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公)’이란 사전적 의미로 ‘여러 사람에 관계되고 여러 사람을 위하는 국가나 사회의 일’을 말한다. 그러나 보건의료가 가지는 공적(公的)인 특성은 이러한 다수지향적 의미보다 건강과 생명은 개개인의 구매력이나 지식, 그리고 정치적 권력 등과 무관하게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존중받아야 할 가치라는 점에서 ‘공적(公的)’이다.

안전보건에서의 공공성은 모든 노동자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며, 작업 중 상해를 당하고 유해요인에 노출된 노동자를 건강한 최적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데 그 목표가 있다. 내용으로는 환경 평가와 개선·건강교육·건강진단·질병치료·재활서비스 등이 포괄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63년에 도입됐고, 산업안전보건법은 81년에 도입됐다. 안전보건의 법적 기반은 일찍 갖춘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공적 사업이 시행된 것은 문송면군 사망과 원진레이온 사건, 그리고 노동자 대투쟁이 발생한 88년 이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0년째 정체된 재해율

20년의 역사에서 우리나라의 안전보건사업은 공적인 기능을 다했을까? 우리나라의 안전보건과 노동자 건강의 현실은 산업재해 재해율(노동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수 비율)이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재해율은 88년 2.48%에서 97년 0.88%로 감소했으나, 98년부터 최근까지는 0.7% 이상의 재해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를 시기적으로 구분하면 안전보건 20년의 역사에서 전반기 10년은 통계수치상의 일정한 진전은 있었으나(이 역시 안전보건 사업의 성과로 봐야 할지 산업구조의 개편 등 외부요인의 성과로 봐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 그 후 현재까지의 10년은 재해율에 변화가 없다. 다른 나라의 재해율과 비교했을 때 몇 배 높은 수치다. 현재 우리사회의 다른 보건학적 문제점들과 비교를 해도 해결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재해에 의한 사망자도 최근 10년간 2천500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은 2007년 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들에 비해 몇 배 높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적 손실액은 17조1천억원 규모였다. 국내총생산(GDP)의 1.67%를 차지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산업재해보상금지급액은 2003년 2조5천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 3조4천억원으로 5년 새 3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노사분규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3조원 규모)을 5배 웃돌고 있다.

소규모사업장 재해자 계속 늘어

지난해 규모별 산업재해 현황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자가 전체의 78.3%를 차지했다. 중소규모 사업장이 산업재해에 여전히 취약한 것이다. 사망자를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이 1천426명으로 전체의 58.9%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소규모 사업장에서 재해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산업재해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노동자의 안전보건 지표를 살펴보면, 산업재해율과 사망률은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증가하고 있으며, 안전보건 취약계층인 소규모사업장의 재해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안전보건정책과 매년 화려하게 발표되는 안전보건의 공적사업이 성공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 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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