관해 국가가 법으로 금지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전임자급여를 지급하는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도록 한 노조법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
이것이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에 관한 노조법 규정에 관한 올바른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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