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틀’에 대한 논의는 전임자임금·복수노조 문제만큼이나 해묵은 과제다. 첨예한 노동현안이 거론될 때마다 ‘논의 틀’에 대한 논쟁도 함께 불붙는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있지만 노사정 모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때문에 노동현안이 생길 때마다 급조된(?) 대화기구가 만들어지고, 항상 사회적 부작용을 수반한다.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해 줄 ‘사회적 대화틀’은 우리에게 그저 이상일 뿐일까.


“현재 틀 더 이상 의미 없어, 대화창구 바꿔야”
손종흥 한국노총 사무처장




현재 복수노조·전임자임금 관련 대화는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전체 회의조차 변변히 열리지 못했고, 간사회의도 진전이 없다. 더 이상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추석이 지난 뒤 노사정위 논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대화창구가 바뀌어야 한다. 대신 새로운 노사정 대화틀이 요구된다. 현재로선 2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3년 전처럼 노사정위 밖에 노사정대표자회의 대화체를 만드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둘째, 대화틀을 넓히자는 것이다. 국무총리가 새로 임명됐으니 국무총리 직속으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큰 판을 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노사 대표와 신임 노동부장관이 참여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참여할 수 있다. 신임 장관이 책임지고 논의에 임해야 한다.
더 큰 그림을 그린다면 복수노조·전임자 문제 이외에도 사회공공성의제 등을 함께 논의하는 사회적 갈등해소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핵심은 정부가 지금처럼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할 때다. 한국노총은 추석연휴 이후 이 같은 사회적 대화틀을 요구하는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


“형식보다는 진정성이 중요”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




사회적 대화는 형식보다는 논의 주체들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진행됐던 사회적 대화는 정부가 일정한 목표·의도를 갖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대화에 끌어들이는 기제로 작용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 이유다. 지금도 많이 바뀌지 않았다.
논의 주체들의 대화에 대한 진정성이 확인되면 민주노총도 참여하는 것을 검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았고, 조직적인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확정적인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 올해 비정규직법 관련 5인 연석회의는 당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대응방식이었기에 참여했고,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오지 않았다.
노사 문제는 노사(정) 당사자들이 대화하고 풀어야 할 과제다. 때문에 사회적 대화의 형식을 굳이 말한다면 노사정이 참여하는 회의틀이 맞는 것 같다. 일부에서 시민단체 참여를 거론하는데, 그들은 대화의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논의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사정위 밖의 논의, 전혀 고려 안해”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노사정위 외의 논의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금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끝가지 해 봐야 한다.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합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노사정위 내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안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 형태를 바꿔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협상안이 나올 때까지 노사정위에서 계속 대화해야 한다.
물론 민주노총이 빠져 있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들이 노사정위로 들어오지 않겠다는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언제 밝힐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입법안을 내면 국회로 넘어가게 돼 있다. 국회로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정당들의 의견도 반영되고, 민주노총 등 다른 단체들의 의견도 수렴된다. 통설적인 수준의 형식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틀보다는 내용이 중요, 노사정위가 중심돼야”
임무송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운영국장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문제는 지난 13년 동안 노사정위를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따라서 최종 결론이나 사회적 합의도 노사정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합의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형식이 있었다. 가깝게는 노사민정 대타협이라고 해서 시민단체까지 참가했다. 상황 전개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논의틀 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내용에 따라 틀이 정해질 것 같다.
노사정위 안이냐 밖이냐 하는 것은 형식 논리다. 참가하는 노사정 핵심주체와 합의되지 않으면 다른 형태의 틀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당이 됐건, 그밖의 주체가 됐건 간에 그들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 합의는 어려워진다. 노사정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노사정위 합의 불가론을 말하는 이들도 결국 정당들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겠나.
정당이나 국회가 논의에 직접 참가하게 되면 장단점이 있다. 최종적으로 입법을 마무리하는 것은 국회이니 사전 논의단계에 참여하면 효율성이 있을 것이다. 다만 보다 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입법을 해야 하는 국회 기능과 상충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




사회적 대화기구에 대한 회의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회의론은 사회적 대화기구의 기능을 불신해서라기보다 참여주체들이 정부의 역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회의론을 불식시키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가 주체들 간 입장을 조율하는 것을 자신의 일로 여겨야 한다.
노사정 주체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사실 노사정위 논의는 지리멸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비정규직법 개정 과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과정에서 보인 모습을 감안하면 이런 비판도 전부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런 상황을 명확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화틀이 필요하다는 당위만 강조하면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대화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열매를 맺을 수도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현재의 난맥상을 돌파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동부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면서도 사회적 합의 틀에 대한 진취적 자세를 보여 주길 기대한다.


"정부·사용자 기득권 포기해야"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되려면 정부와 사용자들의 성찰과 변화가 필요하다. 정치권력을 유지하고 돈이나 벌기 위해 틀만 유지하면서 효율성만을 뽑아내려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정부와 사용자가 기득권을 버려야 노동계의 양보도 가능하다. 민주노총에 대한 태도도 그렇다. 대화를 하려면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는데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탄압만 하니 대화가 되겠나. 노조 같지 않은 집단은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는 부정하고 있다. 자세를 바꿔야 합의와 토론이 가능하다.
형식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단체가 참여하면 좋겠지만, 말 잘 듣는 단체만 참여시켜 끌고 가려고 하면 안 된다. 투쟁하는 집단을 온순하게 만들어 피를 뽑으려고 해도 성과가 없을 것이다. 노사정 대화틀을 못다 이룬 한을 풀기 위한 자리로 이용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최대 현안인 전임자임금·복수노조와 관련해서는 현실을 인정하는 전제하에서 대화를 진행해야 성과가 있을 것이다. 복수노조는 헌법에 보장돼 있는 문제니 허용해야 한다. 전임자임금과 관련해서는 노조가 기업을 파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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