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노동부장관이 5일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잇따라 방문해 사업장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임 장관이 원칙과 소통, 대화를 강조하면서 향후 노사정 대화에 물꼬를 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 장관이 취임 전후를 통해 언급했던 강경한 원칙론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향후 순탄한 노사정 대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노동계와 대화” 주문=임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을 방문해 10여분간 장석춘 위원장과 독대했다. 이어 한국노총 중앙임원, 본부장 등과 10분간의 공개대화를 포함해 50여분간 간담회를 진행했다. 오전 11시10분께 방문한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는 이수영 회장 등과 10여분간 공개 회담을 진행한 뒤 40여분간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임 장관은 6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를, 12일 오전에 서울 영등포구 소재 민주노총을 예방한다.

한국노총과의 간담회 초반은 분위기가 냉랭했다. 최근 임 장관의 잇단 강경발언에 대해 장 위원장이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장 위원장은 “장관 내정시 전임 장관보다 낫겠다고 환영했지만 청문회 등 일련의 발언을 보니 180도 바꿔 말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문제에 대해 정책연대를 맺은 우리와는 대화도 없이 노조 말살정책을 펴고 있다”며 “합리적인 노동운동이 되도록 사회적 대화기구 등으로 문제를 풀게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은 “말씀의 취지를 이해하고 새로운 노동운동을 위한 한국노총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이슈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화와 참여 속에서 논의되는 과정이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원칙론을 강조하던 모습에서 한발짝 물러난 듯한 모습이었다.

이어 진행된 비공개 회담에서도 임 장관은 노동계와의 대화가 부족하다며 동석한 노동부 관계자를 질책하는 등 ‘지속적인 대화’를 약속했다. 한국노총과 노동부는 조만간 정책간담회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달랐던 분위기와 발언=경총과의 만남은 초반부터 부드러운 분위기로 시작했다. 공개대화에서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이수영 회장은 “경제에 정통한 장관께서 취임해 노사관계 등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인사했다. “숨은 보배”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 회장은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중요한 시기가 왔다”며 “의견을 정리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심을 갖고 경영계도 함께 공감해야 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며 “부탁하실 것이 있으면 언제나 부탁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비공개 회담에서는 한국노총에서의 발언과는 달리,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에 대해 임 장관이 강경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노조 등 제도 시행에 따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경총 요청에 대해 원칙론으로 응대했다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기존 입장과 예상에서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 장관이 한국노총과 경총에서 상반된 발언을 한 것을 놓고, 한국노총의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인 발언일 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똑같은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동부가 기존의 원칙론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두고 노사와 대화에 응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연윤정·김학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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