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중 휴식시간은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휴식은 누적된 근육의 피로를 풀어 주고 다음 할 일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따라서 휴식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여유시간이다. 표준시간(정미시간+여유시간)에 포함된 공식적인 작업시간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공식적인 작업시간에 포함된 관계로 노동자는 여유시간이 많았으면 한다. 반면 사업주는 실제 작업시간(정미시간)이 많았으면 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적정 노동강도를 논할 때 항상 충돌하는 지점이다. 쉬지 않고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로가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적정 비율의 여유시간은 근육의 피로를 풀어 주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자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적정한 여유시간, 생산성 향상에 도움

그렇다면 여유시간 비율(여유율)은 어떻게 정해질까. 대부분의 생산라인에는 정해진 작업주기(cycle time)가 있다. 즉 제품 한 개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소요시간이 결정돼 있고, 그 시간을 근거로 시간당 생산량 (UPH)과 그만큼의 생산량을 확보할 작업자 수가 결정된다. 바로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표준시간이다.

표준시간이란 한 개 단위의 제품을 조립하는 데 소요되는 직접시간(정미시간)과 적정 생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유시간을 합한 개념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표준시간이 얼마인가보다는 표준시간에서 차지하는 여유시간의 비율, 즉 여유율이 중요하다. 여유율이란 순수한 작업 소요시간을 나타내는 정미시간에서 일반적인 여유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여유시간/정미시간)×100)]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제품 한 개를 생산하는 데 정해진 작업주기가 60초인데 제품을 조립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정미시간)이 45초이고 나머지 15초는 여유시간이라고 한다면 여유율은 33.3%가 되는 셈이다[(15초/45초)×100].

따라서 적정 휴식시간은 바로 작업시간에서 차지하는 여유시간 비율로 결정된다. 그렇다면 적정 여유시간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유시간 산정에 노조 개입해야

첫째, 여유시간은 작업 특성과 노동자의 인적 특성(육체적 능력의 차이)이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험과 관례에 의해 배려 차원에서 여유시간이 주어진다. 여유시간은 작업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의미가 있다. 얼마나 불편한 자세로 일하는지, 무거운 물건을 얼마나 자주 드는지, 소음·조명·공기조건은 어떤지, 일의 단조로움과 정신적 긴장 정도 등 다양한 작업의 특성을 고려해 여유시간 비율을 정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 특성을 고려한 여유시간을 산정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둘째, 여유시간 산정 과정에 반드시 노조가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표준시간을 통보받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일부 대기업 노조가 협의를 하기는 하지만 사측 기준으로 설정된 표준시간을 통보받고 여유시간의 적절성 문제가 아닌 인력이나 물량 확보 문제를 논의하는 정도다. 반면 독일금속노조는 표준작업시간과 인원을 정하는 모든 단계에 개입하며 공동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노조가 개입하면 표준시간에서 차지하는 여유시간 비율은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

‘몰아치기’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

셋째, 적정 여유시간 확보보다 휴식시간을 이용하는 작업자 특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많은 노동자들은 일을 빨리 끝내고 좀 더 많은 휴식시간을 가지려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몰아치기’로 작업을 빨리 끝내려고 한다. 몰아치기 작업으로 일을 당겨서 하면 상대적으로 좀 더 많은 휴식시간을 가져서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행위다. 몰아치기를 하게 되면 단위 시간당 노동강도가 높아져 오히려 근골격계질환 같은 건강 문제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측 입장에서 보면 여유시간이 많은 것처럼 보여 작업량 증가의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 휴식은 짧게 자주 갖는 것이 좋다.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의 여유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가 여유시간을 제대로 평가하고 요구해야 한다. 그 전에 우선 할 일이 있다. 바로 본인 스스로가 몰아치기 작업을 하지는 않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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