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 노조의 조정신청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노사간에 더 충분한 교섭을 하라'는 소위 행정지도를 받고, 사용자와 검찰은 조정전치주의 위반이라면서 불법파업으로 고소고발하고, 해고와 구속으로 위협……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 행사인 파업은 불법이 된다.

쟁의행위의 절차와 관련 특히 문제되고 있는 것이 조정전치주의규정과 그 운영이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으로 조정전치주의(제45조 제2항)가 도입된 뒤부터 노동위원회가 쟁의행위에 대한 허가권을 갖고 있는 냥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노조가 사용자에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가 교섭을 기피하거나 해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노조는 조정신청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 노동위원회는 노조법상 노동쟁의는 "노사간에 근로조건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이고 여기서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노조법 제2조 제4호)를 말한다고 하면서 노조의 조정신청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노사간에 더 충분한 교섭을 하라'는 소위 행정지도의 주문을 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러한 주문을 받고 쟁의행위에 돌입하면, 사용자와 검찰 등은 조정전치주의 위반이라면서 불법파업으로 고소고발하고, 해고와 구속으로 위협한다.

이렇게 하여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파업은 불법이 되고 자본과 권력의 남용은 합법으로 둔갑하게 된다.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결정과 그에 따른 파업이 조정전치주의규정에 의하여 불법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지난 해 4.29. 금속산업연맹이 96개 소속노조의 교섭권을 위임받아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였는데 이 중 '행정지도'를 받은 노조가 77개(80.2%)에 이르렀을 정도로 행정지도가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독일보다도 철저하게 '헌법'으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헌법 제33조).

그러나, 법률의 광범위한 제한을 받고 있어 실제로는 예외적으로만 정당한 단체행동권의 행사로 인정받는다. 대규모 사업장의 파업치고 사용자와 검찰이 불법파업이므로 엄단하겠다고 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던가. 헌법이 아닌 법률로 보장하고 있는 사용자의 직장폐쇄보다도 못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단체행동권이고, 이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 조정전치주의다.

지난 해 98년 만도기계파업에 대한 춘천지법 항소심의 판결은 행정지도후의 파업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시하였지만 이와는 다른 취지의 하급심판결들이 나와서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청주지방법원 항소1부는 조정전치주의와 관련하여 조정신청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고 쟁의행위를 한 부분에 대하여 쟁의행위의 절차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함으로써 소위 행정지도를 이유로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온 노동부와 검찰 등에 제동을 거는 획기적인 판결을 선고하였다(청주지방법원 2000.6.9.선고 99노534 판결). 조정제도가 노사간의 노동쟁의의 자주적인 노력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고(노조법 제47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노사간에 자주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조력하여야 한다고(노조법 제49조) 명시한 조정제도의 취지상 당연한 판결이라 할 것이다.

앞으로 노동위원회는 노조법시행령 제24조 제2항을 근거로 행정지도를 남발하여서는 아니될 것이고, 지금까지 드러난 조정전치주의 규정의 폐해로 볼 때 조정전치주의를 임의적 전치주의로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행정지도의 남발은 노사간의 분쟁에 대하여 국가기관의 조력을 받으려는 기대를 저버려 결국은 조정제도, 노동위원회의 필요성에 회의를 갖게 할 것이고, 노동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지 못하고 파업을 불법으로 내모는 법률규정은 이미 노동관계당사자를 규율하는 규범으로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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