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연맹 코스콤지부(옛 코스콤비정규지부)의 파업이 종료되고 조합원들이 복귀한 지 반 년이 지나고 있지만, 법적다툼은 계속되고 있다. 노사가 모든 소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검찰과 제3자인 증권거래소가 소송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과정에서부터 시작된 접근금지가처분과 손해배상청구 등은 (주)코스콤이 아닌 한국거래소에 의해 제기됐다. 이러한 한국거래소의 손해배상소송은 (주)코스콤의 교섭거부보다 코스콤지부에 더 큰 좌절과 압박이 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에는 쌍용자동차의 파업에 대해 경찰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제3자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결과적으로 단체행동권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 코스콤지부 사건의 판결을 통해 제3자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건개요=코스콤지부 소속 조합원은 (주)코스콤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주)코스콤은 조합원들을 고용하면서 증전ENG·FDL정보통신 등의 위장도급회사를 만들어 (주)코스콤의 증권전산을 담당할 직원들로 고용해 오다가, 2007년 7월1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26개의 위장도급업체를 5개의 협력업체로 이관해 파견사업의 형태로 고용하기 위해 종래의 위장도급업체 직원들을 5개 협력업체로 전적시키려 했다. 전적을 거부한 직원들은 노조를 만들어 회사측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주)코스콤은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다. 코스콤지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에 돌입하게 됐으며, 파업은 회사 로비에서 진행됐다.

한편 (주)코스콤은 한국거래소의 전산을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업체로서 한국거래소의 건물 일부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거래소는 자신들의 건물에서 파업이 진행되자 경비용역을 사용해 코스콤지부 조합원들을 건물 밖으로 내쫒으려 했다. 조합원들이 나가지 않자 조합원들과 그 상급단체 소속 조합원들이 로비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가로 막았으며 조합원들이 건물 밖으로 나간 뒤에는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용역경비사용비용과 건물 관리비, 청소비 등을 코스콤지부에 손해배상청구한 사건이다.

◇판결 요지=고등법원은 “(주)코스콤이 코스콤지부의 직접적인 근로관계에 기인한 사용자이거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사용자에 해당됨이 인정된다”며 “건물 라운지에 진입하여 점거농성을 한 행위는 적극적인 쟁의행위의 한 형태로서 그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 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에 지나지 않는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정당한 쟁의행위이므로, 건물진입 및 점거농성이 불법행위임을 전제로 이에 대한 예방적 비용이라고 주장된 경비용역업체 비용과 특별히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는 라운지 카페트 및 소파 오염에 대한 청소비용에 관해서는 손해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파손이나 손괴행위를 하였다면 이는 불법행위로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검토사항=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것은 이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형사소송에서 근로자지위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가능한지 여부와 손해배상수준에 대해서 검토하고자 한다.

■노동조합및 조합원의 제 3자에 대한 책임
헌법 제33조 1항은 ‘모든 근로자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와 제4조는 민형사상 면책을 규정하고 있다.

통설은 ‘단체행동권이 기본권으로 보장된 이상 단체행동권 행사로서의 정당한 쟁의행위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가 아닌 권리행사로 인정되어야 하며, 그 한도에서 시민법상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3조가 의미하는 민사면책은 사용자는 물론 제3자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다만,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3자가 사용자에게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학설은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지만1) △노조나 조합원에게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직접적 법률관계가 없는 제3자에 대해서 민사책임이 인정된다면 형평의 관념에 비춰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단체행동권의 보장의 효과가 후퇴되는 점과 △나아가 기업경영 활동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용자이므로 경영활동으로 인한 대외적인 책임도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원칙인 점과 △쟁의행위로 인하여 제 3자가 손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2)고 하며,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면 이에 대해서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한다.3)

위의 판결은 이러한 학설을 그대로 적용해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이 없지만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피해가 쟁의행위로 인해 제3자에게 발생한 간접피해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발생한 비용이나 손해에 대해서도 통설이 그대로 적용됨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의의가 있다.

■불법행위 책임
판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을 때에는 그와 같은 사유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참작되어야 하고 양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고발생에 관련된 제반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4)

이번 건에서 법원은 불법행위에 대해서 과실상계 70%를 인정했다. 쟁의행위 정당성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주체·목적·절차·수단방법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방법에 있어서 폭력이나 파괴행위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5) 보통 쟁의행위 과정에서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사용자나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유발된 경우가 많다. 노조의 쟁의행위는 목적이 근로조건 개선이지 파괴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우발적인 경우에까지 고의과실을 인정해 불법행위 책임을 묻고, 사용자에 의해 유발된 행위까지 노조의 책임으로 묻는 것은 과도하다 할 것이다. 물론 94년도 고법 판결의 80%에 비하면 많이 낮아진 것이지만 일반 노동사건에서와 같이 과실상계를 낮게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결론=코스콤지부는 고용의 다변화 과정에서 간접고용이 늘어나면서 발생했지만, 산업구조의 다변화에 따라 사용자 구조가 다변화되기 때문에 종전의 노사관계에서 제3자는 이제 금융지주회사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거래소의 소송이 전례가 돼 복잡한 사용자 관계에 있는 제3자에 의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거래소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먼저, 근로자성 인정을 전제로 로비점거 등 병존적 점거는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하여 정당한 쟁의행위를 인정하고 그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음은 종래의 통성을 확인한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쟁의행위에 대한 지나친 제한과 불법행위의 도식적 구성, 그리고 과도한 과실상계는 노조의 쟁의권을 제한하는 족쇄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고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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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쟁의행위는 기본적으로 기업 내부의 현상이며 이를 이유로 대외적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점, 쟁의행위에 참가하는 근로자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는 사용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이행을 보조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제 3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조업중단은 이행보조자의 계약위반 도는 불법행위가 되므로, 사용자는 이에 대해서 제 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는 ‘긍정설’과 쟁의행위로 인한 조업중단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행사이므로 이를 단순한 계약위반 또는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점, 사용자는 헌법상 보장된 협약자치제도의 당사자로서 근로조건의 결정과 관련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이므로 제 3자에 대한 이행의무를 면한다는 점, 조업유지를 통하여 제 3자가 기대하는 거래관계를 유지할 이익과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노사자치의 존중은 사회형평의 관점에서 조화있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손해배상을 부정하는 ‘부정설’

2) 김유성, 임종률, 김형배, 심태식

3) 김형배

4) 1994.04.12, 대법 93다 44401

5) 불법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배상청구시에 불법쟁의행위를 기획ㆍ지시ㆍ지도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한 노동조합간부에 대하여도 노동조합책임외에 개인책임을 물을 수 있다 ( 1994.06.16, 서울고법 93나 12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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