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지난해 예인선원의 부당해고구제신청 관련하여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선원노동위원회가 서로 심사대상이 아니라며 인천항만예인선노동조합의 해고노동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선원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 모두 관할이 아니라고 떠넘기면 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나. 노동위원회 판정대로라면 이들은 일반 노동자도 아니고 선원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냐는 말이다. 문득 이렇게 한 번 묻고 싶어진다.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넌 누구냐”고.

인천지노위는 3년 동안 연 80회의 항만 밖 업무를 하였으므로 선원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들의 신청을 반려하였고, 선원노동위원회에서는 국토해양부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심사대상이 아니라며 역시 신청을 반려하였다고 한다. 어이없다. 서로 문제가 되는 일은 떠넘기고 버티면 된다는 전형적인 구태라고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8조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는 것은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권리구제에 대해 제척기간을 규정하고 있어 3개월이 넘어간 뒤에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근로자가 스스로를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절차조차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행정기관의 편의주의가 근로자들의 소중한 권리를 빼앗아간 것이다. 신속한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운영기관에 의해서 시간이 지체되는 등 왜곡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만 것이다.

대상이 된 판례는 지금까지 대체 관할이 어디인지 혼란스러워 권리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예인선 노동자들의 부당해고구제신청 관할을 명확히 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일반근로자는 노동위원회로, 선원은 선원노동위원회로

일반적으로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본인이 재직하던 회사의 주소지 관할의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게 된다. 서울·부산·경기 등 지역별로 총 12개의 지방노동위원회가 있어서 이곳에서 초심이 이루어지고, 일방이 불복하는 경우에는 상위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재심을 하게 되는 구조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근로자들의 경우이고 대상판례처럼 선원들의 경우에는 특별법인 선원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제34조의 3에 의하여 특별노동위원회인 선원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원법이 적용되는 것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법원에서는 선원법은 노동공간과 생활공간이 미분화된 위험공동체인 선박에서 장기간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하는 해양근로의 특수성에 따라 제정된 법으로 선원의 노동조건을 보호하는 노동법적 성격과 동시에 선원을 규제하여 선내질서를 유지하는 규제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설시한 바 있다. 간단히 말해서 선원법은 선박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근로기준법과는 달리 노동자를 규제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의미이다. 이렇다면 당사자에게 선원법을 적용할 것인가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예인선원에게는 선원법과 근로기준법 중 어떤 법이 적용되나

예인선원도 선원이다. 따라서 선원법이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선원법의 적용범위를 정한 제2조 제1항에서는 선원법이 적용되지 않는 선박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호수·강 또는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이라는 문구의 해석이 문제된다. 예인선은 말 그대로 예인을 하는 선박이기에 그 업무가 항내와 항외 모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8.2.28 선고 2007두22801 판례에서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대한 기준을 세워 놓았는데, 선원법의 취지로 볼 때 어떠한 선박의 주된 업무가 항내에서의 항행에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항만구역 밖으로 항행한 적이 있다고 하여도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예인선이 위 대법원의 기준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대상판례는 이 사건 선박의 선박검사증서상의 항행구역이 모두 근해구역 내지 연해구역을 되어 있기는 하나, 주로 예인작업에 사용되었고, 이따금씩 항외 항행을 하기도 하지만 그 횟수가 적을 뿐 아니라 단체협약에 따른 근무체제가 일반 육상 노동자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선박을 선원법 적용의 예외인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선박검사증서상의 항행구역이 아니라 실제 항행구역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부합되는 것으로 합리적인 판단이라 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대상판례는 설령 이 사건 근로자들이 선원법을 적용받는다고 하여도 노동위원회 규칙 제32조 제1항에 따를 때 노동위원회는 접수된 사건이 다른 노동위원회 관할인 때에는 즉시 당해 사건과 일체의 서류를 관할 노동위원회로 이송하여야 한다. 따라서 지방노동위원회는 선원노동위원회로 이 사건을 이송했어야 했고, 중앙노동위원회의 경우 이송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으므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실질적 판단을 했으면 되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즉, 지방노동위원회는 노동자들이 잘못된 관할 노동위원회에 사건을 접수했다고 하더라도 알아서 본인들이 판단한 적법한 노동위원회에 사건을 이송했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이유로 사건을 반려해서는 안 되었으며, 중앙노동위원회도 관할위반이라며 사건을 반려한 초심을 취소했어야 했다는 의미이다.

노동자들은 법률전문가가 아니다. 더구나 관할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법률적인 판단으로서 예인선원의 부당해고구제신청의 관할이 어디냐에 대한 것은 각 노동위원회에서도 결론이 다를 정도로 지금까지 논란이 되어 왔던 것이다. 관할이 잘못되었다면 이송해 주는 것이 근로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서 당연함에도 지금까지 실무는 그렇게 행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예인선원의 관할을 명확히 밝혔을 뿐 아니라, 관할위반을 문제 삼아 상식에 어긋나는 결론을 가져왔던 불합리한 관행을 넘어 사실상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태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한 의미 있는 판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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