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여러 가지 대책들이 논의돼 왔다. 정부는 2007년 제안한 석면종합대책 개정판을 지난 7월 ‘석면 위해로부터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석면관리 종합대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전 생애에 걸친 석면 관리다.

우리나라에서 석면을 관리하는 법·제도 운영 행정부서는 노동부와 국토해양부·환경부·교육과학기술부 등이다. 노동부와 환경부가 주축이 돼 석면의 수입·사용·제조에서 폐석면 처리까지 관리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교과부·환경부 등이 현재 사용되는 공공 건축물을 관리한다. 건축물 철거는 국토부와 노동부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건축물 철거 전 석면함유 조사 의무화

현재 노동부의 석면조사제도는 건축물의 해체·철거 이전에 건축물의 석면함유 여부를 파악하도록 했다. 국토부의 건축법은 허가대상 건축물을 철거하려는 자가 건축물철거·멸실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이때 신고를 접수한 지자체가 신고서를 검토해 천장재·단열재·지붕재 등에 석면함유를 확인하면 지체 없이 지방노동관서의 장과 시·도지사 또는 유역환경청장·지방환경청장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건축자재나 석면을 잘 알지 못하는 건축주가 신고서를 작성할 때 잘못 작성하거나 누락시킬 염려가 많아 지난 5월 입법예고에서는 그 내용을 개정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건축주가 신고서를 제출할 때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이가 석면조사를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이렇듯 석면 혹은 석면 제품의 생산과 유통·제거·폐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 표현대로 '전 생애 관리로 석면 문제를 통제하겠다'는 구상은 어느 정도 체계화된 것으로 보인다.

석면 문제 중간영역 관리 부재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바로 ‘석면 문제의 중간영역 관리 부재’다. 지금껏 건축물 상당 부분에 사용됐고, 해체·철거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이상 건축물 곳곳에 남아 있을 석면은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가장 큰 문제다. 물론 정부에서도 향후 ‘석면 안전관리법’(가칭)을 통해 통합적인 석면 관리 근거를 마련하고, 건축물 석면관리를 위해 건물 소유형태에 따라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건축물의 석면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석면지도를 작성해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석면 관리 가이드나 지침 혹은 매뉴얼 개발, 석면 데이터베이스(DB) 통합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까지 열거했다.

그런데 정부 차원의 여러 대책을 접하면서 미국 환경청의 석면관리 법안 제정 후 초창기 고민이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미국 환경청은 오래 전 각 지방 교육기관에 학교 건물의 석면 관리를 의무화한 법안을 제정했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 실태조사를 하니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니 석면 관리에 ‘능력 있는’, 혹은 ‘지정된’ 책임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주요한 문제였다고 한다. 그래서 각 기관과 주체들이 그곳에 적합한 책임자를 선임하고 그들이 스스로 관리계획을 세워 기관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 실현이 가능한 방향으로 바꿨다고 한다. 현재 미국 환경청의 석면관리제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모범으로 반영되고 있다.

목적과 수단 전도된 정부의 석면 관리방식

여기서 차이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석면 사용실태 파악과 석면지도 작성에 석면 관리의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석면 사용실태를 파악하고 석면지도를 그리는 궁극의 이유는 석면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계획과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다. 즉 목적과 수단이 전도됐다는 말이다. 더구나 석면 관리 프로그램 주체가 명확하게 지명되지 않아 그에 따른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석면 관리 가이드나 지침 혹은 매뉴얼 제작은 그것을 사용할 만한 주체가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 주체는 개별 건축물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가장 많은 경제적 이해를 가진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책임을 가진 사람이다. 이들이 석면 관리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논의가 집중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가장 필요한 것은 건물주의 건물에 대한 책임, 그중에서도 석면함유 물질에 책임을 갖고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석면관리 정부종합대책발표 기념 퀴즈대회라도 있다면, 지금의 대책은 ‘주객전도’ 혹은 ‘유명무실’이 정답이라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더욱 간절한 바람은 이런 삐딱한 관찰이 다행히 오답이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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