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는 정부의 '1분기 경기 저점론' 에 긴가민가하는 분위기다. 자금사정과 수출은 해빙 조짐이 보이지만 내수와 생산.투자는 여전히냉랭하다.

하지만 기대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금융경색이 풀리면서 소비와 생산의 겨울잠을 깨워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중소기협중앙회 정성모 동향분석팀장은 "기업들의 죽겠다는 아우성은지난해 말보다 확실히 줄었다" 고 말했다.

◇ 금융. 수출.고용〓기업이 급한 자금을 끌어쓰는 것을 나타내는 당좌대출 한도 소진율은 지난해 10월 21.2%에서 2월 5일 현재 16.8%로 낮아졌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도 1월부터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재경부 정택환 경제분석과장은 "정부의 의지가 금융시장에 통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선 다시 어음할인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증권업협회관계자는 "지난주를 고비로 투자부적격 채권에까지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다" 며 "BBB급 회사채를 기준 수익률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경우도나타났다" 고 말했다.

파로스캐피탈의 최홍윤 대표는 "석달만에 시중 금리가 2.5%포인트 떨어진 것은 1999년 상반기 이후 처음" 이라며 "저금리가 금융시장을 바꾸고있다" 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급등한 환율 덕분에 수출도 풀리고 있다. 1월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5.2%가 늘었고 물동량도 증가했다.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의 경우 지난달 11만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가 드나들어 전년 동기보다 컨테이너 7천TEU 분량을 더 처리했다.

수출업체들도 화색이 돌고 있다. 새한포리머의 정혜숙 수출담당은 "달러당 1천2백50원 정도라면 가격경쟁력은 충분하다" 며 "지난달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70% 늘었다" 고 말했다.

PVC 제품을 만드는 화인인더스트리의 손근홍 차장은 "홍콩. 태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 지난달 내수판매의 부진을 만회했다" 고 전했다.

풍산의 고운경 차장은 "올해 평균환율을 1천50원으로 예상해 경영계획을 짰는데 환율이 생각보다 좋다" 고 말했다.

고용시장도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앙고용정보원은 올1월 기업의 구인 희망이 9만7천9백88명으로 희망 구직자 18만9천6백34명과 비교해 구인배율(구인자수/구직자수)이 0.5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1월 중 구인배율이 지난해 1월(0.45)보다 높아진 것은 인력을 뽑겠다는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 소비. 생산.투자〓소비는 업종별로 들쭉날쭉하다. 내구 소비재인 세탁기. 냉장고.VCR의 1월 판매액은 전년동기와 엇비슷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는 겨울방학 특수가 실종했지만 2월부터 졸업. 입학.결혼 특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고급 가죽의류를 만드는 가우디의 배삼준 사장은 "겨울 매출이외환위기 이전인 97년보다 65%나 줄었다" 면서 "저가 상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판매가 언제 회복될 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포장용 상자 제조업체인 대영산업도 지난달 상장 공급물량이 지난해 1월보다 5% 줄어든 2억3천만원 어치에 머물렀다.

공장가동률을 보여주는 산업용 전력 사용량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분기(16.6% 증가)를 정점으로 계속 낮아져온 산업용 전력사용은 설 연휴가 낀 1월에는 아예 마이너스 증가율(-1.8%)을 기록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1월중 무역수지를 점검하다 긴장했다. 예상과 달리수입이 줄어드는 바람에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특히 자본재의 수입 감소가 눈에 띈다" 며 "설비투자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렵다는 증거" 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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