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한 내용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권고의 애초 취지는 각색됐다. ‘결사의 자유’는 ‘산업평화’에 저당잡혔다.

◇현행법 내용은=노조법 내 복수노조 관련 조항은 단 한 개다.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부칙으로 2009년 12월31일까지 시행유예를 담은 경과조치와 노동부장관에게 그 때까지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절차를 강구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들어있다.

전임자 관련 조항은 더 복잡하다. 우선 전임자의 정의를 ‘단체협약이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조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다’고 내렸다. 임금 지급금지는 ‘전임자는 임기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항에 규정됐다. 금지 항목을 어겼을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벌칙 조항도 들어가 있다.

부당노동행위는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해서는 안 될 행위를 열거하고 있다. △노조 조직과 운영에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 △노조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등이다. 하지만 노동시간 중 교섭·후생자금 지원·기금 기부·노조 사무소 제공은 예외로 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조항이 뒤따른다.

부칙에는 올해 말까지 적용하지 않는다는 경과조치, 노조와 사용자가 전임자 임금 규모를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재원을 노조 재정자립에 사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ILO 기준은=ILO는 수차례 우리나라에 복수노조 허용 관련 법 개정을 권고했을 정도로 대척점에 서 있다. 복수노조 규정의 경우 ILO는 87호 협약을 통해 “사전인가를 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차별 없이 가진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ILO는 “단체가 자유로이 대표자를 선출하고 관리와 활동에 대해 결정하고 계획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며 “공공기관이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합법적인 권리행사를 간섭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임자 임금에 대해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문제 삼았다. ILO 이사회는 전임자가 사용자로부터 어떤 급여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대해 98년 3월과 11월, 2000년 3월 3차례에 걸쳐 철폐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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