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산업화를 이룬 우리나라는 산업구조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농림어업 종사자는 3분의 1로 줄었다. 반면에 제조업 종사자는 늘어났다. 그러나 이 숫자도 91년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거의 유일하게 큰 폭으로 증가한 산업이 바로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 종사자는 30여년 사이 무려 1천만명 늘어났다.

그렇다면 산업변화와 관련한 종사자들의 직업병과 관련성 질환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제대로 조사조차 되지 않았던 79년 상황(당시에는 몇몇 사업장에 대한 특검을 통해 드러난 사실만이 직업병으로 보고됐다)과 3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낮은 '승인율' 문제가 있는 산업재해 통계를 비교해 보면 과거에는 포착되지 않았던 직업병이 크게 늘었다. 특히 직업관련성 질병은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표 2>의 2007년 직업관련성 질병에서 158명의 ‘기타’로 분류된 문제들, 즉 과로나 스트레스·간질환·정신질환 같은(혹은 이것을 이유로 한) 질병들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나머지 재래형 질병이 제대로 관리된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현재와 같은 세계적 저성장 구조가 오래갈 경우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활성화될 경우 지금까지 수출입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우리나라가 대외확장형 경제구조를 그대로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1차 산업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결국 내수시장으로의 산업재편은 필연적이다. 안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 높은 ‘서비스 판매직’ 노동자 비중은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문화적 배경(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은 사농공상이 있다고 생각한다)과 더불어 낮은 노동조건 등은 서비스 노동자에게 높은 직무스트레스, 심각한 감정노동을 낳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노동자 개인은 ‘미쳐가고’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은 낮은 경쟁력,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남게 됐다. ‘건설노동자는 떨어져 죽고, 서비스 노동자는 미쳐 죽는다’는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모두의 이로움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문제는 진화(?)하는 직업병을 잡을 생각이 아직은 보편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오히려 이런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내용이 많이 있다.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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