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54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배경에는 최근 들어 심해진 사회양극화와 이에 따른 국민의 변화 열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1일 '정권교체와 새로운 일본의 도래 가능성' 보고서에서 "90년대 거품붕괴 이후 지속된 10년간의 경기침체와 2000년대 이후 경기호황에도 심화된 양극화가 일본 정권 교체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저성장·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됐다. 2002년 2월 이후 다시 경제가 성장기에 들어서 69개월간 경기호황을 겪었지만, 사회양극화가 오히려 심화하면서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악화했다.

특히 수출 의존적 경기확장이 금융위기 이후 해외수요 급감으로 인해 급랭하면서 일본이 최대 피해자로 전락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0.7%로 선진 경제권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월 실업률의 경우 5.7%를 기록해 5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연구소는 "2007년 '국민연금 기록 누락' 사건을 계기로 사회보장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고, 비정규직 증가와 일자리 감소 등 고용환경 악화도 변화의 열망을 부채질했다"며 "사회보장과 고용제도를 포함한 일본 사회의 총체적인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변화 열망이 정권교체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이번 정권 교체를 계기로 일본에 선진국형 정치시스템이 정착되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소는 "일본 정치는 자민당의 장기 집권이 지속되면서 후보자의 당락이 정책 내용보다는 대부분 소속 파벌이나 정당의 인기에 의해 결정됐다"며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일본은 장기 1당 중심 체제를 깨고 미국과 같이 정권 교체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실질적 의미의 양당체제를 구축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연구소는 일본 민주당의 적극적 무역정책과 공격적인 기후 온난화 대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일본 수출이 3년간 23억4천만달러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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