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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중 과음으로 인한 사고도 업무상재해
직장인에게 회식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음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식 자리에서 과음을 해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재해일까.

회식장소 인근에서 추락사고

선박회사에서 도장1팀 과장으로 일하던 신아무개(사망 당시 38세)씨는 지난 2005년 3월 팀장의 지시로 발주자인 선박회사의 감독관을 접대하고 협력업체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회식에 참석했다. 감독관은 2차 회식을 제의했고 신씨는 2차 회식에 따라갔다.

2차 회식이 끝날 무렵부터 보이지 않던 신씨는 다음날 회사 동료직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신씨는 회식장소에서 48미터 정도 떨어진 골목길 안에 설치돼 있는 가정집 담장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부검결과 복부손상에 의한 하대정맥파열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됐다.

신씨의 아내인 김아무개씨는 같은해 5월 남편이 회식 중 사망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공단은 그러나 회식 비용은 팀의 운영비로 지출했을 뿐 회식에 대한 품의서나 회사가 지출한 경비가 없고, 참석 여부가 강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일어난 재해로 볼 수 없다며 김씨의 청구를 거부했다.

이 사건의 원고는 신씨의 아내인 김아무개씨,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쟁점은 신씨가 회식에 참석한 것이 회사가 주관한 행사에 참여한 업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신씨가 회식 중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서울행정법원은 신씨가 팀장의 지시에 따라 회식에 참석한 점과 음주량과 회식장소에서 추락한 장소까지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회식에 참석한 것이 회사가 주관한 행사에 참여한 업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신씨가 참석한 1차 회식은 선주측 감독관을 접대하고 선박 건조를 성공리에 수행하고 있는 회사의 실무책임자와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도장1팀장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후 2차 회식도 접대를 받은 감독관의 제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거절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2차 회식의 경비도 도장1팀에서 관리하고 있는 업무추진비 등에서 지출된 점, 과장 직책인 신씨가 팀장의 지시를 거부하고 회식에 불참하기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1·2차 회식에 참석한 행위는 회사가 지배하는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업무 수행에 해당한다.”

사업주 지배·관리 인정돼

두 번째 쟁점인 신씨가 회식 중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신씨는 2차 회식 막바지에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직후 회식장소에서 보이지 않다가 귀가방향과는 전혀 무관하고 2차 회식장소에서 48미터정도 되는 곳에서 추락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1·2차 회식에서 망인이 마신 음주의 양과 주취의 정도, 2차 회식장소에서 추락한 장소까지의 거리, 추락한 장소의 위치, 2차 회식의 진행 정도, 신씨가 보이지 아니한 시점, 신씨의 직책 등 제반사정에 비춰 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된다.
신씨가 2차 회식장소에서 나와 추락사를 한 장소까지 가게 된 것은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제대로 받지 못해 술도 깨고, 아울러 원고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용도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걷다가 마침 소변을 보기 위해 추락한 지점까지 걸어갔으나 1·2차 회식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6%에 이를 정도로 과음한 탓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중심을 잃고 추락한 것으로 추단된다.”

이처럼 법원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의 회식 과정에서 노동자가 과음해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황에서 부상·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한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바이어 접대를 겸한 직원 회식에 참석해 만취한 상태에서 귀가하던 노동자가 지하철 승강장에서 달리는 지하철에 머리를 부딪쳐 중증 뇌좌상 등의 재해를 입은 사건과 관련,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바 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8년10월9일2008두9812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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