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의 연장선인 회식이나 야유회·동호회 행사 중에도 ‘업무상재해’는 발생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는 업무상재해의 인정기준을 다루고 있는데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 발생한 사고’도 포함하고 있다.
직장동호회에서 한 경찰관이 축구공을 차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런 경우도 공무상재해로 인정될까.

축구동호회 주최 시합 중 심장마비로 사망

군포경찰서 소속 경찰관 박아무개씨는 2004년 6월12일 오후 동호회 주최 축구시합에 참가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으나 결국 ‘관상동맥 이상 등에 기인한 돌연성 심장사’로 숨졌다. 그는 평소에 건강한 체질이었지만, 축구시합이 열리던 그 주에는 이미 3차례나 당직근무를 했다.

그가 무리한 당직근무를 하고 토요일에 열린 축구동호회 시합에 참석한 이유는 따로 있다. 축구동호회는 경기지방경찰청장과 군포경찰서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그가 속한 경찰청과 경찰서 상부는 동호회 변동상황과 활동실적으로 그때그때 보고하도록 했다. 또 체력단련을 이유로 동호회 참가실적을 근무성정평정에까지 반영하도록 했다.

군포서의 축구동호회는 월 2회 정도 토요일 오후에 모임을 가졌다. 매번 모임 때마다 약 40여명의 회원 가운데 30명 내지 35명 정도가 참가했다. 사실상 근무 중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참가했다.

박씨가 축구시합 중 돌연 숨지자, 부인은 축구시합이 경찰서 내 동호회가 주최했으므로 공무상재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축구시합과 공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유족보상을 거부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속기관 지배 관리 받았다면 공무상재해"

이 사건의 원고는 박씨의 유족이고, 피고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박씨의 사망은 공무와 관련이 없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대법원은 “지방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이 동호회 활동에 참여할 것을 독려한 점 등에 비춰 경찰서 축구동호회가 주최한 축구시합의 전반적인 과정이 소속기관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박씨의 사망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판결요지는 이렇다. “경기지방경찰청장과 군포경찰서장은 직원들에게 동호회 활동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동호회의 변동상황과 활동실적에 대해 그때마다 보고하게 했다. 체력 관련 동호회의 참가실적을 근무성적평정에 반영한 점 등에 비춰보면 축구동호회가 주최한 축구시합 전반적 과정이 소속기관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다. 따라서 박씨가 축구시합에 참가했다가 격렬한 운동이 유발원인이 될 수 있는 돌연성 심장사로 사망한 것은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이 통상 조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규정하지 않는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다가 재해를 당했어도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목적·내용·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운영방법·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춰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 과정이 소속기관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상태에 있을 경우 공무원연금법 제61조 제1항에서 정한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 경기지방경찰청장과 군포경찰서장은 경찰관들의 건강 증진과 연대의식 강화·민경 교류 협력을 목적으로 한 ‘동호회 활성화 추진계획’을 수립해, 지휘부로 하여금 동호회 활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또 동호회 신설·폐지와 임원변동·활동실적 등에 대해 그 때마다 경무계에 보고하도록 했다. 2004년 주5일제 도입에 따라 군포경찰서장은 원래 수요일에 하던 동호회 활동을 토요일로 옮기도록 종용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9년 7월9일 판결 2007두6922 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
서울고등법원 2007년 3월2일 선고 20006누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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