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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전현장 안전사고 해법 없나한전 협력업체 안전사고 신고규정 ‘유명무실’ … 재해자 통계 부실 우려 높아

전기원 노동자인 김성철(가명·41)씨는 지난 3월 전봇대에 올라 2만2천900볼트 고압선 활선 작업(살아있는 전기를 만지는 작업)을 하던 중 감전사고를 당했다. 작업 도중에 아크(전기 불꽃)가 발생해 화상을 입은 것이다. 김씨는 지난 6월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퇴원했다. 김씨가 일하던 경남 창원의 ㅎ전기공업(주)은 김씨에 대해 산업재해 처리를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배전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한국전력공사의 도급을 받은 협력업체는 한전에 즉각 안전사고 보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ㅎ공업은 바로 한전에 보고 하지 않았고, 김씨가 가입해 있던 노동조합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전에 알려지게 됐다.

최근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여름철 감전재해 주의보를 내렸다. 지난해 노동현장에서 발생한 감전재해를 분석한 결과, 감전재해로 인한 사망자 5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명(54%)이 여름철인 7·8월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 매일노동뉴스



지난해 감전재해자는 모두 448명으로 이 가운데 52명이 사망했다. 작업별로는 전기공사 현장에서 203명의 재해자가 발생해 단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어 전기운전을 점검하다 90명이 재해를 당하고 건축공사 등에서 41명이 다치거나 숨졌다. <표 참조>
사망자도 전기공사 현장에서 17명이 발생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망 확률 높은 감전재해

전기공사 현장에서는 고압선 활선을 다루는 작업이 많다. 때문에 한번 사고가 났다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다른 재해에 비해 높다. 이런 사실은 공단의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공단이 지난해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 1천448명에 대해 재해발생 형태별로 사망률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감전으로 인한 사망률은 11.6%로 3대 다발재해인 추락(3.3%)·감김이나 끼임(0.68%)·넘어짐(0.53%)보다 적게는 4배에서 많게는 22배까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전재해는 사망으로 이어지는 위험성이 큰 만큼, 한전이 배전현장의 안전관리를 협력업체에 모두 위임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자료사진=정영현 기자  ⓒ 매일노동뉴스


감전재해 사망률 일본의 21배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재해율이 훨씬 높았다. 2007년 기준으로 노동자 백만명당 감전재해 사망자수는 5.67명으로 일본의 0.27명보다 무려 21배 높았다. 미국(1.44명)이나 영국(0.68명)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노동부와 공단은 매년 3대 안전수칙(접지 실시·누전차단기 설치·전기작업시 전원 차단)을 발표하면서 감전재해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전기공사의 경우 노동부의 노력만으로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내 배전현장(전력설비 공사현장)의 관리·감독은 한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사고 보고규정 ‘유명무실’

건설업에 ‘PQ(Pre-Qualification·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제도’라는 것이 있다. 국가가 발주하는 공사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의 시공경험과 기술능력·경영상태·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시공능력이 있는 적격업체를 선정하고 입찰참가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산업재해율이 낮은 업체는 가산점을 받는다.

이런 제도처럼 한전도 협력업체에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재를 가한다. 벌점을 주는 것이다. 가령 협력업체 귀책사유로 감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1명이 사망하면 50점, 중상 1명 30점, 경상 1명 15점, 비감전사고의 경우 사망 1명 30점, 중상 1명 20점, 경상 1명 10점의 벌점을 준다. 이 점수들이 누적되면 2년마다 한전과 입찰계약을 할 때 불이익을 당한다. 고의로 안전사고를 은폐한 경우 벌점이 1.3배 가중된다. 하지만 도입 취지는 좋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광수 건설노조 전북지역본부장은 “전봇대나 변압기처럼 한전의 설비에 이상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한전이 안전사고를 감지할 수 있다”며 “그 밖의 사고는 협력업체들이 신고를 하면 제재를 받기 때문에 굳이 따로 알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곽상영 한전 안전재난관리팀 차장은 “선로에 이물질이 닿거나 고장이 나는 등 사고가 났을 때는 시스템으로 이를 인지할 수 있다”며 “(그 외의 경우는 협력업체들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신고를 안 할 수 있는 일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안전사고가 한해 겨우 10건?

한전 자체의 재해율 통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전이 지난 2005년 당시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현 진보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무정전공법 관련자료’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자료에 나와 있는 ‘최근 3년간 배전현장에서 발생한 유형별·설비별 감전·추락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도급자(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발생한 안전사고는 2002년 10건(감전 6건·비감전 4건), 2003년 16건(감전 13건·비감전 3건), 2004년 10건(감전 6건·비감전 4건)에 불과했다.
 
한전 직원에게 발생한 안전사고도 2002년 8건, 2003년 8건, 2004년 2건에 불과했다. 한전 직원과 도급자, 일반인을 포함한 배전현장 안전사고를 모두 합치면 2002년 29건, 2003년 34건, 2004년 24건이었다.

공단 통계에 따르면 2007년 감전재해자는 총 476명(부상자 405명·사망자 71명)이다. 물론 감전재해자 통계는 한전이 주관하는 전력설비현장뿐만 아니라 일반 공장과 건축공사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이 가운데 전기를 수시로 취급하는 전기직에서 57.6%가 발생해 가장 높은 점유율을 나타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의 감전재해자가 2007년보다 많은 534명·537명·482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전현장에서의 재해자수는 한전의 통계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해 재해율 통계자료 공개 요청에 대해서는 “국회나 감사원의 요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전, 7월에 특별안전진단팀 구성

최근 배전현장의 안전문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한전은 최근 전 사업소에 공문을 보내 현장 중심의 안전활동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한전은 “최근 안전사고가 발생한 사업소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 사업소장·관리감독자의 현장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부족하고 안전사고예보제 등 본사 지시사항 이행실적이 미비했다”며 “사업소장과 관리감독자의 안전점검, 직원 집합교육 시행 등 안전경영활동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지난달 ‘특별안전진단팀’을 구성했다. 곽상영 차장은 “특별안전진단팀을 중심으로 9월까지 특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불시에 전국의 현장을 점검해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지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협력업체들은 적은 인건비로 단기간에 공사를 마치려고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안전수칙을 어길 수밖에 없다”며 “안전보건만큼은 협력업체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지 말고 한전이 안전 매뉴얼대로 안전수칙을 지키는지 상시적으로 점검한다면 산재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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