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을 뛰어넘는 파장이 정치권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폐렴으로 입원한 지 37일 만인 18일 오후 향년 85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오후 1시43분에 김 전 대통령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서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병원측은 김 전 대통령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이날 오후 1시35분께 심장박동이 정지된 뒤 1시40분께 회복됐지만 다시 심장박동이 멈춰 서거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지난 1924년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면에서 태어난 김 전 대통령은 60~70년대를 거치면서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 잡았다. 97년 대선에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0년에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해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희호 여사와 홍일·홍업·홍걸 세 아들이 있다.

김 전 대통령 서거와 함께 여야 간 대치정국은 추모정국으로 전환됐다. 정세균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경북 포항에서 예정됐던 '언론법 무효 집회'를 취소한 뒤 상경해 당 차원의 조문단 구성에 나섰다. 한나라당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조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집권 2기 강공드라이브를 모색해 온 이명박 정부의 행보는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 전 대통령 서거정국에서 500만명에 이른 추모인파는 이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 전 대통령이 지닌 정치적 무게를 감안하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뛰어넘는 추모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이 대통령이 계획했던 내각과 청와대 개편은 김 전 대통령 장례식 뒤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거론한 선거제도·행정구역 개편 역시 장례절차가 끝난 뒤에나 논의가 가능하다.

대북정책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북한이 조문사절을 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그룹과 북측의 합의에 이은 김 전 대통령 서거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 정부가 '좌파 정부'로 규정한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비슷한 시기에 서거함에 따라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이 세 결집의 발판을 마련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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