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달았던 쌍용자동차 사태가 노사합의로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12일 현재 쌍용차 사태로 구속된 노동자는 모두 64명. 구속자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53명과 금속노조 간부·진보단체 회원 11명이다. 구속자가 속출하면서 쌍용차 사태는 현 정부 최대의 공안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회사측이 고용했던 사설경비용역과 회사측 직원들로 구성된 ‘구사대’의 폭력행위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편파수사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때 아닌 ‘외부세력’ 논란도 등장했다. 검찰은 “쌍용차 사태에 용공성이 짙은 외부세력이 개입됐다”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검찰이 밝힌 외부세력에는 쌍용차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간부들도 포함됐다. 12년 전 노동관계법에서 사라진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이 부활한 셈이다.


■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법과 원칙은 존재하지 않았다


쌍용차 사태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예전 대규모 조직사건이나 공안사건을 다루는 듯한 모습이다. 쌍용차 사태는 공안사건이 아니라 민생사건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을 무더기로 구속했다는 것은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공안적 시각에서 다뤄 왔음을 증명한 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민생 문제, 특히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파업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자명해졌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노동자들이 파업농성을 벌이는 동안 쌍용차 평택공장에서는 어떤 광경이 펼쳐졌나. 회사측이 고용한 사설경비용역들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공장 정문 앞에서는 민간인이 민간인을 검문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연출됐다. 경비용역들의 폭력행위와 관련해 내가 경비업법 위반으로 고발했는데, 아직까지도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법과 원칙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검찰이 외부세력 어쩌구 하는데, 이 역시 정부가 강조해 온 ‘법치’라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보여 주고 있다. 농성이 벌어지는 내내 회사측도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를 외부세력이라고 불렀다. 노조의 상급단체가 외부세력이라는 주장은 헌법과 노동관계법을 무시하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도를 넘어선 경찰력의 남용은 정말 심각하다. 정부는 ‘공권력 행사’라는 말로 합리화하지만, 지금의 경찰은 정권의 사병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은 불가능하다. ‘법 집행’이라는 외피를 쓰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에 신뢰를 보낼 국민은 없다.


■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
‘외부세력’ 운운, 여론 호도용 언론플레이




현상적으로만 보면, 업무방해나 건조물 침해 혐의가 구속사유를 충족한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집단적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 그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노동관계법과 보수적인 법원·검찰·경찰이 문제다. 일터에서 잘릴 수 없다며 시작된 노동자들의 파업행위 그 자체는 정당하다. 이런 공감대가 있어야 문제를 풀 수 있는데, 현실은 노동자들의 편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격렬한 저항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리해고 같은 기업의 경영상의 결단에 대해 법원은 점점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도 노골적으로 회사편을 든다. 그러나 정리해고를 비롯한 기업의 경영행위가 결코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때문에 검찰이 외부세력 운운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전국적 단체다. 금속노조는 쌍용차 조합원들이 원해서 들어간 조직이다. 쌍용차 직원이냐 아니냐 하는 단순한 잣대로 금속노조를 외부세력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이 없어진지가 언젠데, 잘못된 과거의 법을 되살리려 하나.
파업현장과 같은 민생현장에 일반화돼 있는 편파적인 경찰력 행사도 문제다. 생존권과 결부된 서민들의 표형행위는 인권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현 정부에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
정부는 산별노조 체계도 모르나




쌍용자동차지부는 기업별노조가 아니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한 지부다. 쌍용차 문제는 곧 금속노조의 문제다. 금속노조 간부가 쌍용차 문제에 관여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검찰과 경찰이 주장하는 외부세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부가 산별노조에 대한 개념을 몰랐다면, 노동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이 쌍용차 문제를 다뤄 왔다는 것이다. 혹 산별노조의 개념을 알고도 일부러 모른 척했다면 노조 탄압에 눈이 멀었다는 뜻이다. 노동 문제를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났다.
게다가 이미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이 폐지된 마당에 새삼스럽게 외부세력 운운하는 것은 색깔론을 뒤집어씌우려는 것 아닌가. 노사관계나 노동문제의 관점에서 쌍용차 문제에 접근했을 때 정부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것은 아닌가.
노사가 힘겹게 합의를 이끌어 낸 것에 정부가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사법처리를 최소화해야 한다. 쌍용차 노사 대타협의 근본정신은 더 이상의 비극을 막고 공장을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이 지역 경제와 하청노동자 등에게 미치는 영향를 생각한다면 정부는 노사합의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 공장 정상화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회사를 정상화할 다양한 지원방안을 찾아야 한다.


■ 김학진 공인노무사
‘해고는 살인’ 극렬 저항한 노동자 사정 헤아려야




노동자 대량구속은 검찰과 경찰이 노사대타협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농성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최대한 선처하기로 한 합의를 정부가 깨고 있다. 쌍용차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시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상식적으로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회사측으로부터 일당을 받고 폭력을 행사한 사설경비용역들은 왜 수사하지 않나.
정부는 노동자들이 격렬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해고는 살인이다. 가계경제의 상당부분을 월급에 의존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퇴출됐을 때, 그 노동자의 가계는 무너진다. 노동자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존권을 지키려고 나섰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파업에 사법처리의 잣대만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
용산참사 이후 쌍용차 평택공장에 경찰의 진압용 컨테이너가 등장한 것도 되새겨 볼 지점이다. 회사측 관리자와 사설경비용역이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때 경찰은 어디에 있었나. 이들과 동조해 노동자 진압에 열을 올리지 않았나. 경찰력 남용을 넘어, 경찰력이 아예 잘못 쓰이고 있다.
정부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해온 정부가 과연 이런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
노동자 때려잡기 멈추고 회생안 찾아야



정부가 노골적으로 노동자 때려잡기에 나선 것 같다. 노사 간 차이를 조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노조도 법의 보장을 받는 중요한 경제주체다. 그런데 정부는 마치 있어서는 안 될 집단이라는 시각으로 노조를 바라본다. 정부가 노조를 적대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과잉충성하고자 하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나타나고, 그러다 보니 갈등만 증폭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조 탄압이 아니라 쌍용자동차의 ‘선회생 후처방’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과 쌍용차가 살아남을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안 모색이다. 쌍용자동차를 정상화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 없이 무조건 내치며 무방비로 내버려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은 쌍용차의 선회생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 등 여러 활로를 모색해야 할 때다.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산업이라는 큰 틀 속에서 다른 변수들을 함께 고려하며 쌍용자동차의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정부는 절대 쌍용차의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의지를 버려서는 안 된다.


■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
정부와 회사측은 한통속이었다


정부가 최소한의 상식을 지켜 줬으면 한다. 지금과 같은 공안 분위기에서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발생하면 그 후폭풍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는 8·15사면에서 민생을 얘기했지만, 정작 노동자는 빠져 있다. 노동자들이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상식을 따라 달라는 것이다.
현 정부는 노동자 혹은 노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노동자를 코너로 몰아 투쟁하게 만든다. 노동자를 국민으로 보지 않는 정부의 편협한 인식이 검찰과 경찰 수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조합원들을 향한 회사측의 폭행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고, 수사도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사측과 정부가 한통속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등은 “쌍용차가 파산해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미미하다”는 식으로 쌍용차 회생에 대한 비관적인 얘기를 흘리며 어렵게 도출된 대타협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구은회 기자  김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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