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상시적 고용불안’ 체제가 된 이래 금융위기 후에는 ‘실질적 고실업’ 체제로 변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동유연화정책을 폐기하고 고용보호 강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가계부실 위험성이 높아져 경제위기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한국노동시장의 변화를 분석하면서 앞으로 ‘실질적 고실업’이라는 2차 노동시장 구조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27일 지적했다.

지난해 9월 3.0%였던 실업률은 올해 3월 4.0%로 정점을 기록한 후 3.7~3.9% 구간에 머물러 있다. 고용률은 같은 기간 59.6%에서 58.5%로 낮아졌다.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졌던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실업률과 고용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당히 안정적이다.

실질실업률 12%대, 고실업체제로 전환

새사연은 고용지표가 안정된 이유를 상용직 고용의 비탄력성과 비정규직 확대에서 찾았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시스템이 상시적 구조조정을 통해 최소한의 정규직을 유지하면서 다수의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에도 정규직을 줄일 여지는 적었고, 인력구조조정이 필요한 경우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새사연은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정규직은 크게 늘지 않고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은 비정규직 채용 혹은 해고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며 “고용취약계층은 경기회복세에 접어들어도 자기 자리로 되돌아오지 못한 채 상당기간 노동시장에서 아예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상용직과 같은 안정적 일자리는 고용축소도 적은 대신 고용확대도 미미할 것이고, 고용취약계층은 금융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후에는 노동시장 재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정부가 희망근로와 청년인턴제를 통한 고용확대 정책을 펴고 재정지출과 고용유지지원금 확대로 기업의 인력구조조정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막을 내리는 내년에는 실업률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로 우리나라가 ‘실질적 고실업 국가’로 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실업률이 3%대로 안정적이긴 하나 실질 실업률은 12%대까지 솟아올랐다. 취업준비 통학생과 취업준비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지만 사실상의 실업자인 이들은 60만5천명에 이른다. 또 사업부진이나 일자리가 없어 18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 재취업을 원하는 이들도 13만8천명이다.

적극적 고용보호제도 도입해야

새사연은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진 않지만 사실상의 실업자인 사람들이 300만명(12%)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상승하고 있는 실업률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새사연은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정책 폐기를 전제로 고용보호·확대를 통해 소득을 안정시키면서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시장의 틀을 바꾸는 구조적 해법으로 실질적 고실업 체제로의 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 확대 △공적 사회서비스산업을 통한 고용확대형 산업구조 재편 △고용 영향평가제 실시와 사업별 고용창출 효과 검증 △비정규직 사유제한이나 정규직 전환 시 인센티브 제공 등 적극적 고용보호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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