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옥쇄파업 76일째, 극적 타결을 기대했던 막판교섭이 결렬된 지 사흘째인 5일 오후 쌍용차 평택 공장 앞. 경찰은 2차 진압작전을 재개했다. 도장1공장과 2공장에 있던 지부 조합원 50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고립됐다. 공장 1층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조합원 김아무개(38)씨는 <매일노동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바로 2~3미터 앞까지 경찰특공대와 용역이 와 있다”며 “무섭다”고 말했다. 공장 밖도 전쟁터이기는 마찬가지다. 정문 앞의 2천여명의 구사대와 용역직원들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 정당과 사회연대단체 인사들에게 욕설을 해댔다. <매일노동뉴스>가 쌍용차 공장 안팎의 얘기를 들어봤다.

■ 농성 중인 조합원 김아무개씨
“무섭습니다, 무섭습니다.”


쌍용차 조립3팀 생산직으로 지난 95년 쌍용차에 입사해 14년 간 일했다. 조합원들은 4일까지 도장1공장과 도장2공장에 나뉘어 있었는데, 1공장을 뺏기면서 이제는 2공장 한 곳에 모여 있다. 경찰특공대가 사다리차와 크레인을 이용한 컨테이너로 도장 2공장 3층과 4층의 진입을 시도했다. 물대포와 고무총을 쐈다. 다친 사람도 많다. 경찰과 언론은 3명이 다쳤다고 하는데 지부 집계로는 4명 이상이다.
정말 무섭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조합원들끼리도 신경질을 내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마실 물도 없다. 에어컨을 켰을 때 나오는 물과 소화전을 틀면 찔끔찔끔 나오는 물로 식수를 대신하고 있다. 도장공장 안에도 작업을 위한 물은 있는데 사람이 마실 수 없는 물이라 끓여 먹어야 한다. 이전까지는 식당이 있던 도장1공장에서 주먹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는데, 이제 식당도 없는 도장 2공장으로 몰려 있어서 밥도 못 먹었다. 오늘은 아직 한 끼도 먹지 못했다.
열한 살 된 아들까지 요즘 텔레비전에서 쌍용차 얘기가 나오면 전화하는 것 같다. 아빠 잘 있냐고 한다. 안전한 곳에서 잘 있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키지만 가슴은 미어진다.
여기 도장공장에 시너 20만리터가 있다. 시너가 터지면 여기 있는 조합원과 경찰·회사측만 위험한 게 아니다. 정문 앞을 훨씬 지난 곳까지 폭발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공장 안에 가스가 차 있을까봐 담뱃불도 못 붙인다. 내 걱정에 요즘 매일 잠도 못 주무신다는 사촌 형님과 소주 한잔 하고 싶다.


■ 농성 중인 조합원 이아무개씨
“해고 철회 안 하면 살아서 안 나가겠다”


사방에서 사지로 몰아넣은 탓에 나갈 구멍이 없다. 일상이 그렇다보니 크게 동요하거나 불안하지 않다.
오늘 추락한 사람들 외에도 특공대와 용역직원이 쏜 테이저 건 새총으로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약품과 물·전기도 거의 바닥났다.
용역직원들이 밥을 먹거나 퇴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사측이 난사하는 새총 등을 피해 초긴장 상태로 지낸다. 밤에도 선무방송과 진압으로 잠을 거의 못 자고 있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내가 십년 넘게 일했던 우리 회사에서 왜 이러고 있나 싶어 후회하기도 했는데, 하루 종일 용역직원을 상대하는 요즘은 그런 마음이 싹 가신다.
경찰은 밑에서 서서히 진격하고 용역은 옥상 위에서 내려오고, 옆에서는 직원들이 압박하고 있다. 설사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떳떳한 아빠로 돌아가고 싶다. 같이 일했던 동료에게는 아무런 유감이 없다. 가끔 어떤 동료들은 술과 담배를 놓고 가기도 하니까.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책임과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생각해 줬으면 한다. 우리도 그들과 같은 심정이다. 단 한사람도 파산을 원하지 않는다. 대안이 있으면서도 무조건적인 정리해고만을 내세우며 일방적으로 우리 요구를 무시하면 이 공장을 살아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 구사대 김아무개씨
“함께 살자더니 이러면 다 죽는 거 아닌가”


함께 살자고 하더니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나 나와 있는 사람들이나 다 죽자는 건가.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지부도) 결정해야 할 시간이다. 76일이나 지났다. 시간이 많다면 같이 하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파산하고, 파산으로 가면 다 죽는 것이다. 기능직 2천500명을 포함한 4천명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고 안에 있는 900명의 목숨만 중요한 건가.
파산을 원하지 않던 우호적인 협력업체 채권단도 이제는 더 이상 못 참지 않을까 걱정된다. 채권단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일단 라인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이젠 공장에 들어가도 청소만 하면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2~3주는 지나야 공장을 제대로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우리에겐 시간이 너무 없다.
그리고 파업만 하면 되지 왜 남의 집기를 훔쳐 가고 부수나. 사무실 들어갔던 사람한테서 사무직 컴퓨터가 부서졌다는 소문을 들었다. 복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엊그제만 해도 같은 라인에서 형·동생하면서 지내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오해가 늘고 서로 감정도 상하는 것 같다.


■ 구사대 박아무개씨
"모두 죽으면 민주노총이 책임질 건가?"


우리 회사를 내가 지키겠다는데 왜 아무 관련도 없는 외부 세력이 개입하나. ‘민주 ’혹은 ‘노동’이라는 말만 들어도 이제는 치가 떨린다.
다함께 죽자는 건가. 몸 한 곳에 고름이 있으면 짜야 한다. 짜지 않으면 다 썩어버린다. 짤 때는 아파도 그래야 새살이 돋는다. 이제는 서로 넘어서서는 안 될 강을 건너버린 것 같아서 정상화해도 같이 일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회사가 파산해 모두가 죽으면 그 때는 민주노총이 책임질 건가. 한 단계 성장이나 발전을 하려면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
언론들은 안에 있는 사람들만 안됐다고 하는데 우리도 회사를 사랑하고 같은 노동자다. 공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을 인질로 놓고 무책임한 협박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모두가 다 죽어나가야 속이 시원하겠나.


■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공권력은 회사측에 넘어갔다"


14일간 평화적 해결을 위해 쌍용차 평택 공장 앞에서 농성하며 지켜본 결과, 경찰력은 이미 회사측에 이양됐다. 자본에 봉사하는 현 정권 아래 경찰력의 실체가 이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회사측이 구사대 공격에 무시로 일관하고, 물과 약품 반입을 막는 것은 사실상 회사와 손잡은 것과 다름이 없다. 노동자정당으로서 쌍용차 사태가 노노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에 죄송함을 느낀다.
쌍용차는 앞서 매각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 경험이 있다.
끝까지 평화적 해결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운하사업이나 부동산투기에 자금을 쏟아붓는 대신 정부가 쌍용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물 밑으로 협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은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측 노동자들의 원성과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쌍용차의 해고사태가 다른 사업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 함께 상생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고민해줬으면 한다.


■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
“노사정 사회적 합의만이 문제해결의 열쇠”


회사도 심한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다. 대화로 풀 수 있는 국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고집했기 때문에 문제해결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달 중순으로 가면 도장공장의 원료들이 응고될 것이다. 공장을 정상화하는데 더 힘들어질 것이고, 막대한 타격을 더 받게 된다.
여론도 노사가 하루라도 빨리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고 있지 않나.
법정관리인이 협상 결렬 이후 청산형 회생계획을 발표했는데, 이건 법정권리인의 월권이라고 본다. 회생계획은 안 짜고 파산을 전제로 한 회생이라니. 법정관리의 애초의 목적을 저버린 것이다.
영업직 전환과 분사는 이미 노사가 합의한 적이 있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무급휴가와 무급 순환휴직을 통해 인력문제부터 우선 풀어야 한다. 이제는 쟁점이 누구를 얼마나 자르겠다는 문제가 아니라, 계속 쌍용차가 유지될 수 있는 방안으로 옮겨야 한다. 노사는 물론 정부까지 포함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절실하다.

오재현·김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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