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노동부장관이 지난 1일 취임했다. “달라질 게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고, “그동안 쌓아 온 행정적·정치적 감각을 십분 발휘해 현안을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노동부가 새 수장을 맞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듯하다. 노동계는 '소통'을, 경영계는 '원칙'을 주문했다. 노동현안이 즐비한 올 하반기, 정부 노동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소통은 낭비가 아니다”
노진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소통을 불필요한 낭비로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부터 해야 한다. 정책이 올바르면 군대식으로 밀어붙여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렇게 해서는 당사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결국 정책이 형해화될 것이다. 제2기에 들어선 MB정부나 신임 노동부장관에 대한 기대도 소통의 문제에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임자·복수노조 문제부터 소통해야 한다. 전임자·복수노조 문제는 외형상 원칙론과 현실론이 맞부딪쳐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왜곡된 원칙론이 판을 치고 있다. 원칙론이면 원칙론이고, 현실론이면 현실론이지 어느 한 편을 위해 기묘하게 절충하려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세계화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를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까지 글로벌 스탠더드로 내걸어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설사 글로벌 스탠더드라 하더라도 그것의 도입이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해 충분히 점진적으로 도입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성공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세계화되더라도 결국 경쟁은 국가단위로 하는 것이다. 한국 스스로의 전략에 토대를 둔 ‘한국모델’을 만들어 국가브랜드로 만들고 수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계와 대화부터 해야”
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원장


노동정책 어느 한 분야가 바뀌어야 한다기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 전반이 변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 프렌들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노동계와 대화하는 자세 정도는 갖춰야 하지 않겠나.
‘복수노조 허용-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문제의 향방에 노사정의 이목이 쏠려 있다.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일단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밀어붙이는 순간 노-사, 노-정 관계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대화가 가능한지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정부 정책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화 국면이 열리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최근 보수언론 등이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지부를 갈라치기하는 모습 등을 고려할 때, 분열을 조장하는 상대에 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노동계의 현실적 존재부터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정책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도록 노동계도 달라져야 한다. ‘복수노조-전임자’ 정국에서 민주노총은 사실상 식물조직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 사안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닌지, 다양한 방식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노동시장 현실 반영해 주길”
박재근 대한상의 노사인력팀장


지금까지 진행돼 온 노동부의 정책방향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노동부의 정책이 성공하지 못하긴 했지만 방향 자체가 나쁘진 않았다. 노사관계 안정과 노동시장 활성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무엇보다도 기업과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도 노동부 정책방향은 유지하되 노동시장이 활력을 찾고, 근로자들이 직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임태희 장관이 노사와 대화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원칙을 버리지 않고 노동현안을 해결하는 게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대 현안인 전임자임금·복수노조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원칙을 지켜야 한다. 현행법대로 반드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임 장관이 대한상의를 방문했을 때도 밝혔듯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노사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노사관계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노동3권 존중 노동정책 펼쳐야”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 시절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으로 아까운 시간을 소모했다. 이것을 정부가 주도했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임태희 장관은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조그만 일부터 실천에 옮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를 이어 가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한승수 국무총리와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노동부는 정권의 시각에서 노동 문제를 바라보려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노동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노동정책을 펼쳐야 한다. 임 장관이 노동권을 존중하는 입장을 정부 안에서도 피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반기 노동계 최대 현안인 복수노조·전임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노동부는 정부의 정책기조만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기조를 세우고 노동부가 이를 따라하는 형국은 안 된다.
개인적으로 노동부가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 않으면, 소통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부라는 이름이 창피하지 않기 위해 노동권을 어떤 부처보다 존중하는 노동부가 되길 바라고, 노동정책도 이런 바탕에서 펼치길 기대한다.


“원칙이 무엇인가, 다시 고민할 때”
정주연 고려대 교수(경제학과)

노사관계의 장기 목표는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이루는 것이다. 노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현실 여건이 그렇지 않으니 그것이 목표가 된 것이다.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만 살펴봐도 그렇다. 한쪽에서는 13년이나 미룬 법안이니 이제는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대로 시행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만드는 길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임태희 장관이 정치인 출신이라 소통능력은 기대되지만, 법과 원칙을 주장하면서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일방적으로 시행하려는 것은 우려스럽다. 노동계·경영계와 소통해야 한다. 또 법대로 시행하는 것이 진정 협력적 노사관계를 이룩하는 초석이 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재검토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고용정책도 단기성 혹은 일회성 일자리 창출에서 벗어나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을 통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기적 목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4대강 개발과 같은 토목사업으로 장기적인 일자리 보장과 삶의 질 개선을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장점을 살려 산업과 고용이 결합된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행정적·정치적 경험 활용해야”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


비정규직법 논의 과정에서 경험한 것처럼 모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치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이 기대했던 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장관은 정치인이니까 행정적 면과 정치적 면을 융합해 정책을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책방향과 관련해서도 일부에서 친기업적이라는 비판을 하는데, 실제로 노동부의 정책방향을 얘기할 수 있는 굵직한 정책은 없었다.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실현되지 않았다. 친기업적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이 정부 들어 노동부는 정책부서로서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지금은 노사관계가 안정국면에 있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노사관계 환경이 바뀔 수 있다. 노동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장관의 입장에 공감한다. 노동부는 노사합의를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합의에 실패한다고 해서 법 시행을 미룬다든지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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