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11만명의 거대 공무원노조가 탄생했다. 상급단체로는 민주노총을 선택했다. 하지만 겨우 한숨 돌렸을 뿐이다. 정부는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문제 삼으며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입맛과 다른 거대조직이 탄생한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통합공무원노조의 앞길이 그리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 아니다”
윤진원 전국통합공무원노조(준) 부대변인(전국공무원노조 대외협력실장)



공무원노조의 상급단체 결정은 노동기본권이다. 행정안전부가 탄압하는 이유는 공무원노조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과 함께 뭉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투표행위가 불법이라고 얘기하는데, 그 전에 정부가 불법으로 노조를 탄압한 사실부터 설명해야 한다. 공무원노조의 민주적인 투표 절차에 대해 행안부장관은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 노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석하고 판단할 문제다.
정부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해 대화상대로 적절한지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대한민국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무조건 자기하고 맞는 노동자들하고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법률적으로 보장돼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입장 자체도 모호하다.
투표율이 높았다. 전국공무원노조와 민주공무원노조는 이미 민주노총을 경험했다. 공무원들도 노동현안에 대해 고민하는 등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특히 지방행정공무원들은 노동현장과 관련한 간접 경험을 많이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투표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앞으로 통합공무원노조는 지방자치단체마다 흩어져 있는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노동운동 판도 변화는 과도한 기대”
조기두 한국노총 조직본부장



정부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상급단체 가입은 노조가 알아서 할 일이다. 노동부에서도 불법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정부 개입은 적절치 않을뿐더러 위법한 것이다. 공무원노조건 민간노조건 노조활동은 보장돼야 한다. 불법행위가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해야지, 사전에 예단해 협박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가 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두고 노동계 판도가 변한다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생각은 다르다. 공무원노조는 원래 민주노총 소속이었다. 잠시 분리됐다 다시 합친 것 이상은 아니다.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는 측면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외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노동운동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기 어렵다. 공무원노조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뭉쳤으니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국노총도 그동안 공무원노조 조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선점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공무원노조 중 중간조직으로 있는 조직이 꽤 있다. 이들 중 한국노총의 노동운동 방향에 동의하는 조직이 적지 않다.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가입, ‘당연한 기적’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


민주노총은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노동권 향상에 기여한 바가 크고, 그 길을 꾸준히 걸었다. 때론 실수가 있었다 할지라도 큰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공무원 노동자가 민주노총을 선택한 것은 그 역사에 대한 평가다. 공무원 노동자의 민주노총 가입은 '당연'한 것이다. 또한 그것은 일면 ‘기적’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안락한 삶을 추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역사와 함께하는 험난한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와 노동자를 부당하게 탄압하면서 그 흐름이 가속화됐다.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3권을 완전하게 보장하지도 않았고, 최근 투표 과정에서도 부당한 개입을 일삼았다.
통합공무원노조 가입으로 민주노총은 더 강해질 것이다. 공무원의 특성인 행정력과 합리성이 가미되면서 조직이 더 단단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공무원은 노동조건 개선 노력 자체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특성을 지닌다. 공직사회 개혁과 같은 의제는 사회운동이면서 현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이 통합공무원노조의 가입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통합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
맹주천 변호사(법무법인 하늘)



공무원노조법상 상급단체 가입은 허용돼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의 경우 이미 민주노총 가입돼 있다. 행정안전부는 민주노총이 정치성을 강하게 띠고 있어 불법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기우다. 노조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노조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자체적으로 판단해 활동할 것이다. 정부는 통합 자체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힘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때문에 민주노총에 대한 불법논란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자제해 달라는 요청은 가능하지만, 불법을 운운하는 것은 노조의 자율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직권남용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급기야는 해고자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법상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을 때까지만 조합원으로 인정된다. 노조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잘 대처하리라고 본다. 교섭권에 대한 재검토 발언도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가 아니면 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 총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된다.


“법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무지하거나”
이병훈 중앙대 교수(참여연대 노동위원장)



정부의 대응은 헌법 정신이나 공무원노조법 내용을 전면 무시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무지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노조는 상급단체를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가입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맞지 않는 민주노총에 가입한다고 불법을 운운하는 것은 부당한 개입이다. 노사관계를 멋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자주적인 권리행사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법치를 강조해 왔던 정부가 스스로 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자기의 입맛에 맞는 것만 법치고,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부정해서는 안 된다.
현 정부는 그동안 민주노총 무력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전투적인 데다 친기업 정책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다시 힘을 되찾고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는 게 부담이 됐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 구성원들이 민주노총에 들어가는 것도 불편해하고 있다. 이게 정부의 속내다. 정부는 정책에 순응하는 집단은 편애하고 그렇지 않으면 적대시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다.


“민주노총 가입으로 선의의 조합원 피해”
김진수 행정안전부 복무담당관


대리투표 의혹과 투표함을 들고 다니는 순회투표 등 감시체제가 없는 투표였기 때문에 가결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3개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게 되면서 일반 조합원들이 입게 될 선의의 피해가 우려된다. 행안부가 근무 중 투표행위 금지 등 복무지침을 내린 것에 대해 노조들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노조들도 근무 중 투표행위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실정법을 어기거나 국가에 부담이 되는 활동을 많이 해 왔지 않나. 국정운영과 나라발전에 부담을 주는 단체에 공무원이 가입한다면, 대화상대로 인정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조만간 진행될 2008년 대정부 단체교섭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공무원노조들이 만약 한국노총에 가입하려고 했어도 마찬가지로 대응했을 것이다. 한국노총도 공무원에게 금지된 정치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