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국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총 대의원 709명 중 652명이 참석하는 등 대의원들은 이번 대의원대회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언론의 취재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대회에서는 다음달 6일 개최되는 전국노동자대회까지 정부가 현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결의한다’는 것과, ‘여당 및 정부와의 정책연대 파기 결정을 의장에게 위임한다’는 두 가지 안건이 논의됐다.
 
제1안건에 대해서는 대의원 전체가, 제2안건은 단 2명을 제외한 650명이 동의했다. 이를 통해 대의원들이 정부의 노동정책에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의원들의 높은 참석률은 노동조합 운동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보인 태도나 언론의 보도는 과연 대의원대회에서 논의된 의제들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정부에 우호적인 일부 언론은 의도적으로 기사나 논평을 싣지 않거나 왜곡했고, 노동계에 우호적이라 생각했던 언론들도 대회 결의를 저평가하는 사설까지 실었다.

이른바 '메이저 언론'들은 대의원대회 관련 보도는 하지 않았고, 행정안전부의 국가공무원법 제65조 ‘공무원의 정치운동 금지를 정치활동 금지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을 주요 노동뉴스로 올렸다. 물론 정부의 공무원법을 개정하겠다는 제안은 필자에게도 충격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두고 주의 깊게 일독했다.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거대 노동조직이 '더 이상 정부와 함께하지 않겠다'며 결별선언을 한 정도면 다른 어떤 노동뉴스 못지않은 뉴스거리였을 것이다. 요즘은 연예인들의 사사로운 결별도 주요 기사로 나오지 않는가. 더구나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연대해 총파업에 나서겠다는데, 언론은 그 파급효과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 도대체 어떠한 기준으로 주요기사를 선정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일 이들이 의도적으로 한국노총 대의원대회 보도를 기사화하지 않았다면 소극적인 왜곡보도나 다름없어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대 노총의 의견을 아예 적극적으로 왜곡하는 기사도 있었다. 중앙선데이(10월18일자)는 임시대의원대회를 간략히 언급하면서 '복수노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의 13년 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위 기사 중 정부가 OECD 가입 당시에 한 약속을 문제 삼고 싶진 않지만, 기사의 논조는 갑자기 사실 왜곡으로 비약됐다.

“복수노조 제도화 이행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위 약속의 덕으로 교원노조 및 공무원노조의 덕을 보지 않았는가. 이제 노동계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야 한다. 경제가 어렵지 않는가. 내년에는 G20도 열린다.”

이러한 왜곡은 최근 흔히 접하는 논조다. 하지만 자신의 보도가 노동정책 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기자라면 이러한 거짓된 내용은 싣지 말아야 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양대 노총의 복수노조와 전임자에 대한 공식입장은 '복수노조 허용, 허용시 창구 일원화 금지, 전임자임금 노사자율 결정'이다. 양대 노총이 복수노조에 대해 반대한 사실이 없음은 명백하다. 기사를 쓴 기자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창구 일원화가 갖는 헌법상 문제점도 이미 숙지하지 않았겠나. 나아가 노동전문기자라면 전임자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현행법이 기자가 주장하는 ‘글로벌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기사를 써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비정규직법에 대한 언론의 왜곡보도가 낳은 부작용을 지금도 겪고 있다. 해당 언론사마다 취하는 논조는 다를 수 있으나, 사실만은 정확하게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를 기대한다. 아울러 객관적인 사실보도에 노력했던 언론에게는 노동조합·사용자·정부가 가져야 할 방향 제시에 주저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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