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손석희씨가 방송에서 퇴출당하고 진중권씨가 기소되면서 ‘표현의 자유’가 화젯거리가 됐다. 그러나 교사나 공무원의 권리는 여전히 뒷전이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나 언론에 의견을 밝힌 공무원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징계가 진행되고 있지만, 언론의 관심은 크지 않다. 그런데 이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될 모양이다. 프랑크 라루에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내년에 한국을 조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세계 인권운동단체인 엠네스티도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너무도 당연했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 법정에서 다투자”
엄민용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



 


최근 시국선언을 이유로 50여명의 교사가 검찰조사를 받았다. 앞으로 숫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교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다. 특히 교사에게 부여된 정치적 중립성은 정권과 권력의 변화에 따라 교육 내용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시국선언은 정권의 변화로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알리려 한 것이다. 교사들의 표현은 정당한 것이었다.
정치활동 금지를 법으로 규정했다 해도 이러한 교사들의 행동을 불법으로 몰면서 징계·고발하는 것은 결국 정부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닌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표현하지 말라고 하는 것 자체가 현 정부가 얼마나 억압적인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친서민·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이 불신을 받는 이유다. 국민을 위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부터 보장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것은 허구다.
교사들은 우리의 표현이 법에서 규정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정에서 밝혀 낼 것이다. 검찰이 기소를 했으니 법정에서 다투겠다. 나아가 교사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 자체를 없애는 활동도 벌여 나갈 것이다.


“국민이 정권 하수인으로 돌아가길 원하나”
이상원 통합공무원노조 대변인



 


방송인 김제동씨 논란을 보면서 통합공무원노조가 생각났다. 공무원노조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국선언을 추진하거나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하고 징계받는 것과 흐름을 함께하는 것 같다. 연예인들의 수입원을 막듯이 공무원들을 파면·해임시켜 생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국민의 한 사람인데 표현의 자유를 막고 있다.
국민과 공무원들이 과거처럼 정권의 하수인이 되기를 원하겠나, 아니면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를 바라겠나.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가 과거처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국민의 요구에 반하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들의 의사표현을 우려하는 국민도 있다.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한 길이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만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공직사회 개혁과 양극화 해소 등 국민을 위한 것이다.
공무원들이 감당할 수 없는 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의 신분을 적절히 감안해 표현을 할 것이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표현할 권리에는 좌우가 없다”
여정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기자



 


독설가로 유명한 방송인 김구라씨는 이미 지난해 12월 오늘의 사태를 내다본 것 같다. 재밌는 것은 이번 사태를 놓고 여당과 보수 언론도 ‘민심’을 도닥이고 있다는 점이다. 김구라씨를 표절해 ‘좌파 제동’이란 애칭으로 불러 줬던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움찔했다. 자신들이 내린 이병순 사장의 KBS를 향해 “바보들”이라고 비웃은, 같은당 김성식 의원은 “웃음에는 좌우가 없다”며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좌우를 만드는 것 뿐”이라고 했다. 하긴, 선거 때마다 연예인을 이용해 지지선언을 끌어냈던 이들이니 당연한 반응일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들의 이중성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던 이들이 공무원과 교사의 ‘표현의 자유’는 속박하지 못해 안달이다.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시국선언에 대규모 징계로 화답하고, 공무원의 민주노총 가입은 “법을 고쳐서라도” 불법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들에게 김성식 의원의 말을 다시 곱씹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들 자신처럼 김제동씨도, 심지어 공무원과 교사라 할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권리를 가지는 데는 좌우가 없다. 그저 그 권리를 인정하기 싫은 사람들이 좌우를 만드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 끝은 보수언론마저 점잖게 지적한 대로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꼴”이 될 것이다.


“정부의 공무원·교사 아니다”
김희순 참여연대 간사



 


한국은 유엔의 국제 시민적 정치적 권리 조약에 비준한 만큼 책임과 권리를 다해야 한다. 프랑크 라루에의 말처럼 승소할 가능성이 낮음에도 박원순 변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국민을 위협해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겠다는 악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억압 모습은 작은 비용으로 다시는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사와 공무원 징계, 피디수첩 수사를 접하며 헌법으로 보장된 한국의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에 한국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청할 것이다.
공무원도 교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교사와 공무원은 정부의 공무원이나 교사가 아니다.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고 교사다. 시민단체와 국민은 정부의 위협에 맞서 자기 검열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누리꾼들이 과거에 자기가 쓴 글을 삭제하기도 한다지만, 정부의 위협 효과를 축소시키려면 우리에게 보장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위축되지 말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역동적으로 움직여 국민 설득해야”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이명박 정권의 지금 움직임은 애초에 기획됐던 것이다.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서도 여론 차단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것은 당장에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국민이 알지 못하게 만들고, 한편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이 사고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이다.
지금의 사태는 역사의 사화와 같다. 한번 권력이 무너지면 반격이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는 워낙 막무가내라는 점이다. 진보진영이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 국민은 지금의 사태가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자신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왜 필요한지 알리는 작업을 충실히 해야 한다. 특히 명망가가 최전선에 나서 치열하게 부딪힐 필요가 있다. 이것이 왜 중요하고 심각한지 알려야 한다.
진보진영은 나이가 들기도 했고 정권에 의해 솎아 내져 버려 인물난을 겪고 있다. 때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상당수가 정권에 합류해 버린 상황이다. 지금의 사태는 그래서 생긴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논의해야 한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면 국민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이 향후에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제도화는 법 개정 수반돼야”
박주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은 87년 이후 민주주의가 빠르게 진행됐지만 법적 제도화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과거 군부독재에서는 법을 어기거나 위헌적인 소지의 법을 제정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철두철미하게 법을 지키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나타나고 있는 집회 금지나 공무원·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징계의 경우 철저히 법에 따라 집행된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은 현행법이 워낙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무원노조법의 경우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국선언에 나선 공무원을 징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제도화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어느 정권이 집권해도 흔들리지 않는 제도로서 정착시켜야 한다. 최근 야간집회 금지에 대한 위헌판결도 이러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공무원노조법·정보통신기본법·경찰관집무집행법 등에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을 구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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