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지난 4~5일 이틀간에 걸쳐 진압작전을 펼친 경찰은 도장2공장을 남겨둔 채 공장 전역을 장악했다. 진압작전 과정에서 노조원 3명이 추락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도 40여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공장 밖에서는 사측 용역직원들의 폭력으로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농성중이던 600여명의 노조원들은 경찰에 쫓겨 도장2공장으로 집결한 상태다. 공장 전역을 장악한 경찰의 기세에 노조원들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셈이다. 도장 2공장은 각종 인화성 유해물질 20만리터가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장2공장의 라인은 미로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 대형사고가 일어나도 즉각적인 대응조치가 힘들다. 대형 인재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제2의 용산참사가 재연될 수도 있다. 도장공장에서 일했던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도장공장은 인화물질이 많아 화재가 나면 폭발 가능성이 높아 경찰 투입은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증언했다.

이런 위험을 인지했는지 강희락 경찰청장도 5일 "도장2공장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진입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강희락 경찰청장은 노사 교섭에 의한 타결을 주문하면서 뒤돌아선 뒤 진압작전을 지휘하는 야뉴스적 행태를 보였다. 강 청장의 발언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경찰의 진압작전은 시간차가 있을 뿐 중단된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경찰은 강경진압을 중단하고 물러나야 한다. 폭약고와 같은 도장2공장에 있는 노조원들을 섣부르게 진압하려 한다면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강경진압을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인명사고와 공장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정부와 경찰이 잘 알지 않는가. 경찰은 노사가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폭력행위를 방지하고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데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뒷짐만 진 채 사태를 더이상 키워선 안 된다. 정부는 회사측이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것조차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쌍용차를 '기획파산'으로 내몰고 있다는 오명을 뒤짚어쓰는 것이다. 정부가 법정관리 기업에 대해 지원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근거가 되지 않는다. 법정관리 상태였던 대우자동차에도 5천억원 이상 지원한 선례가 있지 않는가. 쌍용차가 이대로 파산할 경우 관련 실업자가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수 국회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쌍용차가 파산하면 실업수당 지급과 국세수입 감소로 3천억원의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정부는 파업사태의 원만한 해결에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채권단과 회사측은 더이상 경거망동해선 안된다. 채권단은 경찰력 투입에도 파산신청을 강행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회사측의 '청산형 회생계획'도 마찬가지다. 채권단의 파산신청과 다를 게 없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의 전 직원의 고용관계는 종료되고, 별도 회사에 자산만 매각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순전히 농성 노조원을 압박하기 위한 실효성 없는 대안에 불과하다. 청산형 회생계획은 우리나라에서 선례가 없다. 법원이 이를 받아줄리 만무하다.

회사측은 이번 사태를 통해 구조조정 효과를 얻을만큼 얻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리해고 대상자 2천646명 중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나간 이들이 70%가 넘었다. 그럼에도 회사측이 600여명의 농성 노조원 중 40%만 무급휴직으로 구제하겠다는 것은 의도가 불순하다. 노조로선 농성을 주도한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을 솎아내겠다는 발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노조는 70여일 이상 함께 농성해 온 동료들를 스스로 갈라치는 정리해고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분사화와 8개월간 무급휴직 후 순환휴직·임금동결 등을 내놓은 상태에서 동료와 자신의 목마저 치려하니 격렬히 저항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토끼몰이식 진압은 사태를 더 키울 뿐이다. 정부와 회사측은 이를 고려해야 것이다.

법원이 회생계획을 제출하도록 한 기한은 다음달 15일로 앞으로 한 달여가 더 남았다. 노사가 사태를 원만히 해결한다면 회생계획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노사정은 대화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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