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개요 및 쟁점

원고들은 미얀마인들로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 신분으로 입국하여 피고회사와 1년간의 표준근로계약을 각각 체결하였다. 계약기간 중 원고들이 집단적으로 작업거부를 한다는 이유로 피고회사들은 원고들에 대한 연수(취업)중단 승인요청을 하였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원고들에 대해 출국조치 및 근무처 변경조치를 하였다. 피고회사들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출국조치 등이 내려진 다음날 원고들을 퇴사처리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

원고들은 위 퇴사처리는 해고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는 명시돼 있으므로 해고통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는 무효임을 주장하고 있다. 피고회사는 원고들은 자발적으로 퇴사를 한 것이고, 자발적으로 퇴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연수애로신고처리서를 원고들에게 열람시키고 설명한 것은 법에 따라 해고통지를 한 것이므로 해고는 유효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즉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원고들이 해고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사직을 한 것인지 여부, 두 번째 쟁점은 해고인 경우 연수애로신고처리서 열람만으로 근기법 제27조에 의한 해고절차를 거친 것인지 여부이다.

2. 자발적 사직인지 여부

서면으로 해고통보를 하지 않은 경우, 해고에 대한 법적 다툼이 제기되면 사용자측은 가장 먼저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퇴사하였을 뿐 해고시킨 적이 없다”고 변명을 하는데, 이와 같은 사용자측의 변명은 해고소송 등을 제기했을 때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근로자가 해고통보서를 제시하지 않은 채 “해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건 해고도 해고통보가 서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회사는 원고들이 자발적으로 사직하였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이에 대해 법원은 ⓛ 원고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②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한 원고들은 자신들이 임의로 연수사업장을 이탈하는 경우 소외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강제 출국을 당하게 되고, 그러한 경우 자신들이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오기 위하여 송출업체에 지출하였던 비용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데 원고들이 그러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스스로 피고회사들에게 자진사퇴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원고들은 외국인 근로자 상담센터에서 피고회사로 작업복귀신청서를 발송하기도 한 점, ④ 피고회사는 이 소송이 제기된 이후 원고들의 작업거부 행위 등에 대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통지하는 출석통지서를 발송하기까지 한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회사가 원고들을 해고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행히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의 자발적 사직’이라는 피고회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소송과정에서 해고인지 자발적 사직인지 여부에 대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따라서 해고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서면으로 된 해고통보서는 아니더라도 해고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한 후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부당해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문서를 내용증명으로 회사에 발송한다거나 사용자와 면담을 요청하여 그 면담내용을 녹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고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회사측은 십증팔구 자발적으로 사직했다라는 주장을 할 것이고, 이러한 논란은 해고소송을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뿐 아니라 퇴직금 산정(해고된 이후 출근하지 않은 것을 무단결근 처리할 경우), 실업급여 수급자격(자발적 사직으로 고용안정센터에 신고하면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3. 연수애로신고처리서 열람이 유효한 해고통보인지 여부

종전에는 서면, 구두 또는 전화 등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해고를 통지해도 무방하였으나 근기법 제27조가 제정됨에 따라 2007.7.1부터는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서면통지하지 않은 해고는 해고로써 효력이 없다. 해고서면 통지가 법제화 된 것은 해고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사용자에 의한 무분별한 해고의 남용을 방지하여 근로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해고사유가 아무리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하지 않으면 해고는 무효가 되므로 사용자는 근로자를 즉시 복직시켜야 하고 부당하게 해고된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회사는 해고사유 및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해고당시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받은 연수애로신고처리서를 원고들에게 열람시키고 설명을 하였는데 이것이 서면으로 해고를 통지한 것과 동일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연수애로신고처리서를 열람시켰다는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피고회사들이 원고들에게 연수애로처리신고서를 열람시키고 이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연수애로처리신고서에는 구체적인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대한 기재가 없으므로 근기법 제27조 소정의 서면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법원은 원고들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이므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연수 중단 및 본국송환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에 대한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를 하지 않은 것이 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원의 판단과 같이 근로자들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알 수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통지 하게 한 법 본래의 취지에 따라 서면통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 무조건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고 근기법 제27조를 유연하게 해석한다면 사실상 동 조항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해고사유에 대한 다툼이 주가 되지는 않았으나 해고관련 법적 다툼 중에 상당한 논란이 되는 것이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여부이다. 사용자는 애당초 A를 해고사유로 제시하였다가 막상 법적 다툼이 진행되면 A외에도 해고사유로서 B, C, D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기법 제27조가 제정되기 이전 대법원은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되어 있느냐 여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반드시 징계의결서나 징계처분서에 기재된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 소정의 징계근거 사유만으로 징계사유가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대법원 1996.9.20 선고 95누15742 판결 참조)”하였는데, 이와 같은 징계사유에 대한 판단기준은 징계사유로 볼 수 있는 범위를 넓혀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근기법 제27조에 의해 해고사유 서면통지가 의무화된 만큼 해고사유는 서면통지에 명시된 것으로 한정하여 그 정당성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4. 마치며

결론적으로 이 사건의 피고회사들은 원고들이 해고되지 않았다면 근로계약기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중간수입을 공제한 금액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으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근기법 제27조가 시행된 이후 유효한 서면통보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며 관련한 법원판결이나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오고 있다. 동 조항이 제정된 취지가 “해고의 남발방지와 법률요건의 명확화”인 점을 감안할 때 최대한 법문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해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해고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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