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가 삼성반도체와 한국타이어였다면, 올해 국감의 초점은 건설재해에 맞춰지고 있다. 유난히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6일 “최근 3년간 상위 100대 건설업체 중에서 다음해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선정되지 못한 경우가 단 두 건에 불과했다”며 “대부분의 재해가 대형 건설업체에서 발생하는데도 자율안전관리업체에서 탈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정요건이 느슨한 것이고, 이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자율안전관리업체였던 현대건설에서는 지난 2007년 6월 거금도 언도교 소록도 터널공사에서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이듬해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선정됐다.

지난해 자율안전관리업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자는 모두 784명으로 이 가운데 100명이 사망했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노동부는 올해 매년 7~8월에 발표하던 자율안전관리업체 선정을 유보했다. 김 의원은 “SK건설과 GS건설 등 자율안전관리업체 사업장에서 유독 대형사고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의 경우 지난 2월 SK케미칼연구소 공사현장에서 3명이 숨졌고, GS건설은 지난 7월 의정부 경전철 건설공사현장에서 5명이 사망했다.

 


‘대기업 건설사’ 특혜 의혹 제기

이화수 한나라당 의원도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2007년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지정받은 74개 건설업체 중 37개(50%) 업체에서 사망산재가 발생했고, 올해도 69개 업체 중 34개(49%) 업체에서 사망산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07년 사망자의 88.5%(77명), 올해는 사망자의 90%(90명)가 시공능력 상위 50위 업체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는데도 안전관리를 계속 자율에 맡겨왔다는 것은 자율을 빙자한 노동부의 직무유기”라며 “노동부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노사자율재해예방 프로그램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중대재해 발생 후 재지정된 자율안전관리업체에 대기업이 많아 특혜가 의심되고 산업안전 근로감독관의 유착도 의심돼 이번 국정감사 때 집궁 추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산업안전 기획시리즈’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김 의원은 1편으로 건설사별 사망재해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사망재해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GS건설(7명)이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현대건설이 각각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뒤를 이었다.

김 의원은 이어 100대 건설사의 60%가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기술관리법의 안전관리자 선임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자들이 건설 시공기술자와 겸직하거나, 아예 선임되지 않고 있는 실태를 드러낸 것이다.

나노 ‘제2의 석면’으로 떠오르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인 김재균 민주당 의원의 ‘나노’에 대한 문제제기도 눈에 띈다. 미국환경보호청(EPA)에서 “은나노는 사실상 유사 살충제”라는 판정을 내리면서 최근 국내에서도 나노의 유해성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대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EPA는 은나노를 살충제로 판정하고, 탄소나노튜브를 신규 화학물질로 간주해 제조 전 독성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동물 흡입실험에서 은나노가 폐와 간에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발표했다.

김 의원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나노산업 육성을 위해 1조원이 넘는 정부 투자가 이뤄졌지만 안전성 확보 예산은 5년에 걸친 플랫폼 기술개발사업비 100억원이 거의 유일하다”며 “우리가 나노산업 육성에만 매몰돼 있는 사이 선진국들은 나노 안전성에 대한 장치를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나노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해 역학조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실제 지난 8월 나노를 이용하는 중국의 한 페인트공장에서는 노동자 7명이 나노분자에 중독돼 폐가 손상됐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김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나노 사업장 산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나노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151건의 산재가 발생했고, 올해도 77건의 산재가 발생했다. 김 의원은 염화비닐이나 수은·석면처럼 나노도 산재처리의 34종 코드 구분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지금처럼 나노 산업의 안전성에 대한 대책 없이 경제적 가치만 따진다면 나노는 제2의 석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수 의원도 EPA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탄소나노튜브를 투여한 쥐에서 석면을 주입한 쥐와 같은 중피종과 일치하는 암질환이 발생한 결과가 나왔다”며 “나노물질에 대한 안전성 연구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이번 국감에서는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 운영 문제, 삼성반도체 백혈병 노동자 산재 불승인 문제, 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 석면 해체·제거 일용노동자의 건강관리 문제, 산재통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직업병 역학조사 결과 등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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