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방송사의 사극드라마가 많은 인기 속에 방영되고 있다. 두 여주인공의 불꽃 튀는 설전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사극은 일반 드라마에 비해 흔히 ‘엑스트라’로 불리는 보조출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무술장면이 적지 않아 종종 안전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길거리 행인과 식당 손님·결혼식 하객·전쟁터의 군사 등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보조출연자들. 과연 이들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을 수 있을까.

보조출연자의 뜻하지 않은 사고

문화방송의 외주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사가 제작했던 ‘거침없이 하이킥’ 프로그램에 보조출연자로 출연한 ㄱ씨는 지난 2007년 6월 한강 용산 둔치에서 촬영장소로 이동하던 중 지름길로 가기 위해 둔치 언덕에서 뛰어내리다 ‘양족부 종골 골절’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ㄱ씨는 다음달 자신이 주식회사 태양기획 소속 노동자 지위에서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보조출연자로 출연하다 부상을 입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했다. ㄱ씨가 소속돼 있는 태양기획은 방송국이나 외주제작사가 제작하는 방송프로그램에 보조출연자를 공급하는 회사다.

공단은 그러나 같은해 9월 ㄱ씨를 태양기획의 지배·관리하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을 불승인했다. ㄱ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원고는 보조출연자 ㄱ씨, 피고는 공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ㄱ씨가 산재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 등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가 관건”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느냐 여부와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적용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해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는지 여부 △노동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등이 그것이다.

법원은 보조출연자를 필요로 하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일정과 역할별 보조출연자의 인원, 제작을 위한 촬영 시작·종료시각, 촬영장소, 역할 배정 등이 모두 제작사 또는 태양기획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태양기획에 보조출연자로 등록한 상태에서도 태양기획의 개별적인 제작프로그램에 대한 출연 섭외에 대해 출연 여부를 선택할 권한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보조출연자들의 근로형태가 일용직 노동자와 유사하다는 데 기인한 것으로 봤다.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법원은 원고가 사건 촬영현장에 일용직 형태로 고용돼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나 용역공급업체인 태양기획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고, 노무 제공에 대한 대가로 시간급 보수를 받는 노동자로 판단했다.

따라서 보조출연자는 촬영현장에 일용직 형태로 고용돼 제작사나 용역공급업체의 요구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시간급 보수를 받는 노동자에 해당하며, 용역공급업체는 보조출연자에 대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

[관련법 조항]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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